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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꽤 지난 일이 되었다. 주위 많은 이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어떤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나라에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 -대통령탄핵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를 주셨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지난 대통령탄핵이 불거지기 훨씬 이전부터 인터넷상에서 대통령을 탄핵해야한다는 개인적 소견을 피력하고 있었던 나는 ‘이 분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셨구나’하고 내심 꽤 놀랐던 적이 있다. 이후 탄핵 허리케인은 총선정국을 강타하여 일거에 소수여당을 거대여당으로 바꾸어 놓았고 그야말로 수많은 정치 명망가들이 탄핵폭풍에 추풍낙엽처럼 날아가 버리기도 했다. 아마도 이렇게 정치생명을 잃은 이들에게 대통령탄핵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돌이키고 싶지 않은 정치 악수(惡手)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무슨 말, 탄핵위헌판결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지금 마음 같으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피켓이라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리 잘못된 판단이라도 선택은 선택이지 않느냐 하지만 이렇게 나라를 엉터리로 끌고 가서야 어떻게 정치 지도자로 인정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당장이라도 그 그럴듯한 자리에 앉아 헛소리나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희망이 있는 새사람들로 갈아치워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 자 조간신문에만 해도 그랬다. 모 장관이 10억을 부정으로 해먹고 구속이 된 피의자로부터 바로 그 10억 중에서 5,000만원을 빌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것도 바로 그 부정한 일과 관련된 주무장관이 말이다. 그렇지 빌렸겠지. ‘나는 빌리고 너는 빌려주고’ 얼마든지 빌리는 수법으로 돈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말로 개도 웃고 소도 웃을 일이다. 아니 어느 관련부처의 장관이 뭐한다고 5,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빌렸는지 그게 현금이든지 수표든지 당장에 용처를 조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인터넷세상에서 돌고 있는 대통령의 댓글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발단은 대통령과 무슨 수석인가 하는 이가 주고받은 댓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대통령 왈, ‘그 소설 그냥 둘 거예요’ 수석 왈 ‘소설 같은 이야기는 소설 같은 방법으로 대하겠습니다.’ 나중 기자들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다시 수석 왈 ‘조용히 식사나 한번 하자’고 할 작정이었다는 게다. 기가 찰 노릇이다. 왜 ‘손 좀 보겠다’ 내지 ‘때려잡겠다’는 말이었다고 정직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누가 읽어도 그 뜻이 아니었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상당한 금액의 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똑똑한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가 막힌 스토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매일 점입가경이다. 국제적으로 여러 가지 초미의 관심사가 논의되고 있는 국제회의의 의장인 대통령이 일시에 한반도 주변 세계 4강을 비롯하여 20개국의 정상이 모여 불티나게 국가간 회의가 전개되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고작 언론보도에 대한 적개심 가득 찬 일선 담당자의 대응을 보고 ‘그 참 잘한다!’고 추켜세우는 일을 위해 인터넷 앞에 쪼그리고 앉아 회심이 미소를 지으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을 것을 상상하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그렇게 한가한 게 대통령 자리인지 범인으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대통령은 분명 퇴임 후 탈권위주의의 신기원을 이루었다는 큰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다름 아닌 당신의 국정수행능력 미숙과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시정잡배식의 말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권위주의와 권위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언급된 바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몇 가지 국정의 방향을 밝히며 ‘국가 권위의 확립’을 천명했다. 가정이든 국가든 그 어떤 조직사회이든 그 사회를 지탱하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그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 권위가 붕괴되면 그 조직은 곧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와 그 주변사람들, 총리라는 사람과 국무회의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저질 자작극은 국가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스스로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는 행정부만도 아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언제 당신이 여(與)였으며 언제 당신들이 야(野)였던가. 여와 야는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여는 여의 역할을 하고 야는 야의 역할을 하는 것이야 말로 의회정치의 기본이다. 여당을 여당이라 하고 야당을 야당이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 여당은 야당 더러 여당이 되라하고 야당은 여당더러 야당이 되라 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판이다. 제발, 서로의 입장만 바꿔보아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고 거기서부터 여,야로 갈라져있는 국민 전체의 뜻을 모으기 위해 정치적 절충도하고 타협도 하고 아니면 결단도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정도일 것이다.
한 예를 들어 이라크 파병연기만 해도 그렇다. 주무 장관이 여당을 찾기 전에 야당 대표를 찾아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여당의 협조부터 구하라고 퇴박을 받고 돌아섰다는 보도다. 당연한 일이다. 집권여당이 권력을 잡은 당답게 국가와 국민의 복리와 안전과 미래를 위하여 정치적 결단과 합의를 이루고 야당더러 여당 되라고 해야지 여당이 무책임하게 야당으로 남아 듣기 좋은 소리를 듣고 야당더러 여당의 총대를 매라고 한다면 그보다 먼저 정권을 돌려주어야 옳은 일이다. 이런 기가 찬 현실에도 불구하고 화제의 어느 수석은 ‘대통령께서는 21세기에 계시는데 국민은 여전히 어디에 있다’고 했단다. 어디에서 나온 노비어천가인지 몰라도 이렇게 되어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근대국가가 들어선 지난 수백 년만 해도 수많은 국가들이 일어서고 스러지고를 거듭하였다. 그 부침의 중앙에 다름 아닌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있었다. 장기 독재정권을 획책한 이승만을 욕하고 싶어도 욕할 수 없는 것은 김일성이 공산사회주의를 선택했을 때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택했기 때문이고, 군사독재를 자행한 박정희가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바로 보릿고개로부터 이 나라를 건져내어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성장을 일구어 냈기 때문이다. 제발 정치지도자들이 더 이상 제멋대로 한심한 짓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무슨 방책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심한 지도자들이 나라를 송두리째 말아먹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할 때인지 저들을 그 자리에서 계속 일하지 못하도록 저항해야 할 때인지를 두고 고민해야할 위기의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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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지도자들[주일신문시론]
인간의 모습을 하신 하나님[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