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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혼돈이 있었으니 그때 땅은 공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들이 이를 순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째 날 ‘빛이 있으라’ 하시던 하나님께서 하루하루 차곡차곡 필요한 것들로 채우시고 이를 우주(Cosmos:조화,우주)라 하시더니 마침내 당신의 형상의 모양으로 지으신 인생에게 이 조화(Cosmos:우주)를 관리하게 하셨다. 이처럼 혼돈에서 조화로 이르는 것은 창조의 기본 질서이다. 한 생명의 일생도 그렇다. 아기는 세상에서 겪을 혼란과 무질서 혼돈을 예감한 듯 자지러지게 울면서 세상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의식 무의식으로 피해를 느끼고, 위협을 느끼는 그는 철저히 적자생존의 원칙을 익히려 든다. 혼돈의 오랜 시간이 계속된다. 아는 것이라고는 없다. 똥싸고, 오줌싸고 먹고 자고 하는 것은 물론 생각이 유치하고 지식이 유치하고 만사가 유치하다. 유치한 것만큼이나 혼돈은 끝이 없다. 아마도 그래서 일 것이다. 눈꺼풀이 제거되자 말자 이 끝없이 펼쳐진 혼돈의 미로를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운다. 루소(J.J.Rousseau)를 비롯하여 이따금 등장하는 자연주의자들은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무제약의 사회를 꿈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세상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국가든 사회든 더 많이 통제하고 질서와 체제, 관습을 요구한다. 차라리 어떻게든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야 말로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첩경이다. “배워야 산다.” 배워야 살아갈 수 있다. 마침내 습득된 질서와 지식은 혼돈을 종식시키고 안정(확신)을 보장한다. 비로소 동서남북이 보인다. 지식이 그렇고 경험이 그렇다. 이렇게 얻은 새로운 지식과 경험은 문명의 기초가 되고 이로 새로운 세상이 열려진다.
영적세계도 영역만 다를 뿐 거의 같은 구조이다. 무질서, 혼란과 혼돈이 일차적이고 배워서 깨달아 알아가는 확신이 다음이다. 돌이켜보면 그때마다 혼돈은 참혹했고 그것은 리얼하게 아팠다. 사방을 분간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운가? 그러나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본성의 소리를 따라 다시 배우고 익히기를 거듭 깨닫고 경험하면서 확신에 이른다. -이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혼돈의 끝에서 얻은 확신은 하늘을 찌른다. 이제 더 무슨 방황이 있으며 혼돈이 또 있으랴! 게임은 끝나고 세상은 평정이 된 듯 하다.
그러나 이도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 인생이었다. 제발 오해하지 말자. 당시의 혼돈이 미숙하고 이의 해법이 만족스럽지 못하였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말 아니다. 이 진실을 믿어주어야 한다.- 그때마다 그것은 너무도 리얼한 현실이었고 참이었으며 진리였다. 진실했으며 순수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진실하고 세상에 더 없이 분명한 확신이라 할지라도 100번이면 100번, 1,000번 1,000번이라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나같이 생각지 않는 나보다 더 많은 다른 나 -나와 달리 생각하고, 나와 다른 확신이 차있는 이들- 가 현실로 있기 때문이다. 더할 수 없던 확신마저도 양보를 강요당한다. 강요가 강요가 아니라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는 최소한의 양식이다. 그것은 확신의 흔들림이 아니다. 동요나 회의가 아니다. 이성의 문제이고 사람 사는 사회의 문제이다.
아, 너무도 많은 다른 “나”가 있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확신은 더 이상 확신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결국 진리니 인생이니 하는 것은 선택과 결단이다. 신께는 아닐지라도 사람에게는 그렇다. 하나님과 알라는 선택과 결단의 문제이다. 누구에게는 하나님이고 누구에게는 알라이다. 믿음도 선택이다. 나는 이를 선택하였고 다른 ‘나’는 저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확신하고, 혼돈을 넘어 조화와 안정을 찾는다. 당연히 그 확신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베뢰아사람이 된 과정도 이와 다를 바 없고 이후도 다를 바 없다. 나는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진리요, 옳다고 확신한다. 오늘도 30년은 족히 못 보았을 교회 후배로부터 소식이 왔다. 내 성품의 한 면을 기억하는 듯 ‘교단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침례”가 옳다고 확신하고 “하나님의 의도”가 성경의 골격이라고 확신하고 시무언의 교훈과 가르침이 성경을 정통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여태 그러하였듯이 난 진리 앞에 열려있다. 베뢰아와 하나님의 의도 보다 더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서로 변론해 보자.
같은 의미, 베뢰아는 교조적이어서는 안 된다. 시무언의 말씀을 받아 적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이 그러한가 하여 항상 성령의 조명을 받는 열린 확신이여야 한다. 그것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하고 객관성과 합목적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진리를 탐구함에 성실하고 정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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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확신사이(주일신문시론)
인간의 모습을 하신 하나님[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