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4.

국민을 무안케 하는 선거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7.12.05. 23:31:28 글쓴이IP: 58.239.117.169

오는 12월 19일은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권력투쟁이기도 하지만 국민적 축제이다. 얼른 보면 치고 박고 싸우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 각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지평을 따라 지지하는 후보를 위하여 후원금을 기탁하기도 하고, 지지하는 정치 이념의 실현과 발전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열정을 바친다. 그러다 이기면 자기 일같이 환호하고, 지면 지지하던 후보와 함께 아파하면서 이를 즐긴다.
그러나 금번 이 나라 대통령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으로 국민을 창피스럽게 만들고 있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치가 그저 그런 자들의 망나니짓이라고도 하지만 화가 나서 하는 말이지 어디 그런가. 대통령에게 주어진 역할이 어딘데 이건 해도 너무 하다. 아무리 지성(知性)으로 흥분을 가라앉히며 참으려 해도 국민의 인내와 이해의 한계를 넘어섰다.
1년 사이에 별별 이상한 논리를 개발하여 지지고 볶으며 서로 헐뜯고 헤어지고 하기를 세 번 네 번 정신없이 하더니 도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내용인즉 실패 정권, 무능당의 이름 세탁이었다. 자체 경선이라고 형식은 갖추었으나 어떻게 나라를 이끌겠다고 제대로 토론하고 능력이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도 끝나지 않았다.
금번 대선은 역대 대선사상 최고로 12명의 후보자들이 나섰다. 양당제도가 주는 장점이 있고, 다당제의 장잠이 또 달라 굳이 양자대결이 옳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후보가 나선 실제 내용은 대선에 이어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염두에 둔 얼굴 알리기임을 국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등록 마감일이 지나 사퇴를 해도 투표용지에 등재된 이름자를 지울 수도 없는 불과 15일 남겨둔 이 시점에서 후보자들의 합동연횡 새판짜기가 한창이다. 후진국도 이런 후진국이 없다. 명색이 OECD 가입국으로 세계교역 10대 강국이라는 나라가 국민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집권여당이라는 공당(公黨)에서 결전 보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출전 선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니 국가의 미래를 두고 무슨 정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으며 정책을 두고 갑론을박 나라의 장래를 고민해 볼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던 일이다. 오직 권력쟁취만이 지고(至高) 지선(至善) 이었다. 매니패스토니 하여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해보겠다고 나선 시민단체들은 아예 닭 쫒는 개가 되어 버렸다.
대선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전면전이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투쟁의 살벌한 전장(戰場)에서 세력을 불리기 위해 다른 쪽과 짝짓기 하는 것을 나무라기도 그렇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 이런 모든 일의 한계는 후보등록 전까지여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있는 논리 없는 말을 다 계발해서 상대방을 보고 ‘사퇴해야 한다.’ ‘자신이어야 한다.’ ‘나에게 맡겨 달라.’ ‘나를 한번 밀어 달라.’고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특정후보와의 연합을 선언하고 지지를 표방한다. 코미디도 이런 블랙코미디가 없다. 완전히 국민 유린이다. 쓰레기 같은 양심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는커녕 아주 상종을 못할 사람들이다. 실은 처음부터 당선 가능성이 전무한 사람들이었다. 처음부터 내년 총선이나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몸값을 위해 대선 무대를 이용하려는 뻔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만일 그렇다면 적어도 완주라도 해서 그릇만큼의 쥐꼬리 지지로 국민적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5,000역사의 전승을 이어 5년 임기의 국정 최고책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자신의 계획과 비전을 논하지도 않고 길거리서 춤이나 추고, 아무나 끌어안고, 정신없이 굽신거리고만 해서야 어떻게 뭘 믿고 찍으라는 말인가. 국민에 대한 모독도 이에 더할 수 없을 정도이다. 국민의 이름으로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국민이 멀쩡하게 살아있고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 것을 저희들 망언같이 ‘노망들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