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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평생 불신자의 길을 걷다 어느 날 예수 믿고 기독교회에 입문하게 되면 의례히 제일 먼저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것이 있어 그 입문자로 하여금 조금은 난처하게 조금은 설레는 기분으로 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주기도문’ 암송 이었다. 이는 교회에 들어가면 찬송가 한곡 정도는 거뜬히 부를 수 있는 것과 함께 ‘예수믿는’ 기본 이었다. 누가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남여노소 가릴 것 없이 일반이 다 그렇게 생각하였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한없는 애정과 정성이 담겨 있는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이 금번 ‘사도신경’과 함께 새 문안으로 바뀌어 진다.
한국기독교 총연합회와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가 지난 6일 새로 다듬어진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발표하였다. 조선말과 대한제국 시절의 우리말이 고스란히 남아 고풍스럽고 경건하게 느껴지던 그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이 100년 만에 현대어 문어체로 바뀌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주기도문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번역된 것으로 당시 한글문법과 한자(漢字)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기독교 신앙생활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미처 느낄 수 없으나 주기도문의 문체는 꽤 클래식 하여서 기독교를 처음 접하는 초신자들이나 그 보다 더 최첨단의 통신언어에 노출이 되어있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게는 어렵고 어울리지 않는 문장들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교회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새로 발표된 주기도문의 가장 큰 특징은 ‘하옵시고’ 등의 존칭어법은 ‘하시고’로, 또 ‘임(臨) 하옵시고’ ‘죄를 사(赦)하여’ 등의 한자식 표현은 일반적 용어로 바꾼 것이다. 신앙생활이 오래되고 나이든 그리스도인들로서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을 법하다. 경우가 많이 다르겠으나 지난 100년 세월만큼이나 개인적으로는 수천만, 수만만도 더 읊조렸던 주기도문이었던 것이니 만큼 그 정이 각별할 것이다. 이제 부득불 그 아쉬움을 삼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는 예정된 일이었다. 기존의 주기도문은 19세기 말 한글성경이 출판된 이후, 큰 변화없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개역성경에 대한 현대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벌써 수년전부터 성경표준새번역이 출판되는 등,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성경에 대한 현대어 작업과 병행하여 주기도문의 변경은 불가피하였다. 새로 발표된 주기도문 역시 바뀌어지는 성경번역에 근거 한 것으로 수동문 구조를 알아듣기 쉬운 능동문으로 바꾸고 운율도 간결하게 맞추었다.
시대의 변화를 실감한다. 성경도 시대에 맞게 변하고 성경속에 담긴 주님이 친히 가르쳐주신 기도문도 변하고 따라서 각 사람의 기도도 그렇게 변해가야 한다. 이미 이전의 주기도문에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것 참 주기도문이....’하고 여간 낯설지 않겠으나 이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될 것이다. 새로 교회를 찾는 이들이 그리고 젊고 어린 세대들이 교회를 더 잘 이해하고 주님이 가르쳐 주신 그 기도에 열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할 수만 있으면 이 참에 한국교회가 속히 또 다시 같은 큰 음성으로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하자. 그리고 그렇게 함께 같이 할 수 있으면 그는 교파와 신학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 믿음의 형제요 자매이며,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을 공동의 상속자들이다. 주가 하나이고 주기도문이 하나인 것 같이 한국교회도 하나이다. 새로운 주기도문의 발표와 함께 ‘한국교회는 하나이다.’는 자각이 퍼져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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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