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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멋지고 고상하게 그리고 유식하게 구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만인이 다 알아듣도록 쉬우면서도 정곡을 찌를 수 있는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그 장본인이시지 않은가 싶다. 만일 예수님께서 이 시대를 사셨으면 이 시대를 어떻게 정의하시고 어떻게 진단하시며 뭐라 하실까? 70년대 초 대학에 들어가 신학이라는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부를 몸으로 때우며 -이를 졸고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To do theology라 표현한 적이 있다. - 처절하도록 맹렬하게 그 세계에 빠져들었던 필자로는 21세기 초 현시점에서 그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곧잘 들곤 한다. 적에도 신학이라는 세계에서는 그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누구나 감지 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그때 적어도 19세기 중반이후 슈라이에르마흐, 슈바이쩌 등을 필두로 칼 바르트, 에밀 부르너, 루돌프 볼트만, 폴 틸리히, 라인홀드 니버 등의 쟁쟁한 신학자들 그리고 보수신학계에서는 화란의 아브라함 카이퍼, 코넬리우스 벤틸 등 좀 더 시간이 지나서는 「신에게 솔직히」의 로빈슨, 신의 죽음의 신학이라는 술어를 만들어 낸 알티저, 복음의 세속적 의미를 들추어낸 벤뷰렌 그리고 「세속도시」로 유명한 하비콕스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가운데 탄생하여 군사독재 아래 있던 대한민국 교회를 초강력 강타했던 쿠티에레츠의 「해방신학」........ 면이 부족하여 다 열거할 수가 없다. 이렇게 다 열거할 수 없도록 신학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이는 꼭 유럽이나 미국만의 상황도 아니었다. 기독교적 배경이 있는 나라마다 상황이 비슷했다. 20세기 중반이후 기독교회가 왕성히 일어났던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인도 등의 아시아권에서도 세계적인 신학자와 학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미나가 풍성했고 대학과 지상에서는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21세기 초 지금 신학계는 너무도 조용하다. 기독교서점 가에는 신학이 열띠게 전개되어야 책이 팔릴 텐데 팔릴만한 책이 없다. 신학이라고 할 것이 아예 없다. 마치 신학의 잠복기내지는 실종기라도 되는 듯 너무 조용하다. 겨우 신학의 고전들이 판을 바꾸어 출판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후반 반짝 일어났던 교회회성장학마저도 신학이라고 간주한다면 실천신학 내지는 교회성장학을 최후로 신학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21세기 들어 신학이 실증되었다고 간단히 말하면 될 것을 말이 많이 길어졌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얼마나 실종되었는지 도저히 감이오지 않을 것 같아 이것저것 장황하게 늘어놓아 보았다.
실은 신학(神學)은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이고 개방적이어야 신학(新學)이 성립된다. 그런 의미 보수신학이란 원칙적으로 성경만 붙들고 있으면 가능하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요 이는 신앙과 삶에 정확무오한 준거이다 라는 원칙아래 칼뱅이라고 하는 기둥만 붙들고 있으면 안전한 것이 정통신학이고 보수신학이다. 그러니 달리 더 신학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신학(神學)이 동시대의 주변 환경과 역사적 사건과 관심에 귀를 기울이거나 이를 선도할 의욕 -실은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신학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시대문화를 선도하지는 못한다. 거의 언제나 첨단의 문화와 문명이라는 현실이 앞서고 이어 이를 해석하고 확산시키는 형태로 등장한다 ― 이 일어날 때 성경은 시대철학과 시대사상 시대의 관심을 해명하고 판단하기 위해 신학이 가능해진다.
그럼 왜 이렇게 조용할까? 괜한 트집일지 모르겠다. 이 시대가 신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성경에 도전을 받고 성경에 의하여 일깨워져야 할 영혼들이 잘 발달된 문화나 문명 소위 웰빙풍조 속에서 신앙을 종교로 전환하여 종교의 틀속에 스스로 갇혀버렸다. 교회 가서 듣기 좋은 소리 듣고 그래서 기분 좋고 마음 편하면 되었지 달리 더 생각할 것이 없다. 약간의 윤리적이고 도덕적 자극이나 의무 책망 같은 것은 언제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문제라면 적당히 자극을 받고 적당히 죄송스러워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어느 정도 분발하려는 시늉만 내면 된다. 헌금도 그렇다. 교회가 돈이 아쉬우면 내것도 좀 내어 놓아 교회일에 협조할 용의가 있다. 다 내어 놓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그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도 이만하면 대단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세상이 철저하게 세속화되어 버렸다. 이는 「세속도시」의 저자 하비콕스도 미처 이런 식일지는 몰랐다. 20세기 후반 21세기 초 교회는 위장된 형태로 교회부흥-이를 두고 부흥기라고 하기에는 좀 뭣 하지만-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하비콕스가 문 닫게 될 것이라던 교회에 사람이 몰리고 초대형의 교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교회는 더 이상 고뇌하지 않는다. 고뇌하기를 싫어한다. 영적실재니 실상이니 그런 것은 상당히 거북스럽다. 그래서 마치 교회가 뒤늦게 세속에 물들지 않은 채 신령하고 부흥하고 국내전도는 물론 세계선교에 헌신하고 교회를 구성하는 교인들도 덩달아 꽤 괜찮은 교인이라고 자임한다. 자고로 교회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식이다. 교회가 타종교와 구분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의 복음뿐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실은 이도 하나의 도그마요, 구호요 교리가 되었을 뿐이지 실체가 없다. 우리는 이 같은 이론을 갖고 있다는 정도이다. 아주 묘한 세속화의 실상이다. 이 즈음하여 마치 광야의 외치는 소리같이 『‘베뢰아운동』이 출현하였다. 때가 꽉 찼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신령한 것과 세속적인 것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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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베뢰아운동의 모색 ①동시대의 진단 [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