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09.

영락교회의 교훈(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4.12.22. 22:47:04 글쓴이IP: 61.103.143.86

영락교회는 지난 세월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회였다. 전후 실향민들이 모여 세웠다는 아름다운 신앙전통과 함께 훌륭한 목사님을 모시고 명당이라는 명동에 넓게 자리를 잡은 명실상부한 한국교회의 대표교회였다. 한국교회의 성장기에 기독교인들에게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조차 한국교회의 자랑으로 칭송을 받도록 교회는 안팎으로 그 명성을 자랑하였던 때가 있었다. 그 영락교회가 설립자 한경직 목사님으로부터의 승계이후 벌써 4대를 이어가며 바람 잘 날 없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영락교회는 물론 한국교회 전체를 보아서도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뿐 더러 단순히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막대한 영적 손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교회가 불교와 카톨릭 교회에 이어 호감도 3위를 기록할 만큼 그 위상이 뒤쳐져 있는 때에 영락교회 소식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교계를 어수선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여기서 특정교회의 분란과 소요에 대하여 분석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칭찬을 듣고 성장의 모델과 같은 교회의 실추를 통해 한국교회는 다시 한번 교회가 무엇이며 어떻게 되어야 하고 평소 교회안에 자리하고 있는 세속적 기준과 가치가 얼마나 잘못되었느냐는 것을 확인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교회는 주께서 감독자를 세워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치게 하신 곳이다. 교회에는 엄연히 감독자의 위상이 있다. 세우신 주님의 뜻을 받들고 말씀을 선포하며 교회를 치리하고 감독하며 교회를 대표하여 최종 결심하는 것은 주님이 그에게 주신 책임이요 권한이다. 그러나 아무리 감독자를 세웠다 할지라도 총이나 칼을 쥐어 주지 않은 교회의 감독자로서의 목사는 협력자들의 협력이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영락교회의 소요는 오늘 한국장로교회의 장로제도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우이다. 어쩜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께서는 금번 사태를 통하여 장로교회의 장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명령하고 계시는 듯 하다. 민주주의는 실상 그렇게 듣기 좋은 말만큼 이상적인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자의식의 발전과 함께 자율권의 신장으로부터 파생된 역사의 산물이다. 교회에는 민주주의나 다수결로 해결할 수 없는 원칙과 생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는 교회가 민주적 절차나 과정을 무시해도 좋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교회야말로 겸손과 이해와 기도와 성령의 감동하심을 따라 진정한 민주적 질서를 구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교회는 민주적 절차라는 시대적 요구와 함께 하나님이 간여하시는 신적질서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로서의 신적질서를 도외시하면 교회는 더 이상 신적 기구가 아니다. 물론 교회도 규제하는 법이 있고 규약이 있어 누구나 합의된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 같은 원칙이 있다는 것이지 그것이 성경을 초월하고 성령의 역사와 감동을 초월하고 신적질서를 간섭하게 되면 그것은 새로운 교권에 지나지 않는 다. 분명 오늘 교회의 기초를 형성한 신약교회에도 회의가 있고 일정한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교회의 신적질서가 가장 이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한 방편이었다. 교회에는 교회로 교회되게 하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 제도 이상의 민주적 질서가 흐를 수 있는 신적질서가 흘러야 하는 것이다. 금번 영락교회 사태는 교회가 무분별하고 무원칙적으로 세상의 제도를 도입한 당연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