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4.

구호경쟁 만능인가?(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5.01.12. 16:58:14 글쓴이IP: 61.103.143.52

태국에서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에 이르는 쓰나미(지진해일)의 대재앙이 지나간 금번 서남아시아의 참상은 모처럼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 특별히 십수만 명에 이르는 피해자의 많은 수가 어린아이들이며 그들이 애태웠던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침내 목숨을 건질 수 없었던 사연들은 대부분 보통사람들의 심금을 뜨겁게 적시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보여주는 어린아이들의 주말 가라지 세일모금에서부터 세계 유명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가 한 마음으로 진정한 사랑의 실천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언제 세계가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그동안 그치지 않던 분쟁과 다툼조차도 잠시 멈추고 당장의 참사에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보기에도 아름답다. 특별히 서방 여러 국가들이 보여주는 관심과 후원활동은 그들의 나눔문화와 구제가 얼마나 생활 속에 깊이 배어있는 생활의 일부인지 눈여겨볼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당장에 인도네시아의 반다아체를 비롯하여 스리랑카와 푸껫 등에 세계각처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고 정성어린 구호물품들이 답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들려온다. 이제는 이렇게 도착한 구호금품들을 어떻게 하면 실제 허기와 상처 그리고 전염병이라는 또 다른 시련에 내몰린 이들에게 전달하느냐는 것이 문제여서 이 또한 선진국들이 서둘러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인류애적 사랑과 우정을 발현하는 일에 사실상의 구호경쟁을 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이다. 먼저는 국가간의 경쟁이다. 세계주요 국가들이 평소 그들의 목소리만큼이나 그리고 외교적 득실을 감안하여 눈에 드러날 정도로 심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중국 등이 심지어는 우리나라 까지도 세계 10대 무역국이라는 이유로 구호를 약속하다 보니 서로 뒤질 수 없을 세라 금액을 애초보다 수십 배씩 높여 책정하므로 전체 금액이 50억불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각양의 시민단체들도 가세하더니 종교계도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역시 구호경쟁에 참여하는 분위기 이다. 이 모두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너무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돕는다 한들 그들의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파탄에 빠진 삶을 복원시키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일 것이다. 그런 의미 얼마든지 더 경쟁을 해도 과하지 않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금번 해일로 인한 고통과 그 고통에 참여하는 지구촌의 관심을 보며 과연 이 세상의 일상 속에 금번의 지진해일로 인한 파탄과 고통과 슬픔 불행보다 더한 시련과 고통이 없었던가를 물어보는 기회와 반성을 갖게 된다. 평소 그 자리에서 세계의 지성은 무엇을 하였으며 그 당당한 도움의 손길을 베푼 유명 연예인들과 톱스타들은 무엇을 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을 때에 그들도 함께 정신을 차리게 되었을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그래서 당장 서남아시아에 쏠려있는 이 구호의 손길이 불손하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렇게 뜨거운 지구애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너무 많이 약속되어서 배가 아프다는 것인가, 그만큼 함께 참여할 수 없어서 기분이 상했다는 말인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인즉 아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는 궤변인가?
이 세상에는 낙원이 없다. 본질적으로 이 세상은 영원한 도성이 아니다. 언제나 전쟁이 있고 시기와 반목이 있고 전쟁이 그치지 않는다. 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도 아니다. 사람이 사는 자연환경에는 언제나 지진과 폭풍과 눈사태와 금번보다도 더 한 해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계가 있는 사랑이다. 그 영혼을 사랑하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그리스도인도 빵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빵으로 채울 수 없는 영혼의 절망과 빈곤과 낭패와 죽음의 고통이 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를 위하여 세상에 세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