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율법과 헌법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7.06.17. 17:58:37 글쓴이IP: 123.213.8.27

기독교 신앙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이라는 두 큰 책에 근거하여 있다. 구약은 율법과 선지자들의 예언과 거룩한 글들로 이뤄져있고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와 그의 말씀 그리고 사도들의 서신으로 형성되어있다. 그러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여기서 구약성경은 위 세 가지를 다시 압축하여 율법과 선지자라고도 하고 더 줄여 한 가지로 ‘율법’이라고도 한다. 이 율법이 다름 아닌 ‘법’이다. 하나님께서 상실한 인간의 마음을 아시고 인간 상호간에 질서를 세우고 보다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살 수 있도록 법이라는 울타리를 세우셨다. 선민(選民) 이스라엘은 이 법에서 하나님의 의도를 읽고 하나님의 성품을 알았다. 따라서 이는 사람이 세운 것이 아니라 인간 세상의 필요를 위해 하나님이 세우셨다는 것이 기독교의 법이해이다. 그런 의미 기독교회의 율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자연법이요 공법(公法)이다. 그러나 인간이 연약함으로 인해 법대로 살지 못하였으니 율법은 인간으로 하여금 유죄(有罪)하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
실은 율법이 없었더라면 죄도 없고 죄인도 없을 터인데 율법이 있어 죄를 짓는 죄인도 생겨나고 죄도 생겼다. 그리고 보면 율법이라는 것이 불합리한 것 같기도 하고 모순 같기도 하다. 그야말로 “그 놈의” 율법만 없었더라면 죄도 없고 죄인도 없을 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율법을 탓하지 않는다. 율법이 죄를 조장한 것도 아니고 허용한 것도 아니다. 누구든 율법에 합당하게 합법적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율법의 기준대로 살지 못한 인생의 악함이 문제였다. 그런즉 기독자 누구도 율법을 보고 “그 놈의 율법” 이라 하지 않는다. 신약성경은 그 율법에 의하여 유죄 판결을 받아 죽음에 이르는 병을 짊어진 인생을 향하신 구원의 법이요, 은혜의 법이다. 이를 복음이라고 한다. 기쁜 소식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도 어디까지나 율법이 있고 나서이지 율법이 없으면 예수도 없고 은혜도 없고 구원도 사라져버리고 그 순간 무법(법이 없는) 천지가 되어버린다.
대한민국은 입헌 민주국가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치열한 선거전을 끝내고 취임을 할 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를 선언한다. 왜 그렇게 할까? 법이 나라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헌법이 나라의 기초이다. 그런데 어느 나라인지 그 대통령의 입에서 “그 놈의 헌법‘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대통령을 변호한다고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 놈의 헌법“이라는 대통령의 저속한 표현을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했다. 두 번만 재미있었다가는 헌법이 형체도 찾지 못할 뻔했다.
그 유명한 희랍의 철인이 형장에서 하였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악법도 법이다.” 실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법들이 많다. 따라서 성질 같아서는 딱 잡아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사법권이라는 것도 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법이다. 왜 그러는가 악법이 무법보다 낫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쏟아지는 대한민국 최고 통치자의 초법적 내지 무법적 자세는 법을 존중하고 법을 지키며 법대로(설혹 불합리한 것 까지를 포함하여) 살려는 많은 국민들을 슬프게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대통령에 대하여 분노를 느낀다. 여기서 한 걸음만 나아가면 들고 일어날 기세이다. 지도자가 법을 지키지 않고 법의 준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라님은 무엇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통치하려나 싶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한 것은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대통령이 법을 존중하는 모습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법이 바로 서는 나라가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