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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0위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은 사건의 본말 외에도 짭짤한 팁이 적지 않다. 국민총생산량 세계 몇 위 몇 위가 문제 아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들, 문화 예술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들, 고대문명을 자랑하는 역사적 전통을 가진 국가들, 그리고 국민의식 수준이 높은 나라들은 내심은 어떤지 몰라도 경제 수치 이를 우습게 본다. 대한민국 재벌은 물론 국가체면이 말이 아니도록 손상을 입은 이 사건은 상하관계를 피하기 어려운 조직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회자하는 ‘충신과 간신’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
애초 사건이 불거졌을 때 해당 경찰서가 이를 묵인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시 사건이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비서실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회사의 법적문제 해결을 위한 소위 법무팀이, 그리고 김회장의 곁에서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심지어 그 부인과 가족들 중에서 누구라도 ‘일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사실대로 얘기합시다.’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위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회사의 돈을 받아먹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회장과 회사에 필요한 고언을 누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진정한 부하도 참모도 아닌 간신이요 모리배이다. 혹 판단력, 통찰력이 부족한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으나 그 보다도 제대로 된 사람들이 아니다. 자기 보신(保身)에 급급한 수준이하의 사람들이었다. 배운 것이 아깝고 그만한 지위가 아까운 사람들이다.
충신과 간신을 언급할 때 자신들의 역사를 언급하기가 어려워서 일까 곧잘 중국 고사를 들먹이지만 어찌 중국뿐이고 대단한 역사를 가진 나라들뿐이겠는가. 우리네 역사에도 충신과 간신의 얘기는 숱하다. 나라가 위기에 몰렸을 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다한 충신이 있고, 섬기는 주군을 위하여 충성을 다한 개인도 있다.
만일 김회장에게 한 사람이라도 사건을 정확히 보고, 미래를 제대로 전망하고, 정도(正道)를 선택하고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충성된 사람이 있었으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아쉬운 대목이요 두고두고 세간에 회자할 웃지 못 할 일이 되고 말았다.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무엇이 충신이요 무엇이 간신인지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시대마다 다를 수도 있고, 어느 때는 뒤집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옛 어른들의 말씀같이 충신의 말은 마음에서 나오고 간신의 말은 혀에서 나오는 것이다. 간신의 말은 듣기 좋은 소리, 무작정 옳습니다 소리, 빛깔 좋은 전망 일색의 소리 이다.
성경이 들려주는 예언자 전승은 기준이 분명하다. 성경의 참 예언자는 듣기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 성경 어디에도 듣기 좋은 말을 하였던 참 선지자는 없다. 이스라엘왕 아합과 유다왕 여호사밧의 동맹기에 나오는 선지자 미가야는 선지자라는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단은 목숨이 몇 개나 있는 사람 같았다. 최고의 선지자 엘리야가 그랬고 그의 제자 엘리사가 그랬다.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지막 선지자 침례요한도 그랬다.
우리 정치권에도 ‘미스타 쓴 소리’ 라는 애칭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치인이 한사람 있다. 그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볍게 재보궐 선거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국민들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충언에 귀를 기울이고 고언에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주군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조의 태종이 그런 인물에 속했고 성군 세종도 그런 인물이었다 한다. 그러나 혹 다 만족시킬 수 없는 환경에서도 판세를 바로 읽고 고언,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참으로 아쉬운 시대이다. 이 나라 대통령에게도 좀 바른 말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국정이 얼마나 더 효과적이고 그동안의 비생산적이고 소모적 과정을 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민들이 부질없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일 따위는 아예 없었을 것이다.
교회, 교회는 이보다 더하면 더 한곳이다.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충신 양신(良臣)이 필요하고 쓴 소리도 들어 줄 수 있는 주군이 있으면 주님의 교회도 훨씬 더 생산적이고 매력적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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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과 간신[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