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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장면이다. 아무튼 의아하게 생각하는 성도들이 있을 것 같고, 그 의아해하는 이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 할 형편이다. 어제 일이다. 어제 우리는 주일이었으나 세상에서는 석가탄신일이었다. 마침 주일이니만큼 우리는 우리대로 평소같이 정신없이 지냈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 받아온 조간신문 일면에 대문짝만하게 불탄일을 맞아 길상음악회-‘길상음악회’는 ‘길상사’라고 하는 절에서 매년 불탄일을 맞아 하는 자선음악회이다 -에 카토릭교회의 추기경이 참석하고 원불교의 박청수교무도 참석하여 세 종교의 지도자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실렸다. 기독교도로는 꽤 썰렁한 장면이다. 비록 타종교이나마 좋은 취지의 음악회에서 서로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잘못했다 거나 이상하다 하기도 어렵거니와 그렇다고 박수치고 잘하는 짓이다 고 하기에는 썩 내키지 않을 듯하다. 그야말로 엉거주춤 이다. 수년전부터 자주 목격되는 일이다. 최근 제법 자주 서로 다른 종교인들의 모임이 세간에 알려지고 그럴 때마다 세상에서는 무슨 길한 일이라도 생긴 듯이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얼마든지 해석 가능한 일이다.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논리가 궁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꼭 신학적이고 종교적인 접근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이 난해해 보이는 자리를 해석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
최근 퓨전문화라는 말을 흔하게 들을 수 있다. 퓨전(Fusion)은 사전적으로는 융합, 융해, 연합, 합병, 제휴 등의 의미이나 쉽게 말하면 ‘섞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최근 우리사회에서 문화든 Anything!(무엇이든) 서로 만나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첨단의 감각 내지는 새로운 시대의 풍조 비슷하게 이해된다.
물론 이러한 용어의 배후에는 부정적이고 염려스러운 내용보다는 다분히 그것이 멋있고 발전적이고 굉장하지 않느냐는 숨은 의미가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실 수긍이 가는 면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김치는 한국을 대신 하는 우리네 토종음식이다. 그런데 그 김치를 요즘 아이들은 이전 우리네 같이 즐겨 먹지 않는다. 그래서 김치의 소비가 많이 줄었다. 그런가 하면 피자는 미국 것은 아니지만-이태리의 나포리가 원산지다 -서양음식, 외래음식의 대표격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런데 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김치와 피자가 만나 ‘김치피자’를 만들어 아이들도 즐겨먹는 새로운 음식이 되었다. 김치의 소비를 촉발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담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치즈와 부침개의 만남도 비슷하다. 물론 음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사물놀이 판소리 같은 전통음악과 클래식이라는 서양음악이 한 자리에 만나기도 하고 대중음악과 서양음악을 적당히 믹스한 연출로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모방송국의 ‘열린 음악회’도 전형적인 퓨전문화의 선두주자에 속한다.
며칠 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가 미국에서 MP3 소비가 아직은 대단하지만 그러한 추세가 오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이를 대신하여 MP3 기능을 내장한 핸드폰이 주도할 것이라 했다. 모르시는 말씀이다.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벌써 몇 세대 전에 (요즘은 한 세대가 얼마더라.....?)핸드폰에 디지털카메라는 기본(디카폰) 거기에 MP3 기능을 가진 카메라가 나왔었다. 이미 그것만 해도 올드 브랜드이다. 벌써 전화(핸드폰)와 카메라(디카)와 음악재생기(MP3)의 결합 거기다 DMB(Digital Audio Broadcasting:자세히 알려면 꽤 복잡하다. 쉽게 말하면 이동하며 TV방송 보는 것이다.)까지 가능한 DMB폰이 나왔다. 핸드폰만 하여도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는지 누구도 간단히 예측을 불허한다. 이 작은 전자제품의 값이 만만찮고 최첨단의 기술로 가득하다. 전형적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퓨전제품이다.
이처럼 퓨전은 단순히 뒤섞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만나 새로운 조화와 탄생을 이뤄내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그러면 불교와 로마카토릭 그리고 원불교가 거기에 기독교가 만나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여기서 다시 한번 더 지적해 두자. 이를 문화현상이라든지, 사람 사는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왕래든지 그 외에도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한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적으로 흑과 백이 다르고 빛과 어둠이 하나일수 없듯이 전혀 하나일수 없고 같을 수 없는 것들이 모여 이룰 수 있는 그 새로운 것이란 무엇일가? 복잡한 묵상은 언제나 같이 베뢰아운동으로 이어진다.
베뢰아운동은 ‘인자가 올 때에 믿음을 보겠느냐’고 하신 주님의 말씀같이 어려운 시대에 태어났다. 베뢰아운동의 길은 길이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은 길이다. -여기서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베뢰아가 다종교시대를 살면서 어떤 종교와도 대화를 할 수 없고 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의 창조가 가능하다. 이를 꼭 썰렁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약간 조정하면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만큼 어떻게든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는 부득불 좀더 본질적인 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베뢰아운동은 퓨전시대 개밥의 도토리나 왕따가 아닐지 모르겠다. 바알과 아세라 목상을 섬기는 수백의 지도자들 속에 있던 홀 단신의 엘리야가 생각난다. 베뢰아는 그 순교자의 길을 가야할 듯 하다. 그러나 베뢰아의 사명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베뢰아사람으로 주어진 사명을 위하여 죽어도 베뢰아가 감당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즉 베뢰아는 이 퓨전문화를 복음의 토양이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뢰아운동은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좁은문의 길임과 동시에 이 시대의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깊은 숙고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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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시대의 베뢰아(주일신문시론)
로마서 16장(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