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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神學, Theologie)의 말뜻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이는 인식, 오성, 말씀, 논리를 뜻하는 로고스(Logos)와 하나님의 데오스(Theos)이란 말의 합성어이다. 즉 데오로기(Theo-logie)는 신인식(神認識),신론(神論),신지식(神知識) 등으로 이해될 수 있는 말로 하나님을 인간의 이성 속에 바르게, 이성과 조화를 이루며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학문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라는 말도 알고 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민족마다 잡다한 신학이 가능한 것은 이렇게 잡다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Theologie"는 처음부터 기독교적 착상은 아니었다. 이는 헬라철학의 인식론에서 우러난 것으로 호머(Homer)와 헤시오도스(Hesiod)의 신화적 詩에 보면 신비신학(Theologia mysthica)라는 것이 등장하기도 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리스의 철학에는 신의 본질과 희랍의 잡다한 신을 구별한 소위 ‘자연신학’이라는 것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이 말하는 신학은 일종의 ‘종교철학’이요 고대 희랍신의 본질에 대한 ‘합리적 고찰’정도의 것이었다. 심지어 기독교 내부에서 마저도 신학은 오랫동안 기독교 철학, 즉 기독교적인 하나님의 본질을 합리적으로 고찰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따라서 이런저런 식으로 神의 신성(神性)을 이해하고 그것을 전제로 하여 신학을 말하지 아니한 종교나 철학, 세계관은 하나도 없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신학’이라는 것도 기독교의 신인식에 관한 학문, 기독교란 “종교”의 ‘종교철학’, 일반 과학적인 관점을 총동원한 기독교적 신신앙(神信仰)에 대한 ‘합리적 해석’ 등의 말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결국 신학의 뜻이 이렇게 되면 기독교 신학의 과제란 ‘기독교의 본질’ 또는 ‘기독교신앙의 본질’ ‘단순이성의 한계 안에 있는 종교’를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신학의 과제는 기독교란 종교가 지닌 특성과 유사성을 합리적 입장에서 설명하는 일이 되고 만다. 기독교 역사에는 다분히 이런 유의 시도들이 신학사(神學史) 가운데 있었다. 신학을 이성적, 논리적으로만 접근할 때의 한계가 이렇게 극명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기독교 신학에는 학문의 논리와 타당성을 위한 이성 외에 신앙이라는 영역이 별도로 있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내면에 깔려있는 이성과 인간적인 감정 이상의 것을 갖는다. 그것은 오직 신앙의 대상을 통하여 되돌아온 이성을 통하여만- 사실 그때의 이성은 이미 합리적 이성 이상의 이성으로서의 ‘신앙’이다.- 바른 이해가 가능해진다. 이 새로운 이성은 바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죄인들의 구주시며 그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을 때에 하나님이 그를 죽은자 가운데서 다시 살려 주셨다는 역사적 사실을 믿는 믿음에 기초한다. 그믿음의 기초로서의 역사적 사실은 인간의 이성을 초월한 사건이다. 이 이성을 초월하는 사건을 이성이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신앙의 경험이 기독교를 구성한다. 곧 기독교신앙의 본질은 이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개인의 살아있는 경험이 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기독교신앙이 믿는 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때 ‘기독교적 신인식’은 인간 나름의 신학이 담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능력을 훌쩍 넘어선다. 이것은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 자신의 계시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신인식, 신에 대한 이해와 신에 대한 지식, 곧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로부터 온 것이지 인간의 인식능력(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독교의 보편타당성과 모든 인간의 기독교적 관심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신앙, 기독교적 신인식, 기독교적 소명이 지닌 특수한 역사를 먼저 경험하고 이를 인정해야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한 사람이 하나님을 경험하는 최초의 회심이다. 각 사람에게 있는 ‘다메섹 도상의 경험’이 즉 예수는 어떤 분이시고 그 예수를 보내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하나님의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고 어떤 행위를 역사 속에서 하셨으며 또한 그 행위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 는 개인적 경험이 기독교신학을 규정한다. 신학이 요구하는 신학적 사고와 지식, 인식이 무엇이며 참된 이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역사 속에서 생생히 드러난 하나님의 행위 그 행위가 경험되어진 인간의 바뀌어진 오성- 이를 거듭난 오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거듭난 오성은 합리와 논리, 이성을 초월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제한된 인간의 경험과 이성에도 제한 받지 않는다. 그것은 에덴의 타락 이전의 이성이며 하나님의 경험할 수 있는 순수이성이다.
그렇다고 신학은 세상과 담을 쌓고, 교회란 울타리 안에서 홀로 소외된 채 하나님의 축복을 독차지 하려고 폐쇄된 세계에 안주하지 않는다. 신학은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일하게 자존하여 계시는 하나님께서 그 역사 속에 유일회적으로 역사하신 하나님의 역사에 기초하여 모든 인류를 대변하며 모든 이성을 동원하여 그리스도안에 나타난 모든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관심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타당하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가진다. 곧잘 신학에서 로고스(Logos)의 역할이 너무 확대되고 과장된 것은 인간이성이 절대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성을 절대로 이해한 세대의 철학이 반영된 까닭이다. 신학은 얼마든지 이성과 신앙의 조화위에 건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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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신앙(베뢰아신문 신학산책3)
로마서 16장(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