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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내가 돌아올 수 없도록 강성 베뢰아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자문해 본 적이 몇 번 있다. ‘개신교신학’이라는 타이틀도 그렇다. 정통 기독교신학을 개신교회 내부에서 ‘기독교신학’이라 명명하지 -로마교회나 정교회가 아니라면-‘개신교신학’이라 하지는 않는다. 만일 애써 그렇게 객관화한다면 벌써 모종의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실은 내가 그렇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니 만큼 쉽게 건드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찍 기독교회에 입문하고, 회심을 경험하고, 일반대학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설득해 가면서 신학교를 선택하고, 급기야는 ‘이단’혹 ‘사이비’ 아닌가 하는 집단의 한 사람이 되기까지 언제나 배경은 똑 같았다.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었고, 그때마다 더 분명하게 성경이 보였고, 신학의 세계가 읽혀지고, 사람과 사물 신과 우주의 베일이 조금씩 더 벗겨졌다. 일언하여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보니 침례교회의 일부에서 ‘침례교회는 개신교회가 아니다’고 빡빡 우기는 것을 보고 그 심사를 알 듯 하면서도 ‘도대체 왜 저러나?’ 했었는데 어느 덧 내가 그렇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를 교통정리 하는 것 또한 꽤 복잡한 작업이어서 본 난의 임무는 아닌 듯싶다. 같은 맥락에서 베뢰아는 이러이러해서 개신교회가 아니다 는 주장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럼에도 어떻게 개신교회가 아닐 수 있느냐 너희는 땅에서 솟았냐 하늘에서 내려왔냐 고 그 연원과 출신 배경을 따져 묻는다면 일단 개신교회의 역사와 전통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이 둘 사이에 꼼짝없이 갇혔다. 그러나 어쨌든 내게는 내가 태어났고 성장했으며 몸담았던 개신교회, 개신교신학을 객관화 시켜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만은 사실이다. 시작해 보자.
요즈음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정국의 분열이 염려스러울 정도로 극심하다. 이런 분열의 중앙에는 서로 ‘다른 소리’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정의 책임자는 이런 딴소리하는 사람들을 공동의 장으로 불러내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파열음이 난다고 이해를 시키고 이 서로 다른 소리를 조정해야 하는데 국가최고 책임자부터 분열의 한쪽 편이 되어 코드만 맞추고 있으니 바벨탑의 혼란이 따로 없다. 이런 정황에서는 국민통합이니 총화를 이룰 재간이 없다. 아무리 자리를 같이 하고 밥을 먹어도 전혀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만 하고 있는 셈이다.
신학의 세계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기독교신학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신학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종합적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안력(眼力)이 짧은 것이다. 대부분이 기독교신학의 어느 곁가지에서 툭 튀어 나와 듣든지 말든지 자기 이야기만 하고 사라진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대설교가도 그렇고 괄목할 만한 학자도 그렇다. 16C 종교개혁이후의 기독교신학 곧 개신교신학은 16C적 정황에서 논의되고 확립되고 정의되고 자리잡은 이론들에서부터 신학을 시작한다. 이는 신학의 한계요 현실이다. 문제는 기독교신학을 수립함에 이러한 16C적 배경에서 도출된 결론들을 너무 기정사실화 한다는 것이다, 그야 제 눈에 안경이라 하듯이 16세기 종교개혁의 격랑 속에서 논의된 것들은 그것대로 옳을 수밖에 없다. 옳아서 옳다기보다 그때는 그것이 중요했고 그것을 관심했다. 당시는 그것이 신학의 전부였다. 그런 의미 16세기적 정황은 거대 로마교회와 대항하여 생존이냐 죽음이냐의 기로에서 애시당초 기독교 신학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겨를이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성경으로 돌아가자- Sola Scripture(오직성경)’ 는 구호가 있었지만 이조차도 원칙론적이고 제한된 의미의 슬로건에 불과했다. 당시의 절박한 정황에서 그러기만 했겠는가 마는 결과론적으로는 그렇다. 로마교회와의 생사를 건 투쟁이라는 현실은 로마교회가 야기한 -그나마도 Hot issue!-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개혁자들의 신학이라는 것은 로마교회의 문제점에 제한될 수밖에 없는 반사적 한계가 있었다. 이는 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루터만이 아니라 오늘 개신교 신학을 집대성한 칼뱅이나 그 외의 개혁자들도 마찬가지 이다. 그들은 투쟁의 전선(戰線)을 성경 전체로 확대할 의사가 없었다. 이는 루터와 쯔빙글리가 당시 재침례교도들이 제기한 지극히 당연한 문제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외에도 개혁자들 대부분이 애당초 로마교회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진술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이렇게 발단이야 어떻게 되었던 종교개혁이 리포메이션(Reformation)이 되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성경만이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져도 영원토록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이요 기독교회를 기독교회 되게 하는 유일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신학의 근간으로서의 ‘성경’의 허실에 대하여는 다른 기회에 꼭 살펴 볼 계획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당시 드러난 논쟁들은 지극히 제한된 것이었다. 거기에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목숨을 걸고 죽이고 죽임을 당했다. 이렇게 오늘 기독교신학이라는 개신교신학은 태생적으로 역사와 시대상황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그때 논의되어지고 자리잡은 것들을 너무 기정사실화 하고 정당화하고 교리화 교조화 하였다. 그것은 중세 1,000년 이상 왜곡되어 왔음에도 전면 개혁하지 못한 채 그리고 다시 500년이 지났다. 이것이 오늘의 기독교신학이다.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을 기준으로 한 원점에서가 아니라 교파가 발생한 역사적 정황에서 기독교신학이라는 논의를 이어왔다. 그리고는 이런 이상한 태도에 대하여 별 무신경이다.
그리고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때는 성경다운 성경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성경 자체가 희귀했다.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뛰어난 학자들조차도 이 사실을 그리 깊이 고려하지 않는다. 당시는 오늘날 처음 지천에 성경이 깔려 있고 성경의 내용이 환히 세상에 노출되었던 때가 아니었다. 성경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없었다. 공관복음의 내용이 같지 않고 조금씩 다르다고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으로부터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의 신학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발견된 것이 15세기 중반이다. 그러나 이 역시 오늘날과 같은 대량생산 체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는 루터에 의해 성경이 독일어로 완역되면서 비로소 성경이 돌아갔다. 곧 당시 성경은 대단히 희귀한 책이었으며 읽기 어려운 책이었음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개신교신학을 논의 할 때 이러한 사실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 듯하다. 한 마디로 종교개혁자들의 수고와 헌신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칼뱅의 기독교강요와 방대한 성경주석조차도 시대상황이라는 한계를 초월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끝으로 개신교신학의 한계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시 교회는 국가교회였다는 사실이다. 10세기 말부터 시작된 오토1세의 로마제국은 고대로마제국의 회복으로 간주되었던 소위 신성로마제국으로 19C초까지 계속 되었다. 당시의 제국은 교권(敎權)과 속권(俗權)이 혼재된 형태로 교회역시 국가교회였다. 중세의 몰락을 초래하였던 십자군전쟁의 동원, 성경 어디에도 없는 유아세례 등도 모두 국가교회였다는데 그 문제점이 기인한다. 주님이 세우신 참된 교회가 굴절되기 시작한 것은 콘스탄틴 대제에 의해 교회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인 것을 진정한 교회사가들은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교회의 승리가 아니라 교회타락의 시발점이었다. 교회와 신앙은 국가에 예속될 수 없는 것임이 간과 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유럽 여러 나라들은 십자가가 국기에 그려져 있고 종교세를 거두며 교회는 국가의 일정한 간섭을 받고 심지어 유럽연합(EU) 헌법에도 유럽의 기독교적 전통을 명시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그 유산들이다.
요약하면 개신교신학의 수립은 먼저 거대한 중세교회와의 전면전이라는 시대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성경이 환히 드러난 세상의 교회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더욱 그것은 교권과 속권이 엎치락뒤치락하였던 사실상의 국가교회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베뢰아신학은 하나님의 절묘한 경륜 가운데 복음의 투명성과 순수성이 마치 채로 걸러지듯 하는 반복의 역사에 이어 청교도를 통해 마지막 정화된 다음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제는 성경이 어떤 책이며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밝은 세상이 되었다. 누구든 성경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공간은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중세 같은 암흑의 세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개신교신학 그것은 편견없이 보아도 중세 로마교회와의 투쟁에서 이신득의(以信得義)의 구원론을 확립한 구원론 중심의 신학이다. 그러나 베뢰아신학은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실현하기 어려웠던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의 사실상의 원조이다. 그런 의미 베뢰아교회는 개신교회가 아닌 신약교회이면서 동시에 개신교회의 토양에서 자라난 참된 개혁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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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신학의 새로운 이해[베뢰아신문 신학산책⑦ ]
인간의 모습을 하신 하나님[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