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현대오순절운동의 평가 [베뢰아신문_신학산책12]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1.25. 22:48:28 글쓴이IP: 61.248.67.159

‘현대오순절운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언하여 1901년 이후 요원의 불길같이 일어난 전 세계적 성령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오순절운동에 대한 평가는 그 폭이 지옥에서 천국까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하다. 20세기 오순절운동이후 이미 한 세기 이상 지나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지난 1세기동안 세계기독교회를 강타한 오순절운동을 바르게 평가하므로 ‘베뢰아운동’이라고 하는 우리의 모델을 점검하고 거기서부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현대오순절운동은 오늘의 기독교회에 무엇이었던가? 이미 승부가 결정난 시점에서 그것에 대한 평가에 망설일 것도 인색할 것도 없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20세기 기독교회를 살린 운동이었다. 16세기 종교개혁이후 중세교회로부터 해방된 세상의 격렬한 도전 그리고 20세기 들어 일어난 두 번의 세계대전, 엄청난 과학적 진보와 물질문명의 발전에 의한 인간의식의 변화는 기존 교회의 자리를 한정 없이 위축시켜 가고 있었다. 수백 년 된 유럽의 웅장한 교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교회들 조차도 쇠퇴일로에 놓였다. 지난 날 교회성장기에 잘 지어놓은 예배당은 텅 비었고 그나마 자리를 채우고 있는 교인은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교회는 장래를 전망할 수 없도록 위기에 몰려있었다. 그때 로스앤젤레스 아주사 거리에서 파선에 몰린 교회를 살릴 새롭고 강력한 운동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1901년 1월 1일 새로운 100년의 여명이 밝아올 무렵 기도하고 있던 파함(Parham)이 토페카에서 무료 성경학교를 인도할 때의 학생이었던 오스만(Ozman)양이 처음으로 방언을 말하게 되므로 현대오순절운동이 시작되었다. 먼저 이 운동의 이해를 위해 당시의 상황을 조금 더 알아보고 다시 그것이 어떻게 분화되어갔는가를 살펴본 뒤 이어 간략하게라도 평가해 보도록 하자.
1.현대오순절운동의 태동
현대오순절운동은 파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그는 1873년 6월 4일 아이오와 주 무스카틴에서 출생하여 13세에 회중교회에서 중생의 경험을 한 뒤 일찍 신학을 하고 19세에 캔사스주의 감리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그는 1878년 LA의 토페카로 옮겨 ‘베델 치유의 집’을 설립하여 헌신적인 무료사역을 하였으며 1900년 10월 15일, 현대오순절운동의 못자리가 된 ‘베델신학교’로 후에 알려진 성경학교를 열었다. 교과서는 오직 성경이었다. 약 40명의 학생이 모였고 식비도 수업료도 없었다. 학교의 세 가지 중요 프로그램은 첫째, 성경의 주제를 가지고 성경만을 교과서로 사용하여 귀납적 성경공부를 하는 것과 둘째는 기도였다. 기도탑이 있어 학생들은 하루 세 시간씩 기도하였으며 때로는 밤을 새워 기도하였다. 셋째는 이 역시 후에 오순절운동의 중요한 특징이 된 실천적 봉사이다. 학생들은 지도자인 파함을 도와 교회봉사와 방문전도에 집중했다.
1900년 12월 31일 학생들의 과제를 점검하는 중, 사도행전에 나타난 오순절현상에서 방언이라는 공통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파함을 비롯한 그들은 ‘방언’이야말로 성령침례의 참된 성경적 표징이 되어야 할 것을 확신했다. 그때가 바로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그 시간이었다. 이후 파함과 그의 학생들은 거의 먹지도 자지도 아니하며 마치 오순절 마가 요한의 다락방에 모였던 사람들이 전혀 마음을 같이 하여 기도에 전념하였던 것같이 한곳에 모여 전심으로 기도했다. 그때 12명의 학생들이 성령에 충만하여 성령이 그들에게 말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였으며 방안에 있던 몇 명은 최초의 오순절 같이 그들의 머리 위로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2.현대오순절운동의 분화
상황은 빠르게 전개되었다. 2006년 초 지금은 한국교회를 비롯하여 세계교회가 오순절운동에 대하여 이전같이 비판적이지도 냉소적이지도 않다. 오순절적 고유의 행습들은 이제 세계교회에 보편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극히 일부의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 기독교단을 제외하고는 복음주의적 교회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전통적, 역사적 교회들이 오순절적 분위기를 수용하고 있다. 마침내 그것은 음지에서 나와 개신교회의 가장 큰 세력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순절운동도 초기에는 극심한 오해와 핍박을 당했다. 한국교회의 경우 아직까지도 성령운동의 대부격인 조용기목사와 여의도순복음 교회에 대한 일부 장로교단들의 정죄결의가 취하되거나 그들이 사죄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없다. 그러나 오순절운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뻗어갔다. 초기에 성결교회와 주요입장에 혼선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성령의 은사와 치유를 강조하던 성결교회와 구분되는 것은 성결교회는 명칭에서와 같이 성화(성결)(Sanctification)에 집중하는데 비하여 오순절운동은 오순절적 역사(Pentecostal Service)에 집중하였다. 그것도 성령의 나타냄으로 인하여 주어지는 능력사역에 더 관심이 많았다. 곧 성령침례를 중생, 양자됨, 칭의 등을 가능케 하는 성령의 내적역사와 구분하여 구원에 따르는 혹은 동반되는 성령의 외적사역에 더 몰두했다. 따라서 오순절운동에는 교회생활의 급격한 변화가 동반되었고 결과적으로 그것의 활발한 활동은 교회성장과 직결되었다. 오순절운동이 목회학적으로 교회성장학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현대오순절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부류로 분화되었다.
①전통적 오순절운동: 파함에 의하여 제기된 결론에 근거하여 먼저 성령침례를 구원이나 중생과는 다른 경험으로 구분하고 또 성령침례의 외적증거로 방언은사를 주장하였다. 따라서 예배 가운데 방언이라는 성령의 은사가 나타나기를 사모하며 기도를 많이 하였다.
②신오순절운동: 1960년 성공회 신부 Dennis Bennette이 자신의 영적체험을 고백하면서 공식화된 것으로 은사운동이라고도 불린다. 성령침례의 증거를 방언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은사를 인정하였으며 특히 신유와 축사현상으로 관심이 발전되어갔다. 더 중요한 것은 전통적 오순절운동과 달리 오순절교단이라는 특정교파에 제한되지 않고 개신교 전 교단에 대하여 문호가 개방되었다. 즉 어느 교단인 것과는 상관없이 다양한 교파와 교단에서 성령의 은사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로 자연히 소속교단과 무관하게 같은 현상에 대한 동의가 가능하게 되었다.
③카토릭 오순절운동: 1967년 카토릭의 몇몇 교수들이 두퀘스네와 노트르담 대학에 모여 성령의 은사가 나타나기를 사모하여 기도하는 중 성령침례를 경험하게 되었고 곧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갔다. 이들에게서도 대부분이 방언을 하고 예언, 영분별, 축사 등의 은사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조차도 20세기말 이후로는 오순절운동이 워낙 다양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구분에 별 의미가 없어지고 말았다. 오순절교단은 원조의 형태로 남아 있을 뿐 성령운동에 있어 복음주의 교단을 비롯한 여타의 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오순절운동의 평가
①현대오순절운동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고유한 힘과 정당성이 있다. 그것은 사도행전적 기독교 회복운동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성경에 기초해 있다. 파함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주님이 약속하신 말씀에 의지하여 순수한 영의 사람들이 성경외의 어떤 것도 배제한 채 오직 성경을 상고하고 성령의 역사를 사모하며 역시 성경이 원하는 방법대로 전혀 기도에 힘쓰는 중 사람이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능력과 변화를 경험하였다. 오순절적 은사와 결과가 아무리 화려하다 할지라도 성경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취약한 것이다. 그러나 오순절적 현상들은 그 최초의 과정이 성경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하여 오순절운동은 현대교회로 하여금 성령의 역동적 역사에 눈을 돌리게 하므로 신앙의 종교화 화석화로부터 교회를 건져낼 수 있었다. 중세이후 철학과 이론논쟁이 주축을 이루었던 신앙이 하나님의 살아계시는 현장으로 인도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순절운동은 신학적 논쟁에서 출발하지 않고 기도와 체험과 성령의 은사에 기초하여 실제 교회를 섬기는 것과 전도에 집중하므로 신앙생활에 일대 혁신을 불러 일으켰다. 자연히 교회가 성장되었고 지난 1세기 동안 괄목할만한 선교의 결과가 나왔다.
②그러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신앙현상에서 출발한 태생적 한계는 운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신학적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였다. 대부분의 오순절신학자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그들은 쉽게 개혁신학의 큰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 한국교회 오순절교단들의 경우 실제로 장로교, 개척교회의 신학과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골격은 개혁신학을 유지하면서 오순절교단이라는 외연만 갖추고 있는 형세가 되었다. 따라서 더 크게 역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말았다.
③개인의 주관적 체험에 근거한 까닭에 신학으로 정형화하기 어려웠다. 물론 모든 신앙의 행위를 애써 인위적으로 신학화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워낙 큰 변화와 흐름이 있었던 것에 비하여 이론적으로 취약함으로 인해 점차 빠르게 중구난방이 되었다.
④가장 안타까운 것은 오순절운동이 갖는 이러한 취약점으로 인해 개신교회의 무속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체험은 개인적이고 신비적이다. 이를 규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으로 인해 -불행히 이점 오순절운동이 안으로 들어간 개혁교회도 성령운동에 대하여 취약한 것에는 마찬가지 였으니 -신앙체험이 무속화되고 개인의 삶이 전인적 변화보다는 은사와 능력에 기울어지므로 전인적 인격과 규범이 바로 서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