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개신교신학의 한계(베뢰아신문[신학산책8])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5.09.21. 23:32:48 글쓴이IP: 61.103.154.206

‘신학산책’에 대한 필자의 입장을 졸고의 1회에서 밝힌바 있다. 신학하면 일단 무겁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전제하여 신학에도 ‘산책’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테니 그렇게 해보자는 것이 첫째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산책삼아 하는 신학 정도로 해보자는 취지의 글이었다. 결국 신학을 어렵게만 생각지 말고 누구든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는 중 신학에 대하여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 같은 맥락에서 ‘신학산책’이란 양복입고 넥타이 매고 여러 사람들이 째려보듯 주시하고 있는 무거운 분위기의 홀에서는 조금 무리일 수 있음도 인정해야겠다. 신학이라는 공통점이 엄연하기는 하지만 양복입고 넥타이 매고 산책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싶다.
‘개신교신학의 한계’ 혹 ‘기독교신학의 한계’라고 하면 대끔 ‘당신이 생각하는 개신교신학, 기독교신학이 무엇이냐’고 따지려 들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것은 수준 있고 고상한 이야기여서 정장하고 해야 할 이야기로 남겨두자. 여기서는 어렵지 않게 그려지는 개신교 일반의 전제된 신학적 입장정도라 하면 되겠다.
신학이 있기 전 먼저 성경이 있었다. 그 성경의 배후에는 사도들의 증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도들의 배후에는 예수와 그의 말씀이 있었다. 그런 뜻에서 성경은 철저하게 증거문헌이다. 원래는 예수님과 그의 말씀이었다. 이렇게 그와 그의 말씀이 신앙이 되고 성경이 되고 신학으로 발전되었으나 그와 그의 말씀은 정체가 흐려지고 신학의 설들만 난무한 오늘의 형국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신교신학’이라 하여 이를 지나치게 절대화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지 2,000년이 지나고 인류의 역사가 얼마인데 개신교신학이라고 해 보았자 그 역사가 5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 ‘개신교신학’ ‘기독교신학’하는 브랜드에 너무 기죽지 말고 얼마든 새로이 조명해 볼 수 있겠다.
첫째, 기존의 기독교신학은 신학의 출발점을 너무 창세기 1장에 제한하였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는 실수이다. 만물이 지음을 받고 인류가 창조되어야 뭐든 논의가 되는 것이니 신학의 출발점을 창세기로 하는 것은 얼마든 이해할 수 있다. 보다 신빙성 있게는 성경도 「창세기」로부터 시작하고 그것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므로 독자들의 시선과 생각을 창세기1장에 고정시켜 버린다. 나름대로 완벽한 신학의 밑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2,000년 동안 별다른 반성 없이 신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형식논리를 벗어나 조금 더 숙고하여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라’에서 이를 하나의 그림으로 이해하지 않고 ‘하나님’과 ‘천지창조’를 떼어서 볼 수 있었다면 ‘하나님이?’ 하고 ‘하나님’을 신학적 묵상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에서 ‘천지를 창조하신’은 수식어가 되고 ‘하나님’이 주어요 주체자인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었다면 영원하신 하나님의 존재와 함께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의도’에 대하여 더 깊은 이해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은 시행착오로 인하여 하나님에 대한 별다른 물음 없이 -그의 존재 그가 거하시는 그의 나라 그리고 그 나라의 종들 등등-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과 인간의 타락, 그리고 구원에 대하여만 집중하게 되었다. 곧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보기 전 피조세계에 시선이 고정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개신교신학에서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미명하에서 철저히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굳은 일도 마다 않으시는 종속적 위치로 떨어지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모든 것을 디자인 하신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하나님의 권능을 감안하여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화두를 만들어내기는 했으나 인간의 타락과 회복이라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발상과 내용을 면키는 어려운 그림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하나님을 인간구원의 수단으로 떨어뜨리게 된 결과는 심각하다. 신앙이 궁극적으로 인간중심적이고 이기적이 되어서 여차하면 하나님의 주권은 손상을 입고 하나님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다. 이 같이 종래의 기독교신학은 첫 단추가 자리를 잘못 꿴 격이 되어 이 모든 것 위에 계시는 하나님을 초월하고 세상의 것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시무언 김기동 목사는 인본주의 신학이라 명명한다. 이는 기존의 신학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의 성격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둘째, 기존의 기독교신학이 현실적으로 갖는 한계는 기독교신학의 ‘발원’이라는 16세기의 권위를 극복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16세기 종교개혁에 의해 시작된 기독교회에서 개혁자 루터와 칼뱅의 위치는 독점적이다. 특별히 사실상 개신교신학을 정립했다고 할 개혁신학(Reformed Theology)의 기초를 놓은 칼뱅은 오랜 세월 신학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신학의 모든 논의는 칼뱅에서 시작되고 칼뱅에서 마친다. 기독교신학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칼뱅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칼뱅에 앞서 개혁원조 루터가 있고 후에 감리교의 웨슬레가 있으나 루터와 웨슬레는 신학적 전통이 상대적으로 칼뱅에 비하여 약하다. 그리하여 개혁신학의 전통을 이어온 영국의 청교도를 비롯하여 미국의 근본주의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침례교회까지를 포함하여 나아가 20C 들어 큰 성장을 보여온 오순절교회까지도 결국은 개혁신학의 큰 범주 내에 있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신학의 배열이 그렇고 관심이 그렇다. 아이러니 하게도 종교개혁의 전통은 교회는 개혁되었기 때문에 개혁되어야 한다는 언제든 열린 개혁을 주창하나 실제로는 개혁정신의 실종상태가 몇백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칼뱅의 성경이해를 그대로 답습하는 보수 정통주의 진영만도 아니다. 19세기말 이후 성경에 대하여 보다 자유롭고 비평적인 입장을 취하는 진보적 계열조차도 양상은 마찬가지이다.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이 16세기 이후 신학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었고 따라서 이에 준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것’ 곧 ‘이단, 사이비’로 성토를 받는 풍토가 이어져 내려왔다. 칼뱅주의에 충실한 것과 성경에 충실한 것 하나님께 충실한 것이 동의어로 받아들여진 오랜 세월이었다. 아마도 천수백년 동안 계속된 중세적 전통과 더불어 싸워 승리를 거둔 개혁자들의 위세와 그들의 경건과 대단한 신학적 업적에 눌려 신학은 눈이 멀고 본래의 태도를 상실한 듯 하다.
셋째, 중세를 타파한 중세이후 서구사상이 그대로 신학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오늘의 기독교신학이 현재의 모습으로 고착된 것은 중세의 교권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암흑시대를 타파할 수 있었던 힘과 무관하지 않다. 그것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유럽에서 일어난 인문주의 계몽주의와 합리주의 등의 새로운 사상이다. 개혁자들 역시 그 시대의 사람들이었다. 교회의 억압에서 풀려난 인간의 자율적 이성은 새로운 세상의 신이었다. 그리하여 신앙의 영역에서조차 하나님에 대하여 인지하고 이해하고 아는 것이 신앙이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잘 체계화해 놓으면 신학이 되고 교리가 되어 다시 신학과 교리가 신앙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재단하게 되는 풍토의 신앙과 신학이 자리하게 되었다. 외견상으로는 성경이 판단의 기준인 듯하나 실상은 성경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구축한 신학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학을 신학되게 한 것은 성경이 아니라 중세적 압제로부터 해방된 이성과 합리였다. 이러한 시대적 특수성은 이성과 합리를 넘어 보아야 하는 성경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이점 왜 기독교신학이 종교개혁이후에도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역동적인 이해가 부족하고 성령론이 취약했던 가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런 태도들은 신앙을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생명력 있는 현장보다는 합리적이고 주지적인 분위기로 몰고 가고 세상의 학위와 지식이 신앙을 대신하는 것 같은 성경과 전혀 무관한 풍토를 만들어 놓기까지 하게 되었다. 곧 기독교신학의 구조와 관심, 내용 등 신학의 모든 것이 합리주의와 이성주의로 채색되었다. 이러한 학문적 태도는 새로운 교통수단과 지리상의 발견 등으로 동서양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동양적 직관과 감성이 서구문화의 기본틀이었던 합리주의를 도전하면서 기독교신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지는 작은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끝으로, 결국 상기와 같은 크고 작은 원인들이 얽히고 섥혀서 기독교신학은 성경을 근원적이고 전체적으로 보는 일에 실패하였다. 미사여구로 하나님을 장식해 놓아 하나님을 높이는 듯 하였으나 바울의 구원론이 중심이 되어 실상은 철저하게 인간이 높임을 받고 하나님은 인간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버린 구원론 중심의 단편적인 신학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현존하시는 능력과 천사와 악한 영의 문제와 관련된 영계와 하나님에 대한 많은 것이 신학에서 제외되었다.
베뢰아운동의 근간을 제공하는 ‘하나님의 의도 신학’은 이를 보완하고 있다. ‘하나님의 의도신학’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엉뚱한 말로 주님의 교회를 혼란하게 하나 기독교신학과 하나님의 의도 신학의 관계는 충돌이나 모순이 아니다. 둘은 부분집합의 관계이다. ‘하나님의 의도신학’은 인간구원의 중심이 되어있는 종래의 신학을 포괄한다. 더하여 하나님의 더 크신 뜻이 있음을 주장한다. 더 큰 우주관, 더 큰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이 포함된 신본주의 신학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