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내부고발의 윤리와 교훈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01.16. 00:22:35 글쓴이IP: 58.239.117.169

세계적 기업 삼성에 대하여 호(好) 불호(不好)간 개인적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굴지의 세계적 기업이니만큼 이제는 경영의 투명성이나 기업의 윤리성도 그만한 수준에 이르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소박한 바람이자 기대이다. 사실 삼성을 비롯하여 세계시장에서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있는 대기업들에 대하여 국민들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다. 세계 최빈(最貧)의 국가에서 탈출하여 자랑스런 세계시민국가가 되기까지 이들 기업들의 역할은 국민적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주요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낯익은 브랜드에 해외를 여행 중인 국민들은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의 패기와 노력에 뜨거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라 바깥에서의 일이다. 국내에 들어오면 분위기가 싸늘하게 바꿔버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경유착의 흔적들과 적법을 가장한 부와 경영의 세습화 그리고 배후의 비자금 의혹 등은 국민들의 원망을 사기에 넉넉하다.
어제도 삼성특검팀이 삼성의 성역으로 여겨지는 총수의 집무실인 승지원(선친인 고(故)이아무개회장의 뜻을 잇는다 는 뜻)을 비롯하여 8곳을 기습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왕 제기된 국민적 의혹을 해결해야겠다는 특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겠다. 그러나 이를 저녁내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더욱 압수수색을 하는 특검의 활동 보도에 이어 곧 의기양양하게 마치 정의의 사도 같이 자신 있는 얼굴로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있는 인물이 보였다. 바로 삼성비자금 문제를 최초 언론에 폭로한 모 변호사이다.
자신이 짧은 시간에 천문학적 봉급을 받고 있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대한민국 경제정의에 대한 무슨 사명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받았는지 이를 폭로하고 있는 그는 검찰청을 활보하며 언론을 상대하고 있었다. 정의와 불의 선과 악, 조직원으로서의 책임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지 엄청 헷갈리는 장면이었다. 국민들은 누가 뭘 얼마나 잘못했는지 아님 저이의 행동이 저렇게 정의로운 것인지 무척 혼란스럽다. 이는 특정재벌을 비롯한 재벌들의 비리와 불법 탈법을 관행이니 부득이함 혹은 국가이익을 위해 언제까지 눈감아주라는 말이 아니다. 이미 그렇게 어두운 시대는 지났다. 선이라고 일컫는 것에도 과정의 정당성이 있어야 할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성경의 원칙은 분명하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 예수님께서는 남의 눈의 티끌을 보기보다 먼저 제눈의 들보를 빼라 하신다. 털어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우리네 격언과 다를 바 없다. 오직 죄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의롭다함을 받을 수 있는 인간이다. 이는 개인이든 법인이든 마찬가지 이다. 사회정의를 위한 고소 고발이나 폭로나 양심선언 같은 것도 더 진지해야 하고 겸손해야 하고 자기 성찰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최초의 선한 동기마저 의심을 받고 궁극적으로 사회정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내부 고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같은 폭로에 앞서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순화과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내부고발 내지 퇴직 퇴사 후의 폭로전은 사회 불신을 조장하고 불의를 더 음성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우리사회도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단계에 올랐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더불어 폭로와 고발도 더 높은 격조를 갖춰야 할 것이 요구된다.
그럼 교회는 어떠한 가? 아직까지는 검증과 확인의 무풍지대에 놓여있는 교회들이다. 특별히 중대형교회들의 재정관리의 투명성이나 합리성이 제도적으로 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털어도 먼지 나지 않을 만큼을 요구하는 세상 앞에 교회는 더 온전해야 주의 영광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