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때가 때이니만큼 자연스럽게 지난 1년을 돌아보기에 앞서 엉뚱한 기억이 난다. 벌써 오래 전이다. 미국과 중국이 소위 핑퐁외교로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교류를 시작하였다. 마침내 또 다른 세계 강국 소련이 개혁 개방에 의해 철의 장막을 무너뜨리고 서방세계에 그 얼굴을 드러내었다. 그때 세계는 드디어 한 세기를 끌었던 냉전체제가 끝나고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세기가 열리는 줄 알았다. 이제는 서로 적대하지 않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만나면 반가와 하는 그야말로 꿈같은 공존의 세계가 열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후 역사는 어쩜 그 같은 인생들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 걷잡을 수 없는 분쟁과 소요, 전쟁의 소리로 들끓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의한 국제간의 긴장과 분쟁이 끝난 바로 그 빈자리에 민족간의 내분이, 계층간, 종교간, 문화간의 극렬한 분쟁과 충돌이 차지했다. 차라리 미, 소 양 대국이 주도하는 이데올로기간의 분쟁은 양반이었다. 이들 강대국들의 우산과 비호와 간섭마저 용이치 않게 된 자리에 잔챙이들의 수습불가한 난장판이 벌어졌다.
그 참 희한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희한하다 할 것도 없을 것이 그게 인생이요 인간역사의 진면목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 뿐이다. 언제나 유사 이래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래왔지만 사악한 정치인들의 호사스러운 변술과 장사꾼들의 상업주의, 낙관론자들의 근거 없는 약속이 잠시 사람들의 마음을 흐려놓았을 뿐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근자에는 이 모든 것에 더하여 자연의 낌새조차 심상치 않다. 한 국내 언론이 2005년 1년을 결산하는 세계 10대 뉴스의 1,2위로 자연재앙을 뽑았다. 외에도 10대 뉴스 중 또 다른 유사 자연재해가 있을 정도로 말없이 버티고 있던 자연이 분노할 때 인간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이는 금년에도 예외가 아니다. 똑같은 일들이 되풀이 되었다. 어느 달, 어느 주간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저지르는 해프닝들은 이제 국민들에게 더 화젯거리도 안 된다. 시중에는 대통령에 관한 엽기적 풍자가 난무하고 1년 내 무슨 파동 무슨 파동에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 결국 황무슨 파동으로 전국은 초상집이 되었다. 이렇게 치고 박고 지지고 싸우는 사이, 그 작은 소리마저도 낼 수 없던 소외된 국민들은 새삼 가스보일러,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꾸어야 했다. 누구도 돌보지 않았던 어느 거동조차 만만치 않았던 중증 장애인은 보일러가 터져 누웠던 자리에서 얼어 죽고 말았단다. 어머니는 가난에 지쳐 달아나고 아버지는 병저 누워계시더니 끝내 숨을 거두었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소년소녀 가장들만 달랑 처절한 생존경쟁에 놓였다. 한쪽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사상최대를 갱신했다고 연일 난리 법적을 떨지만 이마저도 있는 사람들만의 잔치일 뿐 개미군단들은 여전히 죽는 소리이다.
해마다 이맘 때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속고 또 속으며 희망을 가졌으나 이 만큼 세월을 살아보고는 더 속지 않는다. 근거 없는 희망은 좌절만 더하는 것을 알았다. 외려 이토록 참담한 인생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직고하며 전능자의 자비와 은혜를 구한다. 1년 풍상에 낡을 대로 낡은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같이 헤어지고 찢겨진 마음을 추슬러 주님을 의지할 뿐이다. 저기 저 세상에는 악한 정치꾼도 없고, 지진도, 해일도 배고픔도 빈부의 차도 없으려니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성도들의 실상이니 은혜중의 은혜요 복중의 큰복이다. 한 해를 결산하며 힘겹게 살아온 모든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하늘의 신령한 위로와 소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의장단 인사말
평소 신앙생활은 명분싸움이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나이로 태어나 그리스도인이 되고 더 나아가 거룩한 교회의 지도자가 되었다. 세상에서는 더 부러울 것이 없도록 부요한 사람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부르신 주님의 은혜에 합당한 명분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베뢰아교회 연합의 의미는 베뢰아운동에 있다. 베뢰아운동은 베뢰아교회의 근거요 이상이며 이유이다. 지난 시간들을 헤아려 반성하는 것도 이후의 날들을 계산하여 보는 것도 그 출발은 베뢰아운동이어야 한다. 이는 사람의 욕심이 아니다. 성경을 알았고 성경의 지지를 받는 명분있는 길이다. 사명자의 길이다. 그런즉 살고자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라는 말씀을 새삼 되새기며 베뢰아운동에 매진하는 새로운 한 해 이기를 소원한다.
총회와 지방회와 개교회가 한 마음으로 이 거룩한 부름에 응답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
그 외의 것들은 대단히 부차적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렇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거룩하신 하나님의 의도는 증거되어야 한다.
|
|
2005년을 넘기며[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