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칭기즈칸[주일신문시론]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5.12.27. 22:04:18 글쓴이IP: 203.240.185.236

최근 모 방송국에서 ‘칭기즈칸’이란 중국 드라마를 인기리 방영하고 있어 새삼 세간에 칭기즈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원명은 테무진으로 칭기즈칸은 ‘진정한 왕’이란 뜻이다. 이렇게 초원에 뿔뿔이 흩어져 약육강식을 끊이지 않던 몽골을 평정하고 이어 중국을 정복하여 원나라의 태조가 된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땅, 가장 많은 백성을 통치한 칭기즈칸이 디지털시대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995년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몽골의 칭기즈칸을 지목하도록 그는 단연 영웅 중의 영웅이다. 그에 대하여 살펴보자. 그는 무려 800년 전 13C초에 중앙아시아에서 중국대륙을 포함 서아시아 전역을 건너 유럽까지 그 치세를 넓혔다. 그는 문자가 없던 몽고에 비해 문자를 가지고 있었던 피정복자의 입장에서 후세에 남겨진 것 같이 단지 잔혹한 정복자가 아니라 그 당시에도 세계경영을 할 수 있었던 탁월한 능력의 통치자였음을 후대의 사가들이 밝히고 있다. 그는 외몽고 바이칼호의 한 겔(몽고의 전통천막가옥)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은 부족의 수령이었던 아버지 예수가이가 타르부족에게 독살되어 부족이 흩어짐으로 인해 험난하고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는 강인한 의지와 시의적절한 지혜로 어머니를 중심으로 아우들을 이끌어 부족을 재결합하고 당시 강세를 자랑하던 커레이트 부족의 완칸이 아버지 예수가와와 형제의 의를 맺은 것을 이용하여 그의 밑에서 세력을 키워 마침내 1189년경 몽골씨족 연합의 맹주로 추대되어 칭기즈칸이란 칭호를 받게 된다. 1201년 자다란부족을 비롯, 타타르와 커레이트를 토벌하여 동부몽골을 평정하고(1203년) 세력의 확장과 함께 커가는 군대를 개혁하여 서쪽 알타이 방면까지를 정복하여 1204년 몽골초원을 통일하였다. 그는 자신의 영역이 금나라로 확장될 초기부터 영도자로서의 그에게 관심이 있던 거란인 야율야해를 통해 당시 중국을 통치하고 있던 금나라의 문물에 관하여 듣고는 큰 호기심을 갖는다. 그 후로는 어디든 점령지마다 그곳의 발달된 문물을 수용하고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다스리도록 하는 혜안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소문을 통해 들은 사람들 중에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는 삼고초려의 자세로 인재를 찾아 자신의 세계경영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예컨대 당시 몽고는 문자도 없고 법도 제정되어 있지 않았으나 이방인을 통해 문자를 만들고 중앙집권적이면서도 점령지의 자치를 인정하는 각양 통치법을 제정하여 정복자들도 예외없이 이를 엄격히 지키도록 하고 특별히 영토를 확장하여 가면서 만나는 새로운 세계의 발달되고 세련된 문물과 기술을 중시하는 정책을 구사한다. 즉 그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주변을 강압하면서도 자기 민족의 단점을 잘 파악하고 인정하여 이민족의 등용을 반대하고 야유하는 측근들을 기꺼이 설득해 가며 발달된 문화를 수용하고 인재를 등용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1206년 그는 오논평원에서 다시 회의를 소집 씨족공동체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나라를 군사조직과 행정조직으로 새로이 편성하고 최정예의 친위대를 두는 등 다시 장래를 대비한다. 드라마를 통해서도 그가 점차 적절히 규모를 정비하고 키워가는 흥미로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즉위한 이듬해 다시 서쪽으로 눈을 돌려 서하를 정령하고 금나라를 침공하여 중도(지금의 베이징)에 입성하였다.(1215년) 그는 또 서아시아 이슬람 세계의 패자 호리즘제국(지금의 이란,이라크)과도 교역을 원해 대규모 사절을 보내었으나 이들이 잔혹하게 살해되자 이를 계기로 서정에 오르게 된다.(1219년) 이후에도 그의 정복여정은 계속되어 카프카스 산맥을 넘어 남러시아로 출동 러시아 제국의 연합군을 격파하고 이슬람 전 지역을 평정하여 이들 점령지를 아들과 공신들에게 맡겨 다스리게 하고 각 점령지의 학자와 기술자들은 포로로 데려 세계통치의 역군으로 활용한다.
13C초의 정복자 칭기즈칸이 오늘날 이렇게 각광을 받는 것은 세계는 그야말로 세계화 되어 버렸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더 넓어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세계경영의 적임자를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싶다.
방대한 그의 업적들과 특징들을 다 살피고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그에게는 빠뜨릴 수 없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초거대 세계기업인 미국의 GE나 윌마트 등이 몇십년 사이 무려 수백 배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들 회사들이 남에게 없는 기술이나 재력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고용관계를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지적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그것이다. 곧 이들 회사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화의 성공을 이룬 것은 일찍 세계화에 눈을 돌렸고 인사를 중시하는 기업경영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칭기즈칸의 리더쉽 중 으뜸은 그의 용병술이다. 그는 사람을 쓸 줄 알았다. 전해져 내려오는 그의 처세술 가운데 가족들 중에는 삼촌 백부 등이 몇 차례 배반하였던 적이 있으나 단 한명의 장수도 그를 배반하지 아니하였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에게는 뛰어난 군사전략과 강인한 지도력 외에도 비전을 공유하며 조직을 통합하는 패러다임이 있었다. 세계로 그의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든 그를 섬기기로 태도를 결정한 후에는 과거의 출신신분을 묻지 아니하고 중용하였으며 어디든 승리의 결과를 형제와 구분하지 않고 공정하게 이익을 공유하였던 그의 용병술은 부하장수들의 충성을 유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몽골은 말을 잘 사용한다는 기동력 외에는 뛰어난 어떤 것도 없던 민족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복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세상의 지식과 기능과 기술에 대하여 열려 있었고 그런 능력을 가진 자들을 중용했다. 새삼스레 칭기즈칸의 세계경영이 땅 끝까지 ’하나님의 의도‘를 전하려는 베뢰아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없는가를 묵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