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환추기경이 1969년 서품을 받은 이후 무려 37년 만에 다시 로마카토릭 서울 대교구 정직석주교가 한국카토릭교회 제2대 추기경에 임명되므로 한국 카토릭교회도 두명의 추기경을 갖게 되었다. 로마교회에 큰 경사가 났다. 이렇게 두명의 추기경을 두게 된 것은 비단 로마교회만의 경사요 기쁨이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이 되었다. 전국 주요 일간지는 물론 언론매체라는 매체마다 앞 다투어 발표 며칠 전부터 새로운 추기경의 탄생을 예측보도하더니 확정 연후에도 새로운 추기경에 대한 관련기사로 도배를 했다. 로마카토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위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새 추기경에 대한 국민적, 사회적 관심은 그 같은 외적인 면에만 있어 보이질 않는다. 벌써 197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김수환추기경을 정점으로 한 로마교회의 지도자들과 로마교회가 한국사회에 보여준 실상의 연장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비단 로마교회만도 아니다.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종정이 입적을 하게 되고 새로운 종정이 등장할 때도 추기경만 결코 못지않다. 일전의 성철종정 입적이후에는 ‘성철 신드롬’이라할 만큼 그 관심이 대단했고 그로 불교계가 크게 성장하였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삼소회라 하여 불교의 비구니와 로마교회의 수녀, 그리고 원불교의 교무 등의 여성직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사회봉사도 하고 노래도 하고 심지어는 국제분쟁지역을 함께 여행하며 그들의 소회를 언론에 실어 세인들의 칭송을 받고 주목을 끌기고 하였다. 거기서도 개신교회는 빠져있다. 성공회 수녀가 있었지만, 성공회는 한국교회협의회 회원교단인 엄연한 개신교회이나 일반인들은 그런 것 잘 모른다. 그저 세상사람들이 볼 때는 교회, 이들만 빠졌구나 생각한다. 이왕에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경찰공무원들이 제일 짜증스러워하는 이들이 기독교인이요, 목사라고 하는 말은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왜 그랬을까? 딱히 교인들이, 목사가 무슨 못난 짓을 했기에 말이 그렇게 나와 버렸을까? 정확히 영문도 모르는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지만 그것을 여론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이렇게 언제부터 인가 교회는 찬밥취급을 받고 있다. 여전히 가장 많은 사학(私學)을 운영하고 사회복지는 물론, 북한돕기문제까지 교회의 손이 안가는 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미운오리 취급이다. 물론 교회가 세상의 요구를 다 따라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 ‘무릇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도 정신 나간 사람이다. 교회가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음에도 애매히 핍박을 받고 멸시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게 아닌 것은 틀림없다. 교회의 위상이 아는 듯 모르는 듯 현저히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는 정치권이 교회는 겁 안 낸다.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는듯하다. 교회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고 교회 인사들의 발언과 입장은 더 이상 국민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 모두 교회가 자초한 일이다. 수십 년 동안 무인가 신학교내지 무자격 신학교에 의한 무자격 목사의 양산은 교회지도자들의 수준을 도저히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뜨려 버렸고 교회가 하는 일, 교회의 이기적 모습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사도행전에 있는 본래의 교회는 신앙이 다르기에 한편의 기득권자들에게서 핍박을 받았으나 일반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칭송을 받았다. 교회가 주의 말씀과 사도들의 권면으로 되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고상한 복음에 더하여 하늘에 속한 자라는 거룩하고 경건한 삶, 희생하고 봉사하고 베푸는 삶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 떨어지기 전에 눈으로 드러난 삶의 모습을 통해, 고귀한 관심과 실천을 통해 이렇게 추락된 위상을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때라야 교회가 복음을 갖고 인생들의 심령 속에 파고 들어갈 기회를 얻을 것이다.
|
|
2006년 3월, 기독교회의 위상 [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