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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은 교회안의 가장 성대한 절기중 하나이다. 기독교회의 생명과도 같은 부활절을 필두로 한 해의 첫 소산을 인하여 감사하는 맥추감사절, 또 영국 국교회의 횡포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의 감사전통을 이는 추수감사절 그리고 성탄절의 4대 절기는 세계 교회가 공유하는 축제요 잔치이다. 이렇게 절기가 교회안의 큰 행사가 된 것은 당연히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은 기독교회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절기에는 어느 것은 아예 성경에 기초한 것도 있지만 성경에는 없으나 교회의 전통과 역사 속에 신앙유산의 승리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자리잡은 것도 있다. 어느 것 하나 교회의 역사와 함께 숨쉬고 교회와 함께 생명을 같이 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물론 구약과 신약이 다름같이 이스라엘의 민족종교와 기독교회가 다르고, 그 다름으로 인해 신학적 해석의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예를 들면 구약적으로는 맥추절이라 하여도 우리는 신약교회적 의미로 성령강림 감사주일이라 부르기도 하듯이- 교회는 교회의 역사 속에 전통적으로 이어온 절기들을 통하여 절기의 배경에 계신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며 신앙의 근본을 고양하고 교회생활의 다채로움을 더해왔던 것이다. 즉 교회는 각각의 절기마다 그 절기에 담긴 의미들을 십분 활용하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함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기념하고 성도들의 신앙을 격려하며 신앙생활 가운데 성도가 서로 교제하는 기회로 가졌다. 그리고 많은 교회들은 이렇게 좋은 시간을 교회만의 시간으로 갖지 않고 교회를 세상에 개방함으로 선교의 좋은 기회로 삼기도 하였다.
성탄절은 이래저래 교회절기의 꽃이다. 그 시즌이 설렘과 흥겨움이 넘치는 연말이기도 하여서 기실인즉 인류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다는 전통적인 말씀은 거대한 기독교 신학적 의미 말고도 덕담을 더하여 전 세계가 음미하고 나누는 담론이 된 것이다. 이후 자본주의의 발달과 시장의 세계화 등으로 성탄절은 성탄절의 기독교회적 의미와는 별도로 산타와 캐럴과 선물 등의 단어들이 조합되어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세속적이고 쾌락적인 것의 대표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성탄전야 젊은 청년들의 무분별한 날밤(All Night)으로 잉태된 생명을 두고 ‘크리스마스 베이비’라는 용납할 수 없는 용어까지 등장하도록 성탄절은 그 본래의 의미를 잃고 만 것이다. 그뤼버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광란과 향락 정욕으로 넘쳐나는 시끄럽고 추악한 밤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교회의 지성들과 변질된 성탄절의 의미를 염려하는 경건한 계층들 사이에서 성탄절을 정립해야 한다는 운동 아닌 운동의 각성이 일어나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그리하여 ‘성탄절 바로 세우기’를 위하여 예수탄생의 진정한 날짜를 확인하려 하고, 성탄절의 유래를 규명하며, 성탄절의 이교적 배경과 이교적 풍속들을 찾아내어 고발하고, 루돌프 사슴은 어떻고 산타클로스는 기독교적인가 아니가하는 작업들이 성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충분히 그 충정이 헤아려지는 대목임이 사실이다. 어쩜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기도교적 과제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검증 작업들이 성탄절이라는 잔칫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가 주도하여 진정한 성탄의 대축제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할 절호의 기회에 다시 한번 절망하고 좌절하고 낙심하여 인생을 포기할 뻔 하였던 이들에게 기쁨의 참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 바로 그때에 교회가 앞장서 분탕짓을 벌여 도리어 이를 보는 불신자들을 민망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혜가 없는 미련한 짓이다. 과잉 똑똑 이라고나 할까. 세속적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무리수이다.
성탄절은 기독교회가 잘 활용할 수 있는 복음중재의 중요한 절기이다. 절기는 절기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의 복음중재로서의 효과와 기능을 전적으로 교회의 몫이다. 공연히 세상에 그 죗값을 돌릴 일이 아니다. 예수 탄생의 날짜라면 교회내부에서도 로마교회와 정교회가 다르고 개신교회는 이에 대해 별 이의 없이 서방교회의 전통에 따랐다. 그것을 정확히 해서 날을 신격화 하는 것은 도리어 성경의 정확한 의도도 아니다. 복음중재로서의 절기, 그것은 복음중재의 적절한 도구일 때, 지역마다 교회마다 얼마든지 무한대로 각색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교회를 안내하여 영생 얻을 수 있는 구원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도구로 바뀌어 질 수 있다.
복음중재로서의 성탄절 역시 그것은 육체를 입으사 인자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복종만하여도 인류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진리요 감동적인 스토리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위해 사람의 모양으로 오셨다는 이야기 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 성탄절의 세속적 분위기와 이교적 물타기 전승으로 인해 성탄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교회의 책임을 세상에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탄절을 성탄절 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성탄의 주인이신 주님을 가장 잘 섬기는 것이 될 것이다. 성탄절은 성탄의 아름다운 소식을 선포함과 함께 가난하고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이웃을 돌아보므로 기독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교회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선교의 기회로 되살아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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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중재로서의 절기-성탄절을 성탄절답게-(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