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부활절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4.12. 23:21:19 글쓴이IP: 203.240.185.102

다음 주일은 주께서 육체로 세상에 오셔서 고난을 당하사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그러나 약속대로 그 사망의 권세아래 놓여 있지 않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부활절이다. 그리하여 지금 전 세계기독교회가 부활절에 앞서 사순절(부활절이전 40일간의 기간)을 보내고 금주는 그 절정인 고난주간을 지내고 있다. 부활절은 다른 절기와는 또 다른 그야말로 기독교회 최대의 절기이다. 바울의 진술같이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지 못하셨으면 우리의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우리의 믿음도 헛것이며 우리의 바라는 것이 이생뿐이라면 우리는 모든 사람가운데 가장 불쌍한 자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리스도인같이 허망한 사람이 없고 그리스도인들의 수고와 헌신같이 무가치 한 것이 없다. 그리스도 교회의 모든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에 집중한다. 부활이야말로 지난 모든 고난의 반전이다. 그런즉 고난은 부활의 빛 아래서 재조명된다. 그동안의 모든 수난, 역경, 부당한 차별은 부활의 영광스러움 아래 눈 녹듯 사라지고 찬란한 부활의 꽃만 남는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기독교회에 대한 오해가 많은 중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에 관한 것만큼 맹목적이고 심각하고 신파적이기까지 한 것이 없다. 이는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공통적이기도 하여 그 폐해의 심각성마저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더욱 심각하다. 예수 그리스도 독생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모든 믿는자의 믿음의 주이신 그의 고난은 인간에게서 동정을 받아야 하는 불행한 일이 아니다. 저는 하나님이 보내신 그리스도시다. 본질상 하나님과 동등하신 하나님의 본체이신 하나님이시다. 그는 얼마든지 하나님께 청하여 열두 영이 더 되는 천사라도 동원하여 당시의 불의한 자들을 징벌하실 수 있으셨다. 그러나 그리하면 어떻게 아버지의 뜻을 이룰 수 있을까 하셔서 자기 뜻대로 살려하지 않으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고난의 잔을 감당하셨다. 그런즉 그의 고난은 만인의 축하를 받아야 할 영웅적 고난이다. 마치 각고의 훈련과 노력 끝에 42.195km의 장거리를 1등으로 들어오는 마라토너를 향하여 뜨거운 환호와 축하의 박수를 보냄같이 그의 고난은 인간에게서 찬사를 받고 경하를 받아야 하는 영광의 고난이다. 그는 그 찬란한 고난을 감당하신후 마침내 ‘내가 다 이루었다’하시며 자기 일을 이루신 성취의 소감을 표하신다. 그러나 오늘의 인본주의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의 죄를 속죄하기 위하여 부당한 대우를 받으시고 마치 흉악한 죄인중의 한 사람같이 무참히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 고난의 날은 수난의 날이요 어둠의 날이요 슬픔의 날이다. 마치 구약성경시대와 같이 가무와 웃음을 삼가고 옷을 찢고 재라도 뒤집어써야 할 그런 분위기 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큰 난센스이다. 주님은 자기 일을 다 감당하시고 승리의 월계관을 쓰시고 기뻐하시는데 그의 은혜를 입은 인생들은 도리어 슬퍼한다.
신앙은 그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은혜를 의지한다. 그가 고난을 당하셨다고 나도 고난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절망이다. 나는 도무지 스스로는 구원받을 수 없는 무익한 인생이었으나 그가 무익한 자로 의롭게 하셨으니 나는 공로 없이 의롭다 함을 받았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신앙이다. 이제 전통적으로 교회에 각인되어 왔던 사순절의 칙칙한 어둠을 걷자. 주님과 함께 기뻐하고 주님의 승리에 참여하며 주님의 영광을 노래하자. 차라리 이 기간 동안 그가 아버지를 위하여 하신 것 같이 그로 세움을 받은 교회도 더욱 힘써 주의 일에 참여하자. 그리하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부활이 전 세계교회의 자랑이 되고 힘이 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