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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생짜배기 교인이었으면 좋겠다 싶다. 모처럼 교회를 찾아온, 어렵게 전도해온 새교인을 보면서 이따금 ‘저의 주위에는 어느 누구도 예수 믿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아무래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니 여간 수고스럽지 않겠지만 그래도 저윽히 ‘다행이다!’는 생각이 앞선다. 교회가 뭣 하는 곳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왕년에 교회라는 곳을 한번이라도 다녀본 사람은 묻든 묻지 않든 ‘내가 오늘 출석한 이 교회는 교단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궁금증를 갖기 마련이다. 이는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할 수만 있으면 영적이고 신앙적으로도 여태 살아온 배경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이는 어쩜 성실한 태도일 수도 있고 이런 사람은 쉬 요동하지도 않는다.
예수를 배우고 알고 목사로 성장해 왔던 교단에서 이탈하여 베뢰아사람으로 전향을 한지 꼭 20년이 되었다. 전향이라는 말, 이게 그렇게 좋은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주의, 주장, 입장을 바꾸었다는 뜻인데 실은 저쪽에서 보면 배신이다.
내가 담임하는 우리교회 뿐만 아니라 교단 교회들은 기성교인들의 수평이동이 거의 없다. 이웃에 이사를 오는 교인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저들도 어디서 들었는지 주위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교회는 아예 한번 가볼 엄두를 내지 않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새교인은 어렵게 어렵사리 형제, 자매, 가족들과 가까운 이들을 전도하여 교회까지 인도해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교회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은 처음 교회를 나오면서부터 비로소 교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 “이렇게 내가 찾아 나선 교회는 장로교인가. 감리교인가 성결교인가 또 무슨 무슨 교가 더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보통 이런 정도이다. 사실, 형제 일가친지 친구 직장의 동료들 중 예수 믿는 사람 하나 없기가 어렵다. 누구든 한 집 건너면 어느 교회 장로요 권사고 하다못해 집사라도 하나는 있다. 이제 내가 교회를 나가게 되었으니 저들이 묻기도 할 터이요 나도 교회 나가게 되었다고 자랑도 해야 할 양으로 소속교단이 무엇인지를 알려한다. “우리교회는 베뢰아 교단입니다.” 이는 거의 절망(?)이다. 그래서 차라리 생짜배기 교인이면 좋겠다는 말이다. 이럴 때는 진짜 이마에 땀이 난다. ‘왜 그리 알려할까’ 원망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틀렸다’는 낭패감이 밀려들기도 한다. 세상에! 대한민국에 아직 “베뢰아교단”은 없다. 저들은 이 세상의 이렇다 할 모든 교파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낯익고, 귀에 익은 교단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다. 그것은 새신자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이다. 또 이를 어렵게 설명했다 할지라도 그렇다. ‘그래도 그렇지 이왕에 있는 것 하지 새로운 것을 할 필요가 있을까? 교회도 이상한 데가 많다고 하더니 이것 잘못 찾아온 것 아닌가’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목사도 먼저 믿은 교인들도 달리 무슨 할 말이 없다. 거기다 월요일 출근을 해서 예수 믿는 동료에게 자랑삼아 ‘나 어제 교회 나갔다’ 했더니 ‘무슨 교횐데?’ ‘뭐? 그 이단이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대충 끝이 나고 만다.
한국에 무슨 무슨 장로교회는 이백 몇십개가 있다. 이 시간도 생성 소멸하고 있으니 실제 장로교단이 몇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을 정도다. 회원으로 장로교신학을 했든 않았든 상관없는지는 오래다. 혹 목사가 되는 과정으로 장로교신학을 했다고 하나 몇 개교를 제외하고는 학교라고 하기 우스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 또한 상당히 전문적 지식에 속하고 일반에게 ‘장로교’하면 일단 안심이다. 더 따질 것도 없다.
“베뢰아”는 새로운 이름이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브랜드이다. 한국에서 서울성락교회 담임감독인 시무언 김기동목사에 의해 시작된 베뢰아운동이 그 시발점이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길이다. 물론 근원조차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성경도 새롭고 예수도 새롭고 믿음도 새로운 믿음인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한 경건한 믿음의 사람을 통해 지난 2,000년간에도 미처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의도’를 보고, 깨닫게 하시고 또 이를 듣고 동일하게 감동되었던 사람들이 의기투합하여 별난 길을 가게 된 것이 “베뢰아교회연합”이다.
그런즉 이는 개척자의 길이다. 미 신대륙의 개척자들이 동부를 거점으로 서부로 서부로 영역을 개척해갔듯이 그래서 그 개척정신이 미국의 정신이 되었듯이 베뢰아교단은 개척자의 사명이 없이는 갈수 없는 길이다. 당장의 열매를 기대하면 도통 갈수 없는 험난한 길이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찾고, 항로를 찾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는 이들만이 누리는 기쁨이 있어 그것이 그들의 사명이듯이 베뢰아교단의 길도 그와 똑같다. 고생만 하는 것도 아니요 어려움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나름의 소망이 있고 기쁨이 있다. 이를 낙으로 삼으면 할 만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전 했던 말이 있고, 누렸던 은혜가 있는 이들이 어느 날 입장을 바꾸어 버렸다는 소식에는 미움과 함께 허탈과 비애를 느낀다. 주님 앞에 가면 뭐라 대답하려나?
예수 듣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였더라면 불신의 길을 갔을 게다. 그러나 들었고 깨달았기에 그 길을 외면할 수 없었다. 베뢰아도 마찬가지다. 베뢰아가 무엇인지 듣지 못했더라면, 들어도 예사로 들었더라면, 별로 감동이 없고 큰 차이를 몰랐더라면 이왕의 가던 길을 갔을 게다. 그러나 예수 믿지 않을 수 없었던 감동같이 부인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포기할 수 없고 무시할 수 없었던 감동이었다. 그래서 그것은 어떤 불이익이 도사리고 있고 어떤 시련과 역경이 있어도 숙명같이 가야하는 길로 받아 들여졌다. 그게 전부다. 어려운 중에도 같을 길을 가는 동역자들에게 이글을 바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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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은 어딥니까?”[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