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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스토리는 수십 년 전 어느 분의 간증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제 때 경성제대를 나온 엘리트여성이었다. 명문가의 딸로 당신의 남편도 의사였던 이가 한때는 김구선생을 만나 정치에 입문하라’는 권유도 받았으나 예수를 알고 오직 교회밖에는 아는 것이 없도록 신앙생활을 하신 분이다. 오래 전 그녀가 했던 말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디 목사님 설교가 좋니 나쁘니 하느냐. 그때는 호롱불 아래서 영수님(초대교회 당시 장로도 아닌 교회의 어른)이 띄엄띄엄 성경만 읽어 내려가도 아래서는 흐느끼는 이가 있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어떻게나 감동을 받았던지 이렇게 오래토록 가슴에 간직해두고 있는 말이다. 성경에는 굉장한 언변 박식한 내용이 아니어도 감동되어지는 별도의 코드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전도사 시절을 지나 계속해서 공부를 전전하며 목사가 되고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도 예의 그 성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우리말 번역성경으로부터 시작되기가 보통이다. 혹 대학생들 중에 영어를 아니면 전공하는 외국어를 더 잘하기 위해 ‘무슨무슨어(語) 성경공부반’같은 것이 있어 외국어 성경을 먼저 접할 때가 있기도 하지만 이도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그 역시 하나의 번역성경일 뿐이다. 이렇게 하나의 번역성경을 읽고 신앙생활을 하다 교회생활에 열심이 나고 또 외국어도 배웠던 참이라 영어성경 라틴어 독일어 일어 중국어 비브리아 헤브라이카(히브리어성경) 헬라어 70인역 -필자가 가지고 있는 성경만도 이렇다-을 참고로 하다 우리말 성경에서 취할 수 없었던 뉘앙스를 발견하고는 ‘아 그랬구나!’하고 또 다른 번역성경 혹 원어성경의 유익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나뿐 아니라 흔히 있는 일이다. 특별히, 몇몇 곳에서 기존의 신학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주장을 하는 시무언의 신학적 입장은 성경원어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 거의 필수적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이건 영락없이 ‘원어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가능하고 ‘원어를 모르면 성경을 바로 알 재간이 없구나!’하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이 점 필자 자신도 시무언 신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고 원어에 능통한 학자들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하여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쓰였다. 주님은 아람방언을 주로 하셨을 것으로 짐작되고 신약성경은 대부분 당시의 국제어였던 헬라어로 쓰였다. 이것이 원래의 성경이다. 이 원래의 성경이 여러 나라 말로 번역이 되었다. 우리말 개역성경은 아마 일부 헬라어, 히브리어 성경을 참조는 했겠으나 영어를 바탕으로 번역된 중국어와 영어성경을 놓고 우리말로 번역이 되었다. 이도 지면상 아주 대충 설명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말 성경은 영어, 중국어, 헬라어, 히브리어-도대체 어떤 역본이 참조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여기서 알 길이 없다는 것은 짧은 역사이다 보니 어떻게든 당시의 선교사들을 추적해 올라가면 알 수도 있겠으나 원어 성경 자체가 여러 역본들이 있다는 말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손에는 달랑 한권의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쥐어져 있지만 이 성경의 번역사를 보면 꽤 복잡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진짜 약과이다. 성경 정경사로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건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한다. 참고로 오늘날 신약사본만 해도 5000개 이상이 존재한다. 구약성경의 원자료인 가죽이나 파피루스부터 시작하여 이따금 설교에서도 들을 수 있는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이사야서 사본이니 구약성경의 헬라어 70인역과 아람어 벌게이트역 등의 번역본이나 신약의 시리아 번역본, 애굽번역본 등등 이런 이론들로 들어서면 하나님의 말씀인 우리말 성경에 대하여 ‘이게 진짠가?’ 하는 회의가 들 지경까지 가게 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어느 땐가 킹제임스 버전 왈가왈부했던 것은 아예 코미디 수준의 논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최고의 성서학자라 할 수 있는 이는 이를 두고 ‘저들이 저렇게 믿는(?)것은 말릴 재간이 없다’고 했다, 그것은 학문적 논의라기보다 차라리 ‘성경신앙’의 문제로 전락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언제나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다. 필자는 지금도 원래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그 문자, 그 쓰여진 문서의 역사적 배경과 당시의 환경 그리고 당시의 어법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이 있다. 이는 바른 성경해석을 위한 기본적인 요구요 자세이다. 그러나 소위 패러다임을 바꾸어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문학작품인 시나 소설도 읽는 이, 듣는 이의 환경과 형편과 기본적인 자질과 자세에 따라 감동과 적용과 느낌이 다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는 음악이나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왜 감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작품을 대해도 사람마다 그 감동이 다 다르다. 절대개념으로 치면 완전히 같은 사람은 단 한 경우도 없다. 하물며 동서고금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누구든지 대하는 성경에 대하여 원어가 어떻고 당시의 풍습이 어떻고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하면 과연 성경이 의도하는 같은 뜻에 이를 수 있을까? 더욱 그렇게 해서야 누가 과연 성경을 읽고 구원의 자리에 이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현대 성경해석학에서도 이 같은 반성이 반영된 학설들이 나오기도 했다. 신앙생활의 현장에서는 사람마다 전혀 엉뚱한 대목에서 감동을 받고 성경을 이해한다. 그의 실존적 삶의 정황에서 딱히 그 본문은 그런 뜻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는 거기서 자기 인생을 해결하고 답을 찾았다. 그게 왜 문제가 되겠는가? 그래서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하되 동시에 성령의 조명하심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원어를 몰라도 그 시대의 배경을 몰라도 본문의 전후 문맥을 몰라도 상관없다. 원어 역사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발 이 표현에 대하여 오해가 없기를!- 예수님께서 구약을 인용하시는 장면에서도 같은 일면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그렇게 감동을 받고 그 본문에서 예수를 경험하였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면 만사가 해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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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원어의 함정(주일신문 시론)
인간의 모습을 하신 하나님[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