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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신학이라는 그 묘한 세계에 빠져들 무렵 나와 주변 친구들의 관심은 오직 칼뱅이었다. 당시에는 칼뱅의 기독교강요 한국역이 없었을 때였으나 큰(?) 돈을 들여 영어 영인본을 구입하여 방과 후 소그룹으로 모여 강독을 하며 신학을 한답시고 겉모양을 내기도 하고 그렇게 모여 공부를 하는 것이 신학에 눈이 좀 열렸다는 프라이드이기도 했다. 정말 칼뱅, 그놈의 칼뱅 세뇌가 되도록 많이 들으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칼뱅이라는 인물 속에서 신학의 감각이 형성될 무렵 우리들은 나름대로 ‘과연 칼뱅의 한계는 없는가, 우리는 그 바운더리(boundary:경계,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을 넘어서면 불경인가?’ 하는 등의 제법 진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하며 신학의 세계를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이곳 베뢰아동네에 와서 칼뱅하면 아주 몹쓸 사람이요, 살인자요, 성경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으로 욕 얻어먹는 것을 보고 여간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칼뱅은 그렇게 욕을 얻어먹도록 무식한 사람도 몹쓸 사람도 아니다. 비판을 해도 그렇게 하면 진짜 학자들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난 기독교 역사에서 칼뱅만큼 큰일을 하고 많은 일을 한 사람이 없다. 그 만큼 성경에 정통한 이도 없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칼뱅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그가 없는 개신교회를 생각할 수 없도록 그는 루터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오늘의 개신교회를 교회되게 한 개혁자이다. 성경의 어떤 것에 마음이 갈하고 신학의 어떤 부분에 의문이 들고 궁금하고 더 알고 싶을 때마다 그를 찾아가면 거의 언제나 작은 불빛의 안내를 받을 만큼 그는 개신교회의 아버지이다. 그러기를 무려 20여년의 신앙생활이 이어지던 어느 날 -거의 16여 년 전, 그때는 이미 초임목사였다.― 시무언 김기동 목사님을 만났다. 그때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혼돈은 이랬다. 그 만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그 충격과 혼란은 글자 한자 흔들리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다.
‘지금 저기-덕정수양관의 구 예배실 이다.― 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주기철, 손양원, 한상동, 그리고 일반에 회자하는 부흥사 누구 누구...... 내가 알고 있는 한국교회의 어른들은 이렇건만 듣도 보도 못한 - 이는 실은 거의 이런 세계와 무관하게 지내며 신학공부 그것도 이론신학이나 사회학, 철학에만 관심이 있었던 나의 무지요 불찰에 기인한다.― 그러면 이 양반은 도대체 신이나, 천사냐, 누구인가?’ 후에 알고 보니 그는 고신교단이라는 세계에 갇혀 살았던 나와 주변사람들만 잘 몰랐을 뿐 부흥회 세계에서 많이 알려진 부흥사였다. 그렇게 처음 만났던 시무언은 사정없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사이 나이 50이 넘었지만 이러한 시무언에 대한 나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내가 끊임없이 글과 말로 발표하고 있는 배후에는 이 만한 사연이 있었다. 기독교 2,000년 역사 속에 그야말로 더 찾을 수가 없도록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고 그로 인해 나는 그를 흠모하고 그의 문하에 머물러 있음으로 하여 언제나 “문하생”이라는 표현으로 그를 대해오는 바다. 이는 아부도 지나친 예의도 아니다. 나는 실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어차피 그는 내게 그런 존재이다. 이렇게 칼뱅의 문하에 있던 사람이 시무언의 문하생이 되어 베뢰아운동의 역사에 조용히 돌 하나라도 놓고 가겠다는 사람이 곧 나다.
그런데 그 시무언과 이전 교회에서 배웠던 16세기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칼뱅은 너무 닮았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어떤 이가 모처럼 귀국하여 T. V에 나와 하던 말이 기억난다. 쇼팽이나 베토벤이니 모차르트 같은 사람은 수세기에 한번씩이나 볼 수 있는 음악적 천재요 라는 말을 했다. 그때 평소 저런 많은 콩나물 대가리를 모아서 어떻게 이와 같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나 하는 평소의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렇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곡들을 지을 수 있나!’
첫째, 둘은 하나님께서 수백 년에 한번씩 배출하신 인물들이다 는 점이다. 칼뱅을 알고 시무언을 모르는 사람, 시무언은 아나 칼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니, 이렇게 비교할 수가! 라고 불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르는 말이다. 시무언을 칼뱅에 비교하는 것은 결코 시무언에게 누가 아니다. 누가 더 낫고 위대하냐는 것은 너무 인간적이다. 이들은 500년 1,000년에 한명씩이나 볼 수 있는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둘째, 16세기 유럽이라는 탄탄한 기독교적 배경과 20세기 중반 대한민국의 충청도 하고는 같을 수가 없으나 이들은 평신도 신분의 20대 중반에 세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에 이르렀다. 시무언은 25세에 전무후무한 「하나님의 의도」가 정립되었고 칼뱅은 20세 직후 회심을 하고 27세에 기독교역사상 최고의 명저인 「기독교 강요」를 내어 놓았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시대를 위해 그렇게 쓰셨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칼뱅의 그 방대하고도 치밀함, 성경과 신학에 대한 정통한 이해, 그리고 시무언의 심오한 성경발견은 사람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셋째, 일관된 개혁정신이다. 물론 이만큼 이렇게 위대한 인물이었으니 무엇이 두려웠을까마는 둘은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일관되게 개혁자의 길을 간다. 거의 혁명가 수준이다. 심지어 둘은 개혁의 길에 있어서만큼은 완고한 면까지도 닮았다. 칼뱅은 먼저 법학을 전공했다. 칼뱅이 제네바를 다스릴 무렵 반대자 세르베투스를 화형에 내어준 것은 당시는 그 같은 종교재판이 관행으로 있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결정적 약점인 것이 틀림없으나 그는 정통적 삼위일체에서 벗어난 반대자를 유야무야 넘길 수 없었다. 평소 시무언에게서도 그의 부드러운 심성과 예술적 인간미와는 달리 성경과 관련 하여는 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엄격성을 발견하게 된다.
외에도 둘은 종교개혁자로서 닮은 바가 너무도 많다. 그래서인지 21세기 환언(還言)운동이라는 교회개혁의 과제를 짊어진 시무언은 너무 위대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홀로 지고가기에는 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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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 칼뱅과 시무언 김기동목사(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