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7.

양극화 해소와 교회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1.25. 22:46:24 글쓴이IP: 61.248.67.159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양극화 해소라는 큰 화두를 다시 내놓았다. 작년과 금년의 주제어가 같고 여전히 정치적이고 선언적 차원이다 는 점에서 별 다를 바가 없지만 금년에는 재원마련이라는 과제를 제시한 것이 다르다면 다르고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대통령이 국정의 최우선적이고 필수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내어 걸었으니 당연 세간에 화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세금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당장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정초부터 유례없이 연간 3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상당수의 대기업에 대하여 전격적인 세무감사를 발표했다. 관련 당사자들은 대통령의 기자회견과는 상관없는 통상적인 세무감사라고 하지만 정초에 이 같이 대대적인 세무감사의 전례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통상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세간에 결국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을 위해 세금을 더 거두겠으니 양해해 달라는 암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던 터에 신호탄이 터졌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권의 분위기는 더욱 민감하다. 새해 벽두부터 다분히 표심(票心)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고 보니 대통령 선거전에 관심이 있는 알만한 주자들이 다시 이 화두에 뛰어들었다. 너도 나도 이렇게 하면 큰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공약 아닌 공약을 늘어놓는다. 그 큰돈을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나오자 말자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니 그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방법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양극화 해소란 쉽게 말해 모두 다 잘 먹여 살리겠다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지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너무 졸속적이고 정치적인 경솔한 언사이다. 심지어 가나한 사람을 데리고 노는 것 같아 분조마저 느껴지는 처사이다.
양극화 해소의 문제는 빈부격차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 같은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않고는 나라의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의할 수 없는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 당면한 과제의 해결을 위해 성급하게 일방적인 행동을 취하지 전 국민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이 우선이라 하겠다. 그 중에서도 그간 정부의 노심초사에도 불구하고 왜 이같이 양극화가 지난 수년내 더 심화 되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 이후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위해 가능한 더 넓은 계층이 협의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해서 지적했을 만큼 심각하다면 더욱 그렇다.
이점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로서도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두고 교회의 역할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회헌금의 전형이랄 수 있는 십일조를 비롯 기타 헌금은 양극화 해소의 첨병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기부금이라 하여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혜택도 받듯이 헌금은 신앙의 문제이지만 기실인즉 부의 나눔이라는 사회 공개념적 측면이 강하다. 교회는 자발적 헌금의 형식을 통하여 넉넉한 자의 부를 보다 어려운 이들이 함께 누리게도 하는 것이다. 건축이 그렇고 보다 나은 환경의 제공이 다 그렇다. 물론 아직도 교회 자체의 생존에 허덕이는 영세한 교회도 많지만 기독교회의 헌금이 쓰여지는 용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득재분배의 측면이 대단히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교회로서는 사회양극화의 문제가 심각한 만큼 과감하게 구제를 선교와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몇 알만한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종합사회복지관을 마련하여 지역사회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을 보살필 뿐만 아니라 정보와 지식의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공부방을 개설하는 등 교회가 기꺼이 할 수 있는 방안에 적극적인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하겠다. 교회가 이 문제의 해소에 적극 나선다면 우리사회 어느 조직보다도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