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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가 나를 보고 ‘시무언에게 아부나 하고’라는 말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몰라도 너무 모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나는 베뢰아와 관련된 강의를 끝내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하는 항의를 받았던 경력이 여러 번 있다. ‘턱없이 비판적이다’는 질책이었다. 어떤 이는 나를 조용히 불러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충고를 해 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두 얼굴의 사나이인 셈이다. 실은 나는 나대로 역사 앞에서 한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생각하는 데로 말하고 발표할’ 따름이다. 교단의 구조상 서울성락교회 사역자들 중에서도 얼마든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나보다 더 비판적인 견해를 가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위치가 다르다. 그들이 어떻게 몸담고 있는 교회와 은사이며 섬기는 상급자께 대하여 혹 견해를 달리한다할지라도 그것을 공식적으로 개진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조직사회의 윤리로도 인간적인 도리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제자요 은혜입은 사람으로는 일반이나 그나마 조금 자유로운 몸이기에 사명(?)을 가지고 생각하는 바에 충실하려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피한방울까지 베뢰아사람이다. 이는 어쩔 수없이 나아가야 하는 나의 길(MY WAY)이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난 시무언께, 그리고 베뢰아운동에 빚진 사람이다. 내가 시무언을 처음 뵙고 그 주간, 흔히 나는 세 가지를 얻었다라고 말한다.
첫째는 눈물 콧물에 범벅이 되고, 목이 쉬어 말소리도 잘 안 나오던 그 주간, 한눈에 성경의 파노라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영적세계가 보였다. 이는 누구에게 들은 표현이 아니다. 당시의 나를 표현하며 내가 했던 말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 평생에!’의 ‘평생’이라는 대표단어 속에 어떤 자세로 목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깨닫게 되었다. 이는 지금도 꼬박 그대로 현실이다. 그렇게 재미없던 성경을 읽기를 송이 꿀보다 더 달게 읽기 시작하여-그때도 목사였지만 단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질 못했다. 그래서 목사고시를 치던 날, 고시위원들의 질문에 ‘신구약 한(about, 대강) 두 번 읽고 신약 한 다섯 번 읽었다’고 대답했더니 ‘정직해 좋다. 안수 받고나서 많이 읽도록 해라’는 점잖은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해 말 6,7개월 동안 10독을 했다. 그리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 수도 없었던 영적세계가 보였다. 영적세계가 깨달아지기도 했고 환상도 영분별도 되었다. 그리고는 ‘내 평생에’를 가슴속에 묻었다. 이는 목회의 좌우명이 되었다. 결국 평생 목사로 살아갈 사람에게 필요한 연장이 순식간에 구비된 셈이었다. 설교에 자유하고, 성경을 알 것 같고, 어떤 자세로 목회를 해야 한다고 배웠으니 나는 꼼짝없이 그의 포로가 된 것이다. 이런 나의 자세를 보고 ‘아부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오늘 이 ‘평생’에 대한 지론을 나누고자 한다. 꼭 ‘평생’이라는 시간개념만이 아니라 목회자로서의 처신, 생각, 자세 그 모두가 내게 그렇게 압축되어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바뀔 수 있는 것이 있고, 바뀔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내용이 무엇이든 그것은 베뢰아에 대한 충정에서 하는 말이다. 나는 베뢰아사람이기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이 아니다. 이 길의 끝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헤아리기 어려울 때조차 이 길을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를 바꾸면 주님도 바꾸고 하나님도 배반할 수 있고 교회도 팔아먹을 놈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베뢰아외의 것에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잘 용납하려 하지 않는 내 모습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나는 내가 가진 신학적 배경 때문에 베뢰아 이전의 신학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자부한다. 정통신학 곧 보수신학은 문자 그대로 보수적이고 정통적인 것만큼 바뀌지 않는다. 차라리 진보적 자유주의 신학은 신학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돌발적인 것만큼 고려할 것도 많고 뒤집고 또 뒤집고 하며 생각할 것도 많으나 정통신학은 그냥 그대로이다. 그게 정통이다. 거기서 박식함은 질의 문제가 아닌 양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양의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입장을 바꾼 이후 결코 교만에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하는 것을 헤아려지기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다. 뭐라고 해도 금방 알아듣고 따라서 별 흥미가 없다.
베뢰아운동의 주변 상황은 약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거의 바뀐 것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목회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나를 비롯해 동료들이 한결같이 아둔하고 미련해서인지 목회에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고생스럽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평생 함께 가자는 말이다. 명분있게 살다가는 것이다. 네가 뉘게서 배웠음에 태도가 분명하고 어디에서 은혜 입었는지에 분명하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목사가 교인들의 변질을 나무라기 전에 자신의 평생 변함없는 모습으로 명분을 갖추는 것이야 말로 기본일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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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에!(주일신문시론)
로마서 16장(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