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종교다원주의의 현실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흔히 다원주의(多元主義)로 규정된다. 이것은 현대이후(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가치와 규범뿐 아니라 사회조직과 구조에 있어서도 다원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 참여정부에서는 국가기관 내에서 조차 종래의 차등화된 직급제도를 팀 형태로 바꾸어 관리 운영한다. 팀 형태로 운영한다고 팀 내 일정한 서열이 없겠는가마는 종래의 연공서열에 의한 직급제도 보다는 열려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같이 사회 모든 영역에 있어서 권위적이고 고착적인 하나의 원리만을 인정하거나 고집하지 않고 아예 평등하게 접근하고 시작하려한다. 좋은 의미로는 근대이후 점진적으로 발전되어온 절대권위 붕괴의 한 현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상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종교다원주의는 ‘다른 종교집단들이 경쟁적 상황에서 공존하는 것’ 혹은 ‘다양한 신조적, 윤리적 원칙들이 다양한 종교들에 의해 주어지며, 인간행위에 대하여 다양한 종교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오늘날 많은 사회에서 종교적 다원주의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이고 다원주의의 출현이 채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에서도 개방화에 따라 점차 다원주의적 분위기로 바뀔 것으로 전망해 볼 때 종교의 다원주의적 특징은 현대사회에서 종교에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이슬람국가에서 나타나는 이슬람 배타주의 내지 극단주의는 바로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다원종교 사회의 반대쪽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종교다원주의 상황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초래한다. 그 결과들은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순기능적일 수도 있고 역 기능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다원주의 사회에서 각 종교들이 취해야 할 입장과 태도는 중요하면서도 긴박한 현실의 문제이다. 특히 종교의 전시장 같은 우리사회의 다(多)종교적 분위기는 유일신을 믿고 전파하는 기독교회의 입장에서 여간 딜레마라 아니할 수 없다. 한 쉬운 예를 들어보자. TV나 영상매체를 비롯 언론, 도서 등에서 카톨릭, 불교, 원불교가 -거의 매번 개신교회만 빼고-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협조한다든지, 각자의 종교적 차이점을 고집하지 않고 공동으로 문화활동을 참여하여 활짝 밝게 웃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보도되므로 이것이 일반인에게 대단히 좋게 받아들여지고 또 유독 ‘그 좋은 모임’에 빠져있는 기독교회를 미운 눈으로 보기 쉬운 경우가 그것이다. 기독교인의 경우 ‘우리는 왜 빠졌나?’ 하는 의문은 거의 당연하다. 종교다원주의가 신학자들의 거창한 담론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신앙현실이자 선교현장의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2.한국의 다종교 상황
종교다원주의는 기본적으로 종교적 공존상황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종교간의 갈등과 긴장이 전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종교와 종교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아예 없다면 ‘다원주의’라는 논의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다종교상황이란 다양한 절대 신념체제가 우리사회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먼저 이는 개인에게 종교적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이점이 있다. 인간의 취미와 가치가 다양하듯 다양한 종교적 가치들의 공존은 개인의 다양한 요구와 관심들을 충족시킬 수 있기에 바람직한 일면이 있다. 이러한 현실과 분위기는 양보와 이해 공존의 미덕까지도 창출한다는 점에서 여러 순기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다종교상황은 개인의 정신세계에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고, 종교집단들에는 무절제한 자기 팽창주의를 추구하게 하고, 사회적으로도 무원칙한 종교문화정책을 낳을 가능성이 높은 취약점도 함께 가진다. 종교간의 마찰과 갈등은 기본적으로 종교적 신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종교사상은 자기 정당화를 지닌 완벽한 신념체계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들을 포함한 모든 사상과 존재가 구원의 대상이 되고 따라서 자신의 절대가치를 전파하는 것은 사랑과 자비의 표현이며 구원의 이상을 실현하는 일이다. 여기서 전도 혹 전교, 포교가 있게 되고 또 마찰이 불가피해진다. 우리사회의 경우 다종교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나이의 극복을 위한 고민의 흔적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국가적 인사의 사망 시(時) 주요 종교가 각기 자기들의 의례로 동시에 참여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각 종교마다 종교적 기념일을 휴일로 지명받기 위해 충돌하는가 하며는 군종이나 경찰 경목 등의 참여와 지분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하고, 특히 단군상에 대한 기독교계의 극렬한 반대, 개천절을 비롯 국가적 행사들에 동원되어지는 만간신앙에 의한 제례의식에 대하여 기독교회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 등이 다 그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한국은, 기독교라는 독점적 문명권에서 살아온 서구적 의식으로 볼 때 거의 불가사의하거나 아님 최첨단의 포용력을 발휘하는 다원종교 사회의 구조를 가진다.
다원종교의 문제는 외에도 미처 사회적 이슈가 되지못한 사소한 갈등과 대립에서 더 현실적이다. 종교적 정체감의 확신은 크면 클수록 세계관에 대한 자부심이 더 강해지고 따라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기로부터 타인을 자기종교로부터 타종교를 분리하게 된다. 이 분리현상이 우월주의와 결합하게 될 때 흔히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자기종교 밖의 사람들을 저주의 대상이나 적으로 간주하는 단죄주의 둘째, 타종교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주의 셋째, 타종교를 자기종교의 세계관으로 계도하는 것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라 여기는 후견주의가 그것이다. 이런 개인의 문제는 곧 사회분열과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원종교 사회에 대한 부적응은 비단 종교와 종교간의 문제만도 아니다. 같은 종교 내부에서도 현저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개신교회가 그렇고 불교도 다소 그렇다. 개신교회의 경우 보수교단과 진보교단 사이의 차이는 정치, 경제, 사회의식의 차이를 초래한다. 보수교단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진보교단은 세속적으로도 진보적 입장이 강하여 이들 교단 사이의 이념적, 행위적 갈등과 대립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입장의 차가 뚜렷이 나타난다. 이같이 종교다원주의 상황은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교파간, 교인간의 갈등과 긴장의 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3.다원주의 상황에 대한 교회의 대응
그럼 교회로서는 어떤 태도가 가능할까? 흔히 동화, 극복, 거부, 퇴거, 정복, 설득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사회의 경우 세계의 연구대상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종교다원적 분위기가 익숙한 사회이다 는 것을 먼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위 예시한 바와 같이 사소한 분쟁과 갈등의 현상들이 있지만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회분쟁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필자는 현실적으로 21세기를 사는 현대이후 사회의 다원종교적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유일신성과 예수그리스도에 의한 유일한 구원, 교회만의 구원을 주장하는 교회로서는 당장의 선교적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종교적이고 윤리적 접근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먼저 지적코자 한다. 넓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와의 분쟁이 그렇고 이슬람 문화권과 기독교 문화권의 분쟁이 그렇다. 옛 유고연방에서 일어난 기독교계에 의한 이슬람계의 대학살, 현재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결사적 죽이기 등은 빠르게 진행괴고 있는 세계화추세를 고려할 때 다종교사회에 대한 입장의 정립을 재촉하고 있다. 이를 종교적 신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거의 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내지는 사회학적이고 관계적 해법을 제안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당장에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곧 다가올 대통령선거만해도 그렇다. 이를 종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야말로 대 재앙이다. 물론 투표권자 역시 자기이해에 얽매인다는 점에서 자기종교를 가진 사람을 선호할 것이다. 그것마저 규제할 길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단체화되고 구조화되어 단체행동으로 나타나면 그것은 한 국가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배후에 깔린 대리전이 된다. 무엇이 공동사회를 더 유익케 할 것이냐로 풀어가야 한다. 이는 사도들과 글과 바울의 서신에서도 볼 수 있다. 예수께서도 로마의 권력을 전면 부인하지 않으셨다. 그 제도를 거부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당신이 전하시고자 하는 근본으로 돌아 우회하시므로 해결하셨다. 전쟁하지 않으려하면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일부는 ‘거룩한 전쟁불사’의 입장이 있음을 밝혀둔다.) 그러나 가라지를 뽑으려하다 도리어 이삭마저 뽑힐세라 유보해야 할 상황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기독교회로서 보다 보수적 신앙에 영적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베뢰아교회로서는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1.극단적 배타주의는 어렵다. 이는 차라리 세상을 떠나는 것이나 전쟁불사나 아니면 퀘이커교도나 아미시처럼 운둔생활로 나아가야한다. 배타주의 자체는 문제해결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2.자기 입장의 견지와 공존의 미덕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얼마든지 다원종교사회에서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종교내 교파별 분쟁과 정죄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내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과 ‘네 것은 아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자유가 대전제가 아닌 신앙은 신앙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이는 하나님께서도 사람을 선택의 자유가 있는 존재로 지으시므로 자기 권리를 유보하신 것에서도 알 수 있다.
3.끝으로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원종교사회를 살아가고 극복할 수 있는 선교정책을 연구하고 더 유리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 보통은 자신의 무지와 게으름의 소치를 인정하지 않고 불가!를 선언할 때가 많았다. 공존의 큰 장에서 내 것을 소개하고 설득하여 영혼을 얻고자 하는 지혜와 지식, 나아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권능이 요청되는 어려운 시대이니만큼 더 깊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
|
종교다원주의와 한국교회 [베뢰아신문_신학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