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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시대도, 5공시대도 아닌데 마치 자유와 민주와 인권이 질식되어 당시의 지식인들을 우울하게 하고, 삶의 의욕을 근원적으로 강탈해버린 그 어두웠던 시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무엇보다도 소위 3대 메이저 신문과 방송의 내용이 너무 다르다. 취급하고 있는 기사의 대상이 너무 다르고 같은 사건의 기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내용이 판이하다. 마치 다른 사회를 살고 전혀 다른 기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물론 다른 사회가 아니고 다른 사건도 아니다. 분명 여기는 지금 2004년 대한민국이고 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다.
그러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어찌된 영문인지 전체 구독의 거의 60%에 달하는 -지금 이게 문제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 3대 종합 일간지와 소위 KBS, MBC 라는 공영방송의 시각이 그만큼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어찌 똑 같을 수 있겠는가? 신문이 다르고 방송이 다름같이 서로 다른 스펙트럼으로 사회를 다양하게 조명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사회의 특징이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말장난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것이 너무 획일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신문은 신문대로 딴짓을 하고 방송은 또 방송대로 딴짓을 한다. 마치 신문만 보고, 방송만 보는 사람이 있어 둘이 서로 대화를 할라치면 전혀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핏대를 올리며 서로 옳다고 싸움판을 벌리기 십상이다. 소위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진상규명 법안, 언론관계법의 4개 법안에 대하여도 그렇다. 중학생만 되어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보도와 기사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 이는 집권여당이 마치 꼬리표 같이 4대 ‘개혁 법안’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하므로 마치 4대법안이 개혁의 상징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반대로 제1야당은 ‘4대 국론분열법’ 이라 하여 아예 법안자체의 심의나 상정조차도 기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분명 나라를 말아먹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망하자’고 경주하는 것은 아닐텐데, 결국 여와 야라는 입장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입장에서 국정에 참여하여 잘살고,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것임에도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다른 소리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정확히 1년 12달 365일 어느 하루도 국회라는 정치의 장이 국민을 편하게 하고, 신바람 나게 하는 생산적인 일을 주도한 적이 없다. 세계열강은 살아남기 위하여 밤에도 불을 밝히건만 우리는 밤낮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지지고 볶고 진흙탕 싸움질만이다.
기실인즉 나라와 민족의 장래에 대한 입장과 철학과 가치가 이렇게도 서로 현격히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먼저 여든 야든 색깔을 밝혀야 한다. 먼저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한 후 정권을 창출하는 국민의 선택과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권을 잡아 한번 뜻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옳은 처사이다. 그래야 국민들은 왜 싸우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좌, 우로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는 21세기 초 뒤늦게 좌, 우 대결구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좀 더 학문적으로 어떤 우며, 어떤 좌라고 하는 것은 보다 고급의 철학적 문제요 정치학의 문제이지 일반대중의 관심은 아니다. 나라의 정체성을 그리고 세계 속의 한국을 어떤 색깔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하여 국민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소상하게 정치적 분화를 겪을 필요가 있다. 개인 정치인들도 이즈음에 여태껏 살아온 정치철학과 명분에 입각하여 자기 입장을 밝히고 둥지를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지역적 특성이나 향후의 풍향에 너무 민감한 것은 도무지 이 나라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길게는 나라와 민족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모 종합일간지에서 느닷없이 80년대나 90년대 대학운동권의 이념적 배경을 소개하듯 정치적 성향을 심층분석 하는 기사에 지면을 아끼지 않는 것은 고무적이다.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왜 이 같은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지, 그 연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침내 이런 저런 입장들은 최종적으로 어떤 나라를 원하는지 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그 이론과 배경과 정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서로 죽든 살든 전쟁을 하지 않으려는 대화를 해야 한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너무 피곤하다. 이 땅에 서로 다른 정치 이념이 있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제3당으로 부상한 모정당이 그렇다. 국민들은 해방 후 수십년 ‘정통좌파’로 자처하는 저들에게 한 자리도 주지 아니하였으나 이제 10석이나 주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10석 정도의 소리는 내어야 한다. 비록 정권은 다수결에 의하여 획득하였으나 과반이 넘는 국민들은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화밖에 없다. 타협과 조정의 기술만이 오늘의 한국을 좀 편하게 할 수 있는 천사의 기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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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야는 서로 대화하라(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