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3.

국가 정체성을 바로 하라(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5.09.13. 19:45:13 글쓴이IP: 61.103.154.206

웃고 싶어도 웃을 수가 없고 어쩜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도 화를 낼 수 없는 이상한 형국이다. 최근 우리사회 돌아가는 꼴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말은 안 해도 이유는 다 알고 있는듯하다. 국민으로부터 대권을 위임받고 정권을 장악하였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경영을 해야 하는데 나라의 위상은 외부에서조차 서방8개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돌기까지 하는 경제대국에서 우왕좌왕 좌충우돌도 이럴 수가 없다. 이는 언제나 있는 불평분자들의 수군거림도 아니다. 멀리 외국을 순방중인 국가 책임자가 직접 비슷한 언급을 하였다. 나라 안에 수해와 대통령이 근심거리인데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중이니 기간동안은 조용하겠다는 말을 했다. 정말 이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화통하고 격의 없이 말을 한다고 하나 대통령은 그야말로 대통령이다. 당신이 취임이후 그렇게도 자리와 관련된 말을 자주 언급하였던 만큼이나 그 자리는 중요한 자리이다.
그럼 왜 대통령 자신도 인정할 만큼 이렇게 국민이 평안하지 않고 좌불안석이 되었는가? 많은 국민이 나라가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국민이 성숙하게 어른스러워 잘 견뎌내고 있다. 이런 징후들은 사방에 늘렸다. 한 예를 들어보자. 해방 60주년을 앞두고 느닷없이 인천의 맥아더 동상을 두고서 마치 해방 후 신탁통치와 관련하여 좌, 우가 격돌하듯 티격퇴격 거듭하더니 지난 주말에는 드디어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이것 정말 큰일 날 일이다. 쏟아져 나온 말들은 도대체 여기가 대한민국이 맞나 의아스러울 정도이고 어느새 나라는 좌파가 점령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백번, 천번 양보해서 급진적 민족주의자들의 통일론을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고 또 어떤 의미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반미나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시대의 흐름이 그렀다면 그것을 굳이 목숨 걸고 사수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D모 대학의 어떤 교수가 한 말은 기독교회로서 등골에 땀이 날 정도의 반 국시적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한 달 안에 통일이 되고 우리 민족이 그렇게 많을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 했다. 지당한 말이다. 그걸 모를 사람이 있는가? 북한 공산정권은 삽시간에 남한을 피로 물들이며 낙동강 앞에까지 쳐들어왔다. 겨우 부산만 남아 있었다. 나라의 존망이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그때 유엔 결의를 주도한 미국이 참전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래서 맥아더는 살인마요 처단해야 한다는 식이다. 도대체 그럼 그 통일은 어떤 통일을 말하는가? 그것은 대한민국은 날라 가고 김일성이 꿈꾸었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의 적화통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아무리 좌향좌한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하였기로서니 대한민국의 국법이 엄연한데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망측한 망언인가? 기독교회는 6,25동란 중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집단이었다. 수없이 많은 교회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소실되고 ‘쓰레기 더미에도 장미가 피는가’라는 유명한 일화가 나왔을 만큼 순결하였던 손양원 목사님 일가의 순교도 그때 일이었다. 한국기독교회는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의 말과 행동은 물론 그 주변의 사람들과 작금 진행되어지고 있는 일련의 수상한 제스처들에 주목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경각심을 놓치지 않는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지고 어떻게 자리잡은 나라인데 손 하나 까닥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 세상 만난 듯이 활개를 치고 있는가? 국정담당자들은 좌인지 우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헷갈리는 말로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고 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정권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이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국시(國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