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비뚤어진 부성(父性),그 이상(以上)[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7.05.20. 17:23:43 글쓴이IP: 58.235.53.51

국내 재계 10위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재벌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갖혔다. 지난 11일 그동안 2주간 넘도록 끌어오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증거인멸우려를 인정하여 전격 경찰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재벌회장이 정치자금법이나 부정금융거래 등의 관행 같던 경제사범이 아닌 개인 폭행에 의한 형사범으로 구속송치 된 것에 대하여 국내는 물론 CNN등 외국 언론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민여론이 대단했다. 여구일출로 ‘세상에 저런 못된 놈이’ ‘대한민국에는 법도 없나’ ‘저건 잡아넣어야 된다’가 압도적이었다. 정작 사건과 관련된 실정법의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별개였다. 소위 국민들의 법감정은 그랬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건의 진상이 보다 더 자세히 밝혀지면서 그 용납할 수 없는 무법, 돈의 악취로 인해 국민여론은 돌이킬 수 없도록 악화 되어갔다. 사건을 간략히 뒤돌아본다. 내용은 간단하다. 재벌그룹 총수의 해외명문대학에 유학중인 아들이 귀국해서 친구들과 강남에서 술을 마시다 술집 종업원들에게 맞아 얼굴이 찢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이를 본 재벌 총수 아버지가 응징을 위해 직접 장갑을 끼고 나서면서 비서실장에게 지시 조폭들까지 동원되어 직접 폭행에 가담하며 무지 무섭게 한번 겁을 줬다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되지만 ‘손이 법보다 가깝다’는 말 그대로 현실적으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만일 사건 초기에 당사자가 직접 나서 -지금도 여전히 변호사들을 앞세워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있는 그대로 사건의 전모를 밝히며 ‘내가 아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13발을 꿰맸을 정도면 애초 보기에는 피투성이다!- 들어오는 것을 보고 순간 확 돌아버렸다. 감정 조절을 못한 못난 아비였다.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겠다.’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그도 법대로 처리되어야겠지만 철없는 국민들은 ‘야, 그 사람 멋있다. 누군들 힘 있고 돈 있으면 그렇게 안 할 아비 어디 있으랴’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법도 충분히 정상 참작을 했을 것이다. 구속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재벌이라고 봐준다고 조금 시끄러웠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안이 그렇지 못한 것은 마침 5월 가정의 달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부성(父性), 정말 잘못된 부성 그 이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 아버지의 그 정도 도덕률 아래 성장한 그 아들이 무슨 사람이 되고 큰일을 할 수 있겠는가 싶다. 회장이라는 사람이 실수를 해도 큰 실수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건을 접하는 시민으로서 참을 수 없는 비애는 노블레스 오블레쥬 그런 멋진 말은 차치하고라도 대한민국 시민됨이 부끄럽도록 돈의 위력을 이용 여태까지 거짓말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짓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이다. 어떤 죄든 사실을 정직하게 밝혀야 해결의 길이 열린다. 그러나 국민들은 돈으로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거짓 말맞추기를 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거짓말의 배후에, 인정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 엄청난 돈의 위력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다수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이런 못나고 저질스러운 사람이 대한민국10대 재벌의 회장이라니!’ 이런 식이다.
둘째는 법의 무력화이다. 대한민국이 양식도 법도 없는 무법천지, 후진국이 아니다. ‘악법도 법이다’까지 안 가도 법이 서지 못하면 나라는 끝장이다. 이 역시 돈으로 움직이려했다는 것에 사안의 악함이 있다. 돈이 없었더라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돈으로 사람의 양심을 무력화하고, 돈으로 법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문자 그대로 마모니즘(물신사상)이다. 성경도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근원이라 했다. 성경은 줄기차게 돈의 오용, 남용, 탐욕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돈으로 양식을 짓밟고, 법을 짓밟았다.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