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그리스도인의 가정[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7.05.13. 17:45:04 글쓴이IP: 58.235.53.51

5월은 사회적으로 가정의 달이다. 5월의 문턱을 넘어서자 사회 모든 기능들이 동원되어 가정과 관련된 의미들을 확인하고 조명하고 진단하고 분석한다. 새삼 노부모님들의 부양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출산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해 놓은 보고서들도 눈길을 끈다. 청소년들의 비행문제, 교육 등의 단골메뉴 뿐 아니라 이미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오른 10대 피아니스트, 세계를 제패한 수영선수와 피겨스케이터 등등을 심층 깊게 조명해보는 괜찮은 기획보도도 눈에 띤다. 그들로 ‘너 자신이 되게 해야 한다’- Be yourself-가 결론이다. 우리사회의 갇힌 틀이나 도그마에 한정시켰더라면 어떻게 세계적 인물이 될 수 있었겠는가는 반문과 함께 청소년들로 하여금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그로벌화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논평이다. 한편에서는 탈북 가정의 문제도 우리사회의 이슈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보인다. 벌써 농촌지역 신혼부부 세 쌍 중 한 쌍으로 보편화되었다는 외국인 부인문제도 더 늦기 전에 한국생활의 정착을 지원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 자녀들의 안정적 성장까지를 배려해야 한다는 깨어있는 소리도 들린다.
주장하고자 하는 결론의 전개를 위해 우리사회의 익숙한 가정과 관련된 사례들을 열거해 보았다. 그런데 여기 또 무슨 별도로 ‘그리스도인의 가정’이 언급되어야 하는가? 그만큼 이 세상과 세상에 속한 것들이 구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속화가 별것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세속화되었다는 것은 상종하기 어렵도록 난잡한 사람들과 방불해졌다는 것이 아니다. 비영적이다는 것이고 세상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가치관, 인생관, 가족관을 그리스도인들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교회가 너무 타락하여 세상을 못 닮아 병이 날 정도가 되었으니 더 할 말도 없을 지경이 되었지만 원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스도인의 가정에는 고유한 가치와 기풍과 원칙이 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어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손자 손녀가 혈육으로만 즐거워하면 그리스도인 가정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하는 공로로 온 가정, 온 식구들의 영혼이 충만해야 한다. 노후를 돌봐드리고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피우고 관광시켜 드리고 용돈 드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잘해야 한다. 그 반대로 마찬가지다. 죽도록 고생해 공부시키고 대학 졸업 후에도 뒷바라지하고 내 아들이 맞고 집에 들어오면 조폭을 동원해서라도 몰려가서 두들겨 패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말 못하는 짐승들도 잘 하는 일이다. 가정의 복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윗대로부터 저 아래 가장 어린 손주에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대속의 사랑에 충만해야 한다. 그래서 5월은 가정의 달 그 이상 ‘내 가정 복음화의 달’이 되어야 한다.
둘째 가정의 존재 의의를 재확인해야 한다. 세상은 철저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위하여 산다. 남을 돕는 것마저도 자기 의를 드러내고 자기 이름을 위해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는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먹고 마시든지 죽든지 살든지 이것이든 저것이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생이어야 한다. 하나님이 쓰시는 것으로 모든 식구들이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작게는 각자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자기 역할이 있다. 그러나 작든 크든 그리스도인 가족 각자는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
끝으로 이 세상은 그리스도인의 본향이 아니다 는 사실이다. 최고 최선의 경우조차도 이 세상은 예수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이 영원히 머물 곳이 아니다. 가정이 불편하고 어려울 때 뿐 아니라 가정이 행복한 때조차도 그리스도인의 본향은 하나님의 나라이다.
가정의 달에 ‘너희는 세상에 있는 이를 아비라 하지 말라, 너희 아버지는 하늘에 계시느니라’는 말씀을 기억함은 너무 발칙한 영감일까. 그렇지 않다. 보이는 아비와 어미도 잘 섬길 수 없다면야 어떻게 하나님을 섬길 수 있을까. 주의 나라와 복음을 위하여 수고를 마다 않는 이들과 이 세상에서는 의지할 이가 없는 외로운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만한 선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