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7.

구주가 오셨다!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7.12.18. 23:59:11 글쓴이IP: 58.239.117.169

누가복음서의 저자 누가는 직업이 의사다. 의사라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육체, 특별히 질병을 관리하는 대단히 합리적이고 과학적, 논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그가 쓴 누가 복음을 읽다 보면 합리와 신앙 사이에 고심했던 저자의 노심초사(勞心焦思)가 느껴진다.
그가 뭘 쓰려 했을까는 자명하다. 그는 사람의 형체를 하고 오신 그 분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보여 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누가복음을 시작하면서 먼저 서술방식에 대하여 언급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 중에 생긴 이 이상야릇한 일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붓을 들었다. 나도 이 모든 일의 근원부터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던바 데오빌로 각하에게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아 자세히 차례대로 이 글을 쓰려한다.’ 역시 의사답고 합리적인 그 다운 태도이다.
이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에 자신이 메시아 내지 이스라엘의 임금 내지 구주라 하여 많은 사람을 선동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어떤 이가 있다 하면 이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군(軍) 사직당국이든 공안사건에 해당된다. 국가 안보와 사회질서 유지에 직결된 사건이다. 공안 보안사범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관하여 보다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정보국장이든지 국정원장이든지 최소한 지역의 보안책임자이다. 누가가 데오빌로 각하라는 예수에 관한 자세한 내력을 보고 받을 필요가 있었던 사람이 대강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를 헤아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이 왕이라 하고 이스라엘의 구주라고도 하며 수많은 무리들을 이끌고 다니는 사람에 대하여 정확하고도 바른 보고를 받아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누가복음은 이런 배경에서 쓰여 졌다. 그런 의미 누가복음은 복음서라기보다 역사서요 보고서이다. 마치 5W1H에 의거 누가 언제 무슨 일을 어떻게 한지에 대하여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누가복음은 믿고 안 믿고 할 여지가 없는 책이다. 그 자체로 사실 보고였다.
그 누가복음의 저자가 만난 첫 번째 과제가 나사렛 예수의 동정녀 탄생이다. 믿으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여간 난해한 일이 아니다. 의사요 과학자가 아무리 믿음이라고 하지만 말 같은 말을 해야지 어찌 남자를 알지 못한 동정녀에게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을까. 누가는 이를 설득할 어떤 논리도 계발해 놓지 않았다. 계발할 수 가 없다. 이를 위해 가능한 논리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는 담담히 있었던 그대로를 기록하므로 자신의 믿음을 대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예수라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 사가랴와 엘리사벳이라는 아주 경건한 명문가 제사장 집안의 이야기며 2장과 3장 초두에 가이사 아구스도와 디베료 가이사와 당시 총독과 분봉왕들의 이름이 모두 사료(史料)이다. 이 모두 누가의 고심, 누가의 열정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기술(記述)들이다. 이게 다 무엇인가? 우리를 위하여 동정녀의 몸에서 구주가 나셨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역사적 사실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믿고 안 믿고 할 일이 아니라 그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수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인물이 아니다. 아직도 여전히 휴전선 이북의 북한 동포들 중에는 ‘예수가 뭐냐’ ‘예수가 누구냐’ ‘그게 뭐냐’ 라고 할 이들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이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세상에 보내신 우리의 구주이다. 이를 두고 마땅한 예를 갖추지 않는 세상을 향해 불평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구원은 모든 자의 것이 아니다. 이를 듣게 하시고 보여주시고 알게 하시고 깨닫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성탄절을 맞아 누가가 전해주고자 고심했던 주님을 다시 묵상한다. 영벌에 처해 죽어야 했던 우리를 위하여 세상에 오신 그분을 무한히 만끽하고 그에게 경배와 찬양과 감사와 헌신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