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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무슨 부끄러운 일이 그렇게 많았는가?’ 속속들이 법안의 사정과 배경을 모르는 시정인들로서는 얼마든지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과거사법’과 관련하여 벌써 해를 넘겨가며 일진일퇴 공방을 벌이고 있고 그 공방의 핵심 역시 누구는 꼭 캐어봐야겠다는 논지요, 마치 누구는 비껴가면 좋겠다는 논지로 그 논쟁의 분위기가 그렇게 비치기 때문이다.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났던 과거는 분명히 밝히고 가야지” 실제 일반인들의 인식은 이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를 역사 앞에 분명히 밝히자는 말이 예를 들어 경제를 위축시킨다느니 국론을 분열시킨다느니 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대어도 크게 별 호소력이 없는 것은 ‘밝히고 가자’는 말이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대중에 대한 설득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뭔가 캥기는 것이 있어 별로 달갑게 생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 조차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게 현재까지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 좋다. 과연 지난 100년 사이 일제 강점하 그리고 해방이후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나 하고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중요한 책이 한권 출판되었다. 꼭 100년 전,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을 취재하러 일본에 왔다가 취재상황이 좋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져 있던 한 스웨덴의 기자가 할 일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렇게 무료하면 이웃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꼭 한번 가보라는 주위의 권유를 듣고 을사조약 전야 당시 대한제국을 며칠 잠행하여 다니며 보았던 여행기가 우연히 너무도 우연히 스웨덴에 유학중이던 한국학생의 손에 들어가게 되어 그것이 번역 되었다. 이 책은 아손 그렙스트가 1912년 스웨덴 엘란데르 출판사에서 출판된 것으로 1986년 우리나라에서 [코레아, 코레아]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것을 처음 번역자가 다시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아 금번 재출판한 것이다. 여기에는 1904년 12월 24일부터 1905년 1월 말까지의 사진이 무려 140여장이 있다. 그사이 꼭 100년, 코레아는 하늘이 바뀌고 땅이 바뀌고 천지간에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 거기에는 일본의 무력 앞에 대항조차 할줄 모르는 무지와 절망에 빠져있던 조국이 있었고 가난과 불결, 무능력 뿐의 풍전등화 같은 패망직전의 나라가 있었다. 그러나 지나간 100년 우리조상들은 너무 위대했고 너무 자랑스러웠으며 너무 수고했다는 말 외에 다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한국의 지난 100년은 자랑 그 자체로 변모하였다. 물론 그 사이 부끄러운 일, 수치스럽고 단죄되어야 할 일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한번 정리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도 공감이 된다. 그러나 적어도 그 단죄와 정리의 역사는 이렇게 숭고 하도록 자랑스러운 역사 위에서 논의 되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공산주의를 선택하지 않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하고, 좌익 사회주의를 선택하지 않고 우익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은 민족의 운명이 걸린 승부수였음이 자명하다. 외에도 다 언급할 수 없을 만큼의 자랑스런 역사가 즐비하다. 과거사 운운은 자랑스럽게 살아남은 민족의 저력 다음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교회사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의 미래, 더 나은 교회의 발전을 위해 지나간 교회의 못난 모습들을 들춰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불과 선교100년에 이렇게 세계 기독교회사에 우뚝선 지난 세기 믿음의 선진들의 헌신과 기도와 수고를 먼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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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랑스런 지난100년(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