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신앙과 생활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01.23. 00:07:43 글쓴이IP: 58.239.117.169

「신앙생활」은 하나의 단어이지만 「신앙」과 「생활」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둘은 하나의 개념으로 통일되고 조화를 이뤄야하면서도 둘 사이에 갈등과 위기를 갖기도 한다. 신앙은 인간이 스스로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전적으로 구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의지하는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요 선물이나 생활은 내가 힘쓰고 애써 이뤄야 하는 개인의 몫이요 공로이다. 신앙이 털끝 하나 인간의 의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생활은 그만 못지않게 구체적이고 실천적 삶을 요구한다. 신앙이 인간의 행위로부터 나오는 의를 무섭게 초월하여 사람이 이룰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구한다면 생활은 결코 인간을 초월하지 않는다. 생활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이다.
태안 앞바다 유조선 충돌로 인한 기름 유출사건이 뜻밖에도 한국교회에 이 둘의 긴장과 조화를 되돌아보게 하는 묘한 계기가 되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한 번의 해프닝이 아닐까 하지만 정부에서 태안 앞바다 기름 누출 사고로 인한 오염제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 대하여 노벨평화상 추천을 고려하고 있다 하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오염된 지역으로 향하는 전국민적 자원봉사의 열기가 충천하였다. 서해안만 아니라 전 국민이 내일같이 여겨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서해안 태안반도로 몰렸다. 뜻밖의 어려움 중에도 국민적 저력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사건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바로 이때에 한국교회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먼저 한국교회의 큰 지도자들이 앞장을 섰다. 초대형교회에서 평소에는 쉽게 가까이 인사조차 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연세 지긋한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여 해안을 오염시킨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작업복을 입고 진지하게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급효과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할세라 교회의 규모에 상관없이 크고 작은 교회들이 계획을 세워 봉사대열에 참여하였고 이는 한국교회의 오랜 전통으로 이어지는 겨울 방학을 이용한 수련회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많은 교회들이 아예 겨울 수련회를 대신하여 태안 앞바다 자원봉사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이다. 보통 큰 변화가 아니다. 여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욕을 얻어먹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너무 이기적이다는 것이었다. 세상이야 어떻게 되었든 자기들만 알고 내세만 떠들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교회가 국가적 재앙을 맞아 두말 않고 솔선수범하여 대규모로 환경파괴의 현장에 사랑과 회복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니 놀랄만도 하였다. 물론 이는 태안 앞바다만도 아니다.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결과적으로 타종교에 비하여 호감이 떨어진다는 여러 진단과 보고서들이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 여러 영역에서 교회의 역할이 눈에 띄게 늘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동포들의 영혼구원이라는 선교적 차원이라 할지라도 민간차원의 대규모 대북지원이 좋은 예이고, 헌혈과 같은 생명과 관련된 사업에는 어김없이 교회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주님께서 친히 말씀 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가 바로 그 말씀이다. 세상은 교회안에 있는 믿음의 비밀을 엿볼 수 없으나 교회의 드러난 행위는 보고 판단한다. 예수 그리스도로 의롭다함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으로부터 핍박과 조롱을 받고 환난을 당하는 것도 역사의 한 측면이었으나 칭송을 듣고 경외함을 입었던 것도 사도행전 시절 교회의 뚜렷한 특징이었으며 한국교회의 역사이기도 했다. 교회는 영혼의 소중함과 영혼에 대한 교회의 진실한 사랑 때문에도 세상에 대하여 더 겸손하게 더 진실하게 섬기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복음전도의 사명을 감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