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1.
 사랑의 온도계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12.09. 18:32:17   글쓴이IP: 58.235.179.56
2008년도 달랑 마지막 한 장의 달력만이 남았다. 한 해를 마감함과 동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야 할 준비로 부산한 한 달이다. 이렇게 12월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눈에 잘 드러나는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거기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얼마나 이웃을 잘 돌아보는지 사랑의 온도계가 걸렸다. 사랑의 온도계는 매년 연말이면 사랑의 열매 달기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연말연시에 불우한 이웃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기위해 모금현황을 온도계의 눈금같이 변하도록 설치해둔 복지기금 모금탑이다. 해마다 이즈음에 관련 단체의 임원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장들 그리고 유명 탤런트들이 나서 불우 이웃돕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궂은 일이 많은 세상에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하는 좋은 일이다.
연말 기독교회로서는 이보다 앞서 관심이 가는 것이 있다. 보기에도 예쁜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이다. 사회는 이 자선냄비 운동을 하는 특별한 복장의 구세군이 대충 기독교회의 하나인 줄로 짐작하지만 이에 대하여 별 개의치 않고 신자든 불신자든 가리지 않고 기꺼이 자선냄비에 참여한다. 어떤 의미 아이들의 손을 잡은 많은 가족들이 이 예쁜 냄비에 기부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이렇게 착하고 뜻이 좋은 일은 언제든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칭찬을 듣게 되는 법이다.
그러나 온도계가 걸린 지 며칠 되지 않았기도 하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미국 발 불량 모기지론에 의한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사랑의 온도계가 얼어붙은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는 보도다. 경제가 심각하게 어려울 때마다 늘 따라 다니는 말이지만 경기불황, 경제위기의 한파는 가장 어려운 계층이 먼저 피부로 느끼게 된다. 아예 그들에게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다. 비정규직이 많은 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감원바람에 직장에서 밀려나고, 내수위축으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조업시간이 단축되니 그나마 있던 수입이 줄어든다. 이들에게는 위기가 위기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혹한의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부유층은 경제 위기와 무관하다. 백화점의 연말 전반적인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명품코너 만이 호황이라는 것이 그 단적 예다.
경제위기와 무관한, 경제위기와 상관없는 계층이라! 가슴이 철렁한 소리다. 혹 오늘의 한국교회가 작금의 위기와 상관없는 집단이고,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현재의 어려움과는 무관하게 홀로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구가하고 있는 예외 집단이지는 않은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마침 지방의 어느 교회가 얼마나 이웃 사랑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열심히 했던지 공영방송에서 상당히 길게 지방뉴스로 보도되었다. 이를 본 동료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다행스러워 했을까, 이를 지켜본 이 땅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흐뭇하고 뿌듯하게 생각했을까. 그렇다. 빨간 자선냄비를 교회가 뜨겁게 달구자. 해마다 마감이 다가 올수록 경기를 탓하고 인심을 탓하다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던 기업들이 억지로(?) 올려주던 온도계도 금년에는 기업들조차 어렵다하니 교회가 나서면 어떨까? 교회라고 경제 한파에서 예외일 리가 없지만 이 아름다운 일들에 적극 동참하면 돌아섰던 교회의 신뢰도, 호감도, 교회에 대한 평판이 좀 나아지려나 싶다. 사실 연말연시 이 아름다운 이웃사랑 풍경은 기독교회의 성탄절과 떼래야 뗄 수없는 관계이다.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가지고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았던 교회의 풍속이 사회로 확산되었던 것이다.
마침 보건복지부 장관의 언급에 이어 청와대도 나서서 사회복지 모금의 형태를 기존의 공동모금회 외에 복수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참 교회가 자신 있게 한국교회연합의 이름으로 복지기금의 한 기둥을 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께서 크게 기뻐하시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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