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서글픈 부활절연합예배(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5.03.30. 21:55:00 글쓴이IP: 61.103.137.194

금년에도 어김없이 부활절이 다가왔고 교회는 선교사들이 한국교회에 심어 놓은 좋은 전통을 따라 -선교사들 역시 저들의 모국교회 전통을 이은 것이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미국교회는 주께서 부활하신 그 새벽미명의 감격을 온 기독교회가 공유하기 위해 교파를 초월하여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힘차게 찬송하고 예수부활이라는 감격의 말씀을 듣고는 이어 온 마을 사람들이 따뜻한 커피와 빵으로 자리를 같이 하는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부활절연합예배를 가졌다. 한국교회는 극심한 분열의 와중에도 오랫동안 부활절연합새벽예배의 전통을 이어왔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부활절연합예배는 단순히 부활절에 연합하여 예배하는 그 이상으로 한국교회연합의 상징이었다. 보수와 진보가 다르고 교파별 교단별 신학적 입장과 주의주장이 현저히 서로 달랐지만 부활절연합예배만큼은 할 수 있으면 함께 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분위기였다. 최초 1947 해방직후 남산에서 한경직목사를 설교자로 모였던 연합예배가 신학적 입장의 차로 보수와 진보로 잠시 나뉘었으나 1973년 이후 다시 하나가 되어 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교단들이 참여하는 연합행사로 치러진 것은 한국교회연합이라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로 이는 오랜 세월 신앙생활을 하며 신앙의 행습을 익혀온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강한 추억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쩜 그 부활절연합예배가 시대의 변천과 함께 그 기능을 다하였는지 금년에는 너무도 힘겨운 과정을 거쳐 간신히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결과 또한 비단 서울의 경우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부활절을 보도하는 TV카메라가 민망하도록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그야말로 서글프기 그지없는 부활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는 교계가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예견된 상황이었다.
사연은 연초로 올라간다.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 협의회(상임회장 서기행, 신경하, 김태범목사)가 금년도 부활절연합예배를 앞두고 느닷없이 한국교회협의회(KNCC)와 한기총(한국기독교 총연합회)이 공동주최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일은 겉잡을 수 없이 꼬여갔다. 한부연(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대회장 윤석전목사)은 충분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시기의 촉박함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차기 연도에는 가능한 양대 기구의 연합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교단장협의회는 끝내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한부연으로서는 겨우 서울시교회연합의 공식지원을 받으며 부랴부랴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별의별 방해공작이 이뤄졌다 하니 도대체 신앙이 어떻게 형성된 사람인지 그 인격과 배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처음부터 입장의 차이로 인해 연합예배에 소극적이었던 교회협의 태도도 교회연합이라는 평소의 지론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진보로 자처하기에는 너무도 닫힌 모습이었고 한기총은 ‘교회협과 공동보조 한다.’는 명분으로 불참을 선언한 후 도리어 갖가지 방해공작을 폈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일언하여 한국교회연합예배는 다시 출발하여야 한다. 억지와 독선 독단의 시대는 지났다. 더 이상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주님의 교회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불의한 지도자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슬픈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그들은 교회정치꾼이지 진정한 교회의 어른들이 아니다. 한부연도 그렇다. 애당초 한국교회연합이라는 정신에 철저하게 제대로 된 연합의 정신을 살려야 했고 할 수만 있으면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교회가 기독교 기본교리에 동의하고 신앙을 고백하는 교회는 한 교회도 예외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다. 그 때 진정한 한국교회연합의 작은 불씨라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