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그리스도인의 사회관(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5.05.12. 18:53:16 글쓴이IP: 61.103.136.95

5월은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만큼이나 우리 마음을 상큼하게 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설들로 풍성하다. 어린이날을 필두로 어버이날이 있고 군사부일체라는 말에서 나왔을까 어버이 못지않게 우리의 삶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는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스승의 날까지 모두 모여 있다. 심지어 교계에서도 수년전부터 이런 사회풍조에 힘입어 목회자의 날까지 더하였으니 5월은 온통 삶의 언저리에 있는 이들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사실 치열한 경쟁과 삭막한 사회구조 속에서 매일 같이 씨름하는 자식들이지만 새삼스레 내 자식을 돌아보아 삶의 여유를 누려보고, 죽었다 깨어나도 못다 갚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와 사랑을 새겨보는 것은 얼마나 굉장한 감격인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어려서 철이 없어서는 채 그 사랑을 몰랐으나 세월과 함께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을 수 없는 부모님의 숭고한 사랑이지 아니 하였던가? 스승만 해도 그렇다. 어떤 망나니 같은 사람들에 의하여 주도되는 여론이요, 세몰이 인지 몰라도 최근에만 해도 다시 선생님들의 촌지문제를 들고 나와 우리네 선생님들이 얼굴 들고 다니지도 못하도록 하는 매도풍조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그분들의 가르침과 배려없이 저절로 제 몫을 하는 이가 누가 있는가? 선생님이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밥 못 먹는 것도 아닌데 어떤 선생님이 촌지로 살고 촌지로 사도를 꺾겠는가? 사양해도 굳이 사례하면 감사히 받을 일이요 안 주면 그러려니 할 텐데 그렇게 생매장을 하고서 다시 그 선생님에게서 좋은 교육을 기대하니 전후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 일이다.
이렇게 세상은 저들 나름대로 지켜가는 관계의 법칙들이 있어 그것이 자식이든 부모든 스승이든 장애인이든 저들은 저들의 방식대로 세상을 산다. 이는 세상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이요 가치관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들의 원칙과 방법들이 다 그릇되지 아니함같이 다 옳은 것도 아니다. 세상은 신, 불신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의 원칙과 윤리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세상의 세태와 풍조에 대하여 일정부분 세상을 이끌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는 교회가 겨우 세상을 뒤따라가며 ‘옳소’ ‘맞는 말이요’만 연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상의 그럴듯한 말들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이 세상은 무신적이고 불신적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서 구원의 소망을 빼앗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세상은 세상의 권세마저도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의 기본 원칙이다. 저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으면 이 세상을 낙원으로도 바꾸려 한다. 그런즉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을 살며 다시 한번 독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확인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모든 관계에서 재차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근본이 되어야 한다. 자식도 부모도 스승도 예수의 은혜 안에서 해석하려는 기본 동기를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모든 관계 속에 예수의 보혈이 흘러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이 세상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는 나그네이다. 세상은 그리스도인이 잠시 하나님의 일을 위하여 머물렀다 가는 정거정과 같다. 그리스도인의 영원한 본향은 하나님의 나라이다. 그런즉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의 관계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기억해야 한다. 끝으로 삶의 전 과정을 통해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물은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께로 돌아간다. 오직 세세토록 그에게만 영광이 있음이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일반은총을 부인할 수 없다. 아니 그리스도인이기에 일반은총의 참된 의미를 안다. 그리스도인은 일반은총의 은혜아래 살면서도 동시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가 우리에게 주시는 의미와 요구들을 거듭 확인하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참 그리스도인에게는 이러한 사회관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