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7.

양극화 해소와 교회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2.22. 13:16:18 글쓴이IP: 61.35.186.25

「양극화」가 이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대통령이 연두부터 이를 제시한 뒤 정치권은 물론 학계, 재계 등 사회 곳곳에서 나름의 소리를 내고 있다. 「양극화」구체적으로「양극화 해소」란 일단 듣기에 매력적이고 자극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문제의 현안을 냉철하고 정확히 보아야 한다. 이는 결국 빈곤과 박탈감의 문제이다. 이도 상대적인 것이 있고 절대적인 것이 있다. 절대적 빈곤은 타인과 상관없이 빈곤으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거나 어려운 경우이다. 이는 정부든 누구든 우리사회 전체가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아마도 생활보호대상자들이나 혹 그 차상위계층이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그리고 상대적 빈곤이다. 이는 상대방에 대하여 느끼는 빈곤의 감정이다. 곧 남이 너무 잘 사니까 내가 상대적으로 못살고 비참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이다. 그런 의미 이는 평등의 문제와 직결된다. 곧 같이 잘 살게 되거나 같이 못살게 되면 자연히 해결된다. 예컨대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비참하게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같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세계 최하위에 속하는 국가들의 행복지수가 뜻밖에 거의 최상위로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빈곤이든 상대적 빈곤이든 빈곤과 박탈을 느낀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감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이 당면한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제대로 나눠먹기 위해서는 먼저 피자를 키워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쪽이 있는가 하며는 당장에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든 나눠먹어야 할 것이 아니냐 로 학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하면 이 뜨거운 감자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교회의 입장을 살펴보자. 교회도 우리사회의 큰 공동체이기도 하거니와 교회의 독특함으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하여 할 말이 많다. 교회는 사도행전 초두에서 볼 수 있듯이 출발에서부터 평등하지 않음의 문제에 고심하였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 문제를 아주 원만하게 해결하였다. 부한 자와 가난한 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동일하게 은혜받고 한 소망을 가지게 된 후 자신들의 재산을 처분하여 사도들의 발앞에 갖다 놓았다. 그리곤 각자가 필요한 데로 가져다 썼다. 대단한 공생공존의 이상사회를 이뤘다. 그러나 그 교회 역시 인간세상에 머물러 있는 한계 때문이었을까 이는 곧 바로 아나니아와 삽비라 같은 불행한 경우도 일어났고 고린도교회에선 가진 이들의 횡포 내지는 독선의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 한국교회의 형편을 돌아보면 보다 쉽게 답을 예측할 수 있다. 먼저 교회가 웬만큼 성장해야 한다. 1970년대 이후 한국교회에 일어난 교회성장운동은 오늘 세계적 초대형 교회 출현의 밑바탕이 되었다. 이 같은 초대형교회들이 해교단과 한국교회에 기여한 긍정적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초대형의 교회들이 앞장서 쾌척하게 해결했다. 그로 형편이 여의치 않는 성도들도 혜택을 보게 된 것은 물론이다. 교회건축이 그렇고 문서선교나 찬양사역 등도 그렇다. 작은 교회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해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눔에 충분했다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형편없었다. 아직도 생존자체에 허덕이는 개척교회들과 농어촌교회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한국교회가 과연 양극화의 문제에 대해 할 말이나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는 나눌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주 안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의 보편교회로서 한분 주님을 섬기는 한 교회라고 한다면 이것은 아니다. 큰 살림에는 큰돈이 든다는 식으로 죽는 시늉을 하지 말고 더 주머니를 풀어야 한다. 계속해서 한국교회가 교회안의 양극화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세상이 비웃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형교회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