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7.

반면교사(反面敎師)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2.19. 09:17:40 글쓴이IP: 61.248.225.100

오늘 우리사회에 화제가 되어있는 북(北)비밀송금(秘密送金) 관련사건은 국민 스스로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심한 자긍심의 손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OECD회원국이니, 국민총생산량이 세계 몇 위니, 금번에도 올림픽에서 세계열강과 겨루어 10위권을 유지했다느니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일들이다. 그 자랑하는 월드컵 4강신화의 열기와 질서와 긍지와 국민적 자신감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혹시’ ‘그럴까’ 하였던 국민적 의혹의 대부분이 정권교체기에 거의 사실로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건의 정점(頂點)에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있다는 강한 의혹에 이르러 극에 달한다.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국제무역을 통하여 살림을 꾸려가는 나라에서 이렇게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계시장에 상거래를 틀 수 있을까? 유력한 해외의 투자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고 또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비밀리에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시 만간기업의 대표자가 동석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 민간기업이 알짜배기 자회사(子會社)를 처분하면서까지 불법적 경로를 거쳐 어마어마한 금액을 북에 상납하였으며 이후 그보다 몇 갑절의 어마어마한 금액의 금융지원이 그 민간기업에 불법적 내지는 편법으로 이루어졌다는 이 연결고리들은 국민을 심히 분노케 하고 좌절하게 하며 슬프게 한다. 이 부정한 사실에 대하여 국민의 감정이 대단히 복잡하고 격앙되어 있다.
이는 그들이 즐겨 쓰는 말 그대로 「민족분단의 문제」를 ‘뒷돈 건네기’를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한 후 얼렁뚱땅 거짓 엉터리 장부 속에 감추어 두고는 관련기업에 천문학적 숫자의 특혜를 준 한 편의 계획된 범죄이다. 이런 나라를 국제사회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볼 지가 불문가지이다. 그보다 앞서 상처난 국민의 감정과 아예 뿌리째 흔들려버린 국민적 도덕성은 또 얼마나 오래 공들려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이런 범죄를 두고 ‘통치권’이니 ‘국익’이니 하고 변명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저들의 민주주의 수준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덩달아 그 밑에 있는 사정기관들의 태도역시 국민들을 너무도 허망케 한다. 그야말로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시류를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일언하여 사회지도층이 썩어도 너무 썩었다. 지도자들로부터 일반국민에 이르는 부정직함과 도덕성의 타락 물신주의와 한탕주의는 원칙과 정도(正道)와 이해와 설득과 투명성이 실종된 정치권의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침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일차적으로 모든 것을 한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이런 때에는 교회도 정신을 바짝 차려 국민적 관심사 내지는 민족의 문제에 대하여 정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묻는다. 교회역시 오늘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 배후에 지도자들이 있다. 초대형 교회들의 사회적 교회사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시금 교회지도자들의 쇄신된 모습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최대형교회의 지도자들이 제대로 본을 보여야 한다. 철저하게 성경을 닮은 성경적 교회를 이루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하고 바른 교회, 바른 지도자상을 찾고 있는 수많은 교회들 앞에 주님이 보여주신 희생과 솔선수범 광야생활 같은 섬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