2019. 10. 21.
 로얄 패밀리(Royal Family)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9.05.05. 09:02:09   글쓴이IP: 58.235.179.56
* 필자 주
회중의 귀와 눈을 가리는 조직이나 공동체는 건강한 공동체가 아니다. 그보다도 언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집단은 문제가 있다. 권력이 부패하는 것은 권력자 본인의 잘못이나 혹 견제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이 부족해서 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연스러운 언로가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발전의 시간표를 되돌려 놓았던 수많은 잘못된 권력은 언로를 통제하므로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아마도 잠재된 탐욕이 있었거나 판단잘못이 아니었던가 싶다. 하물며 교회이겠는가.
아래의 글은 시무언 김기동목사님의 자제 김성현목사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총회를 대신하여 축하차 함께 갔다 받았던 감동을 글로 옮긴 것이다. 당시는 복을 받은 한 가문을 보고 마음이 뜨거웠었다. 진심으로 축하했고 그에게 기대되는 바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해 말 본인이 주필로 10년 가깝게 사설을 쓰고 시론을 썼던 주일신문에서 게재가 거부되었다. 이때도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최근 심지어 본인이 총회장으로 있는 교단신문에서도 완곡히 어려운 형편을 얘기해 왔다. 그들이 무슨 힘이 있으며 잘못이 있을까. 우리 총회에서 총회장이 총회의 실세도 명실상부 총회를 대표하는 바도 아닌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리고 글이 실리고 안 실리고도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유치한 수준의 사고에 젖어있는 사람들에 의해 언로가 막힌다는 것이다. 건전한 사고를 방해하는 과잉 충성이 문제다. 우리는 애매히 욕을 먹는 사람들이요 교회요 총회이다. 그렇다면 일부러라도 밝고 환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할 수만 있으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결정적인 오류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마침내 우리의 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나는 처음 시무언에게서 은혜를 받고 “저이가 신이지!” 했던 사람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그렇게 까지 그를 신뢰하고 충성을 다 했다.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오해를 벗기는 일에 증인으로 나서고 싶었던 자다. 이렇게 엉터리로 접근하면 정말 이단이 되고 만다. 이는 누가 읽어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어렵지만 현실을 바르게 직시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성도들의 성숙을 요구하였고 아울러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받은 가정의 거룩한 의무를 언급하였다. 이 정도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공동체라면 건전한 공동체라고 하기 어렵다. 읽은이들의 솔직한 덧글을 기대한다.



『어느 누구에게서 받은 것 같이 내 영혼, 내 삶을 근원적으로 흔들어 놓는 것 까지는 아니라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큰 영향을 받은 분이 두 분 더 계시다. 한분은 내게 신학적 성찰의 진지함을 가르쳐 주셨다. 그분은 언제나 참 진지한 자세로 강의를 하셨다. 다른 한분은 내게 ‘아! 그렇게 살아야 하구나’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깨우쳐 준 분이다. 한때 총학생회의 부당한 태도에 타협하지 않고 싸워 구설수에 올랐으나 지금도 모 대학 총장을 거쳐 모신학대학 석좌교수로 있는 이분은 아마도 오늘의 50대를 중심한 지성적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분이 아닐까 싶다. 이분은 70년대 중반 국가적으로나 나 개인적으로 참 혼란했던 그 시절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강한 힘으로 내 의식의 한 부분을 견인해주셨다.
그분이 오랜 기간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활약하던 어느 해 겨울 학생수련회였다. 그때 대학부 특별강사로 강연 중 ‘로얄 패밀리’라는 말을 했다. 좀 더 정확히 ‘크리스천 로얄 패밀리를 이루라’했다. 내용인즉 젊어서 예수 믿고, 대학공부까지 하는 혜택을 누렸으니 마음 맞는 이들끼리 만나 좋은 기독교가정을 이뤄 의미있게 봉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대학공부를 하는 목사, 장로, 유수한 집사의 아들, 딸들이 서로 만나 크리스천 패밀리를 이루고 그에 걸맞게 주(主)의 일을 하고, 사회적으로도 도리를 다 하라는 말씀이었다. 모두가 존경했던 분이었던 만큼 그 분의 한마디에 당시 결혼 적령기의 선배들 사이에는 그런 짝짓기가 한창이기도 했었고 당장 결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나는 내 의식의 저 밑바닥에 ‘크리스천 로얄 패밀리라!’흥미로운 한 단어를 잘 저장해 두었었다.
로얄 패밀리, 우리말로 ‘왕가(王家)’다. 그들은 왕가의 일원으로 대대로 내려오는 어마어마한 저택과 그에 어울리는 좋은 학교와 역시 그들만의 패밀리들과 교제하며 부와 지위와 명예를 누리며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산다. 대단한 특권이다.
기독교회가 초고속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던 70년대, 고등교육을 받은 남녀 기독청년들이 만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위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또 다른 로얄 패밀리를 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 11월말, 시무언 김기동목사님의 독자인 김성현목사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해리스 맨체스트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부터 전 과정을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정통 옥스퍼드맨 2세대 목사가 나온 것이다. 아마도 한국교회사에서 처음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한 번 쉬어가자. 옥스퍼드대학이 명문이기는 하지만 국내 각계에 옥스퍼드 출신이 적잖은 것을 감안하면 이를 두고 무슨 큰 난리라도 난 것처럼 하면 이도 꽤나 멋쩍은 일이다. 그래서 가까이서 보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자칫 정말 좋은 일을 괜히 코미디로 만들 공산이 없잖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그리 녹녹치 않다. 그는 한국교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노토리어스(notorious vs famous:같은 ‘유명한’이란 뜻을 가지지만 두 단어가 정반대로 쓰인다.)한 김기동목사의 아들이다. 시무언은 그가 가지고 있는 각종 학력이나 경력과는 달리 학문, 공부, 학교 이런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은, 오히려 귀신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으로 더 잘 알려진 목사이다. 그리고 그가 시무하는 서울성락교회는 2009년 초 한국 최대의 예배당을 준공하게 된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대규모의 예배당을 더 짓지 못할 것 같은 규모이다. 더욱 그는 거의 초인적 인내와 성실과 노력과 능력으로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았던 대단한 부흥사였으며 성공한 목회자이며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비난을 뒤로하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노력으로 많은 저서를 내어 놓았으며 사회적으로는 지금도 작가로 시인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거물 현역이다.
김성현목사는 이같이 어린 시절부터 그 어느 누구도 쉬 넘볼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기인(奇人)같은 기독교계의 어른을 아버지로 모시고 오늘에 이르렀다. 물론 외에도 아들로서 그가 받은 혜택이 하나 둘 아니겠지만 이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가. 그는 천혜의 혜택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맏아들도 함께 귀국하여 국내 명문대학 합격허락을 받고 그 아래의 동기들도 영국의 최고 명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듣기로 명문이라도 보통 명문이 아니라 했다. 사실을 바로 보기 위하여, 괜한 과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열거해 보았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와 혜택과 성취가 3대에 걸쳐 화려하기 이어지는 것을 본다. 당신의 목회는 크게 이루었으나 아들의 대는 어디 내어 놓을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하고 심지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로 세간의 구설수에 올랐던 큰 목회자가 어렵지 않은 한국교회의 현실에 비하면 이런 자랑이요 영광이 쉽지 않다.
그런 의미 김성현목사는 또 다른 의미의 로얄 패밀리이다. 지켜보는 이들이 멍할 만큼 어떤 로얄 패밀리 못지않은 로얄 패밀리다. 돌이켜보면 이는 성경의 약속 그대로이다. 누구든 예수 죽도록 잘 믿고 부럽도록 잘 되고 흥해야 옳았던 것이지 않은가. 심지어 욥도 엄청난 고난을 겪었지만 그의 순전한 믿음으로 인해 자녀며 재산이 이전보다 배도 더 되었다 하지 않는가. 그러니 예수 잘 믿어 복 받아 훌륭한 가문을 이룬 것은 함께 축하할 일이다. 간증거리이고 자랑할 일이다. 성경을 믿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약속의 성취에 함께 감사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옳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 데로라면 이는 여기까지다. 여기까지는 3자된 관객의 입장이다. 관객들은 이쯤해서 무대 뒤로 물러선다. 이 관객들이 물러난 자리에 로얄 패밀리들이 등장한다. 3자들의 종착역은 왕가들의 시발역이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영광을 입은 왕가는 정말 어느 것 하나도 누릴 수 없고, 얻을 수 없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받았던 특혜를 특혜라 하지 않고 내려놓을 수 있는 겸손과 왕가만이 할 수 있는 의무와 책임이 다른 것 같다. 아니 달라야 한다. 보통사람들은 시기하고 싶지만 시기하는 대신 내심 이를 요구한다. 세상에서는 이를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귀족(가진 자)의 의무)라 한. 선대(先代)보다도 더 주님의 교회와 성도들을 사랑하고 섬기고 선대가 남겨놓은 거룩한 나라의 과업들을 피땀 흘려 일구어 나갈 때 주위에는 한 크리스천 왕가의 탄생에 기꺼이 갈채를 보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왕가의 후손이나 왕가의 후손같이 살지 않고 종과 같이 사는 모습이다. 그때 관객들은 환호한다. 이제부터 그들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협력자가 되어 함께 수고의 짐을 나눠지고 기꺼이 자기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평소 시무언이 여러 번 공언한 바다. ‘난 무엇을 남겨주지 않고, 일을 남겨주려 한다.’ 그 어떤 기득권의 향유가 아니라 선대가 물려준 최고의 혜택에 더하여 왕가의 의무를 다 하기를 기대한다. 한국기독교 역사상 만 사람이 다 칭송할 크리스천 왕가의 출현이 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이는 오늘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이나 한쪽에서는 귀족제도가 여전한 영국에서 한 축복받은 가문을 지켜보며 가졌던 묵상의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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