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7.

얀 후스와 베뢰안 <시론>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03.12. 17:53:11 글쓴이IP: 58.239.251.15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인기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세간에 그 이름이 꽤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거기는 낭만적인 드라마의 기억과는 달리 프라하를 방문하는 개신교도들의 가는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다. 그것은 프라하 구(舊)시가지 광장 중앙에 있는 15C초 로마 카토릭 교회에 의해 화형에 사라져간 초기 개혁자 얀 후스의 순교 50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얀 후스 기념동상이다. 가는 곳곳마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던 인물들의 동상으로 숱한 유럽에서 다시 ‘아, 여기가 얀 후스를 낳은 체코의 프라하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방문객은 곧바로 전율할 수밖에 없는 교회개혁의 역사와 직면하게 된다.
연말연시 목회자로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노라 방문지에 대하여 미처 충분한 예비지식을 준비하지 못했던 필자는 뜻밖의 개혁 대 선배의 동상 앞에서 옷깃을 바로하며 마음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다. 얀 후스가 누구였던가?
얀 후스(1369~1415.7.6)는 당시 로마교회의 타락과 성직매매 등의 세속화 그리고 성경으로 부터의 이탈을 비판한 것으로 인해 1411년 교황 요하네스 23세에 의해 파문을 당한 뒤 이어 1415년 콘스탄트 종교회의에서 화형을 당한 작가요 프라하대학의 총장을 지낸 신학자이다. 독일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1517.10.30)보다 무려 100년 이상 전에 있었던 사건이다. 그는 자기보다 앞서 교회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존 위클리프에게서 영향을 받아 루터의 종교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종교개혁 전(前)세대 개혁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당시의 후스사건은 그렇게 끝나지 아니하고 정치적 국가적 이익과 얽혀 폭동과 폭동의 진압으로 발전하면서 1419년부터 34년간의 후스전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무려 500년도 더 전에 있었던 대 개혁자의 역사를 회고하며 생각에 잠겨들던 개혁자의 후손은 바로 이 후스동상을 둘러싸고 있는 구시가지 한쪽의 구(舊) 시청사(市廳舍) 앞 도로바닥에 그려진 흥미로운 십자가 문양과 글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1621. 11. 21」이라는 숫자와 27개의 십자가 문양이 그것이다. 이것은 후스의 입장에 동조하였던 추종자들이 로마카토릭교회와의 시청 앞 광장 전투에서 장렬히 죽임을 당한 것을 기념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거역하므로 홍해를 건너지 못하고 바다에 수장된 것과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므로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하고 광야의 삶에 그쳐야 했던 반역과 불순종의 역사가 후대 교회에 거울이 되어 경종을 주듯 종교개혁 전 시대의 이같이 장렬한 역사는 다시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추어 보게 한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베뢰아사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까를 암시해 주고 있었다.
신앙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이다. 최초의 순교자 아벨에서부터 마가랴의 아들 사가랴까지 그리고 다시 스데반을 비롯하여 요한을 제외한 열한제자 전원이 순교하였다는 교회의 전승과 같이 그리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해오는 순교의 역사같이 신앙의 역사는 그 수를 다 셀 수 없도록 이어져간 순교자들의 피로 충만하다. 죽으신 주의 은혜와 주가 당부하신 복음 증거의 사명을 위하여 지금도 세계도처에서 거룩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교회역사의 실상이다. 이는 주가 천사장의 호령과 나팔소리로 오시는 그 영광의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베뢰안이 된지 20년이 지났다. 애시 당초부터 ‘베뢰아는 이 시대의 신앙개혁운동이다.’ ‘베뢰안의 삶은 사명자의 삶, 순교자의 길이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진리가 무엇인지를 물으나 진리에 대하여 닫혀있고, 마침내 폭도들의 손에 진리를 넘겨주었던 2000년 전의 정권과 민중과 자기역할을 상실한 종교지도자들같이 지금도 황폐와 반역과 무지가 교회 안에 만연하다. 지역과 상관없이 전세계교회가 별로 다를 바 없다. 이의 개혁을 위하여 시무언이 베뢰아라는 깃발을 들었고 나와 동역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 후스가 이단으로 정죄를 받았을 때 남겼던 말이다. “오 하나님 그리고 주님! 당신은 우리가 심하게 억압당할 때 언제나 기억해야할 모범으로 의로운 심판자로서 당신의 아버지 앞에 당신의 명분을 밝히신 이래로, 이제 공의회는 바로 당신의 행동 그리고 당신 자신의 법까지 이단으로 정죄하나이다.”
프라하 광장 중앙에 결코 외롭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와 같이 시무언이 거기에 있고 그와 함께 나와 나의 동료들이 거기 27개의 십자가 같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얀 후스의 동상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