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북한 봉수교회 진위 논란[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5.11.09. 17:29:11 글쓴이IP: 61.103.137.45

북한의 평양 봉수교회에 대한 논란이 확대일로에 있다. 어쩜 여태 뻔히 알고도 공론화하지 않던 금기사항이 이렇게 바깥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지난 21일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서경석목사) 주최로 “평양, 봉수교회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주제의 포럼이 계기가 되었다. 동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했던 서경석목사는 평양 봉수교회를 “가짜교회”로 규정하고 “봉수교회에 대한 지원과 교류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차제에 북한선교에 대한 재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금까지 사회 제반문제에서 보다 진보적 입장을 취하였던 서 목사가 봉수교회를 가짜교회로 규정하며 마치 극단적 보수주의자 같은 입장으로 선회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회의의 증언자로 나온 탈북자 김형식교수의 증언 때문이다. 그가 한 증언의 요점은 이렇다. 평양 봉수교회는 진짜교인은 쫓겨나고 기관에 의하여 선택된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교회로 이는 한국에서 방문하는 기독교인 및 외국인들로부터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제 대남공작에 종사하는 자들로 교인이 되면 외부사람과의 잦은 접촉으로 보다 나은 조건의 식량과 의복 등을 지급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봉수교회는 남쪽의 기독교회가 알고 있는 그런 의미의 기독교회가 아닌 단지 대남공작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가짜교회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당장 중단하고 방문 및 예배참석도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북한교회 진위에 대한 문제는 이후 이어진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하여도 더욱 명백하게 드러났다. 북한에는 봉수교회 외에도 1992년에 세워진 칠곡교회가 있다. 폐쇄 사회에서의 이 두 공식적인 교회에는 예배당이 있고 목사와 전도사외에도 직분자들이 있다. 한국교회는 1988년 평양 봉수교회의 개방 이후 17년 동안 이들 교회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가져왔으나 금번 처음 공개적으로 지금까지의 교류를 전면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터져나온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들 교회의 진정성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북한의 제도와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만 있어도 이들 교회가 적어도 남쪽의 교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교회라는 것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의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제기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는 최근 우리사회의 급격한 좌경화 경향에 대한 교회로서의 우려가 현실화된 측면이 강하다. 남북이 냉전상태에서 남북한 교류라고 해야 당국자들 간의 폐쇄된 채널뿐이었을 때는 이런저런 민간차원의 교류라도 진행하는 것이 남북한 평화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고 기꺼이 참여해 오다가 이제는 국가의 정체성을 염려하고 사회의 급격한 좌경화를 우려해야 할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자 이를 염려하는 일각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부에서 격앙되어 제기하고 있는 것 같이 갑자기 남북한 교회의 전면적인 교류중단이나 지원의 중지는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남북이산가족들의 공식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 등 남북한이 교류하고 있지만 거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교회의 교류는 그나마도 북한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 기만성에 대하여 분노할만하며 선교차원의 투자에 비하여 효과가 회의적인 점들이 있으나 그나마도 중단되어 버리면 거의 어떤 형태의 접촉도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통일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차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차제에 이런 회의적 상황을 잘 감안하여 이에 맞는 대북한 선교정책을 새로이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