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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무하는 우리교회에는 최소한 자기들의 인도자인 내가 좋아하는 성경이 무엇이다 는 것을 아는 교인들이 많다. 이는 내가 여러 번 소개한 오랫동안 좋아하는 성경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려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였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감동적인 설교와 성경이 얽혀있는 사건들이 있고, 정말 잊을 수 없는 은혜와 감동을 받았던 성경들이 있다. 그중에는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이 큰 충격으로 경험한 것이 있는가 하며는 설교를 듣던 중 혹은 성경을 읽다 감동되어 두고두고 되새기며 나를 이끌어준 말씀들도 있다.
예를 들어 창세기 6장 22절에서 에녹은 ‘므두셀라를 낳고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낳았으며’ 하는 말씀을 대학 3학년 어느 채플에서 들었는데 그날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은 “우리는, 나는 단 며칠, 몇 시간, 몇 분도 온전히 하나님과 동행하지 못하는데 에녹은 삼백년! 을.......” 하시며 ‘삼백’이라는 숫자를 과장이나 강세로가 아니라 실수(實數)로 해석하는 것에 놀라 아, 그는 그랬구나! 하고 받았던 감동과 양심의 가책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며는 신약성경 디모데후서의 4장10절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데살로니가로 갔고 누구는 어디로, 누구는 어디로 갔고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느니라 는 말씀의 설교를 통해서는 “데마는 어쩌구저쩌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고” 하는 부분이 평생 귀에 쟁쟁하게 남아있다. “데마는 갔다. 세상을 사랑하여........” 이런 식으로.
오래 전 어떤 분이 같이 여행을 하면서 “이 목사님은 뭘 좋아해요?” 라고 물었다. 마침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던 터라 “목사님은요?” 하고 되물었더니 그분은 일전에는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한동안 월요일은 사진을 찍으러 다녔는데 지금은 음악감상을 한다며 십수 년 전이었음에도 당시 앰프는 어느 나라 것이고 스피커 한대가 수백만 원 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을 했다. 그렇게 듣고 있던 나도 대답을 해야 할 형편이라, “난 사람을 좋아합니다. 아예 사람자체 사람이라는 냄새를 좋아합니다.” 고 늘상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말하며 “그래서 여태껏 기타라도 한번 배워보고 싶었지만 사람을 좋아하느라 못했습니다.” 는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도 모를 말로 대답을 했다.
로마서 16장은 이런 내게 딱! 이다. 그것은 신약교회 인물사박물관이다. 거기에는 위대한 신약교회의 충성된 인물들이 남기고 간 신앙의 향기가 가득하다. 처음부터 얼마나 어떻게 훌륭하게 주의 종과 교회를 섬겼을까 궁금을 떨칠 수 없는 자매가 등장하여 그 자매는 위대한 사도 바울의 보호자라 명명되었고, 사도행전의 용사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내외의 ‘저희는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의 목이라도 내어 놓았나니’하는 대목에서는 너무너무 부러워 꿀꺽!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로마서 16장 거기에는 위대한 전도자 바울의 그 위대한 영혼사랑 못지않게 개인 개인을 돌아보는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가득한 것이다. 믿음으로 살다간 교회의 사람들, 봉사자들, 그들의 수고와 행적 앞에 붙어있는 수식어들은 당시 선교사역의 아기자기한 맛을 자아내는가 하며는 학문적으로도 신약교회의 상을 그려주는 효과마저 제공한다. 한 가지 더 소개한다. 23절 ‘나와 온 교회 식주인(食主人) 가이오도 너희에게 문안하고’ ‘식주인’이라……. 아마 한자가 곁들여 있지 않은 성경만을 읽는 이들은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을게다. 그러나 한자를 읽는 순간 ‘아! 밥쟁이! 야, 기가 차구나!’한 적이 있다. 바로 그 순간 기억은 수십 년 전 모교회로 돌아가서 언제나 교회 부엌에서 학생들, 청년들, 교사들 성가대원들 밥해 먹이느라 정신없었던 그 허름한 복장의 마음씨 좋아보이던 집사님-그분은 여전도회 성미부장을 그렇게 오래 하셨는지 늘 예배가 끝나고 성미주머니를 그렇게 들고 다니셨다. 그 분은 지금 나와 동년배인 친구 목사님의 어머니가 되셨다- 으로 까지 확장되고 다시 시간은 어느 새 현재로 돌아와 우리교회, 가이오 못잖은 식주인 B집사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가이오는 얼마나 바울과 바울의 동역자들, 우리말 성경 그대로 ‘온 교회’를 먹였으면 식주인(食主人)이라 불렸을까? 너무 재미있다.
이렇게 로마서 16장은 복음중재로서의 인물, 곧 사람이 충만하다. 사람만큼 구린내 나고, 사람만큼 모질고, 악하고, 독한 것도 없다하지만 사람보다 흥미롭고 신기하고 훌륭한 것도 없다. 사람 이야기 빼고 나면 할 말이 어디 있나? 그래서 모이면 결국은 사람이야기로 끝나는게 우리네 세정(世情)이지 않은가.
로마서 16장은 그 중에도 교회의 사람, 교회안의 사람이어서 우리들에게는 흥미만점이다.
적당한 때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 오랜 세월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우려먹고 우려먹었던 로마서 16장을 강해설교 해 볼 계획이다. 될 수 있으면 인물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고증(考證)까지를 더하면 좋은 연속설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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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6장(주일신문사설)
로마서 16장(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