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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뭘 했나 하는 뼈를 깎는 자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7년이라는 세월이 17년만큼의 길이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때의 그 충격과 감동이 거짓말 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신기한 일이라고 한다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처음 베뢰아를 접했던 그 주간의 어느 점심시간이었다. 조금 한가로이 편하게 앉아 있는데 어떤 이가 앞에 나와 침례에 관하여 길지 않은 소개를 하였었다. 웅변조도 아니었고 강하게 설득한 것도 아니었다. 워낙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소용돌이 속에서 며칠을 보낸 뒤여서 일까? 귀담아 듣고 있던 나는 ‘그러면 받아야지’- 그 순간의 결정이 그대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고 수십 명의 장로교, 감리교 목사님들과 함께 대한예수교 장로회 고신 목사란 신분으로 한탄강에서 침례를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여전히 아직 해 교단에 적을 두고 있을 때 은혜를 받은 목사의 불이 옮겨 붙은 교인들에게 이웃 침례교회의 침례탕을 빌어 침례를 베풀었다. 이렇게 목회자성장대회에서 받은 은혜를 통해 침례를 받았던 장로교목사가 2005년 금년에는 장로교, 감리교 목사님들께 침례를 베풀었다. 왜 내게 시켰는지 모르겠다. 총회직원이 와서 지시처럼 전하기에 ‘왜 나냐?’고 묻지 않고 침례를 베풀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금번에도 영혼에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아마 앞으로는 목회자성장대회에 참석하여 침례를 알고 침례를 받은 목사님들 중에 다시 침례를 베푸는 위치에 서게 될 분이 나오겠지만 우리 총회의 역사에서는 내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때 그토록 나를 전율하고 휘몰아치며 열띠게 하였던 영적 감동들, 그 쉬 형언하기 어려운 감격들을 회상할 때마다 왜 나는 그렇게 까지 돌아설 수 있었을까를 물어보곤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그렇게 물어보곤 했다. 답을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침례’라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옳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단순함이 그때 나를 그렇게 하나님 앞에 서게 하였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보다 앞서 말씀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깨달음이 있었다. 신앙이 무엇이며 목회가 무엇인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폭발이었다. 그리고 목회자 신앙인으로서의 시무언의 감당할 수없는 도전이 있었다. 한 위대한 거인의 행적이 태산같이 앞을 가렸다. 이전에 알았던 신학나부랭이는 그야말로 배설물이었으며 신학의 초등학문이었다. 그 와중에 침례를 받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던 것은 이 모두는 다 함께 들었던 이야기였지 않은가 말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이 듣고 같이 은혜를 받고 같이 가슴을 쳤던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그 이후 유독 그렇게 마음에 미동조차 없이 외길을 갈 수 있었을까? 이 길을 가야한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 다시 대답하기를 ‘침례’라 생각했다. 물론 침례까지도 같이 받은 목사님들이 계실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뭘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난 당시 침례에 대하여 깊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여전히 장로교회가 갖고 있는 세례와 침례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 그리고 중세교회사를 들을 때 수업시간에 정리해 두었던 종교개혁 당시 루터, 츠빙글리, 캘빈의 세례에 대한 약간의 차이가 침례와 세례에 대한 이해의 전부였다. 다시 말하면 나는 ‘침례’에 대하여 그리 거창하게 생각한 것도 아니고 깊이 감동받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내가 주님이 명령하신 그 양식, 그 방법대로 침례에 순종하였다는 것이 뿌듯했고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 침례는 비의화 될 것도 없고 비의화 되어서 안 된다. 침례를 받아야 구원받는 것도 아니고 침례가 무슨 둘도 없는 큰 의식인 것도 아니다. 침례는 승천하시는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것이었고 제자들은 주님이 말씀하신 그 말씀을 따라 침례를 베풀었던 것이며 그런즉 그리스도 예수 안에 들어오는 자들은 마치 최초의 의전같이 침례라는 자리에 놓였던 것이다. 그냥 여러 다른 주님의 말씀같이 주님이 말씀 하셨고 그 말씀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달리 무엇으로 바꿔지기나 변형되어야 할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었다. 이 바꿔치기, 변형의 역사가 오늘 주님의 교회를 이렇게 까지 성경으로부터 멀리 이탈하게 만들었다. 난 그때 침례를 주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침례를 주었던 제자들같이 침례를 받음으로 내 인생의 바른 궤도에 올라섰던 것이다. 그럼 세례는? 이전 길을 잃고 헤매던 나의 옛 모습이었다면 맞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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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와 세례(주일신문시론)
로마서 16장(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