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이렇게 엉터리일 수가 없다. 어디에도 양식(良識)이나 상식(常識)을 찾을 수 없다. 독일 월드컵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스위스 전에서 모 해설자가 ‘이건 사깁니다’ 라고 한 불공정한 심판의 판정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그 대~한민국이 미쳤다. 마침 국민의 열광적이 후원 속에 국가대표팀을 맡았던 감독이 16강 좌절 후 돌아와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말이 나왔다. 그는 축구에 대한 국민적 애정과 성원을 덕담으로 한 말이지만 ‘대한민국 같이 축구에 미친 나라가 없다’고 했다. 미쳐도 보통 미친게 아니다. 처음부터 나라의 정신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준비니 하는 당장의 현안은 내팽겨쳐 놓고 수십만이 같은 색의 옷을 입고 길거리에 죽치고 앉아서 밤새도록 떠들어 대는 것을 두고 어떻게 역동성이며, 국민적 역량이며 열기니 힘이랄 수만 있는가. 지난 얼마간 대한민국은 어디에도 균형잡힌 지성이나 양식도 없고 막가파식 문화만이 지배했다. 이건 공연히 자화자찬하는 말같이 또 다른 한류(韓流)가 아니다. 많이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의 긍정을 전해 모르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는 양비론으로 지나칠 일이 아니다. 물론 애초부터 일부에서 자성의 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군중의 함성에 묻혀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마치 광기의 나치즘이 베토벤과 괴테의 나라 독일의 지성을 묵살시켰던 것에 비유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더욱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나서야 ‘국가현안은 다 어떡하고’ ‘이렇게 축구에 올인해서야’ 하고 반성의 제스쳐를 보이는 매스컴과 언론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물론 “어게인(again) 2002”처럼 2002년 공동개최국이자 기적같은 4강을 이룬 대한민국으로서는 다소 오버(over)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성을 유보시켜 놓은 채 지나친 상업주의와 군중주의가 전 나라의 정치, 사회와 문화와 시장을 지배하면서 그야말로 축구에 올인(All in)했다.
처음부터 16강 진출은 어려웠다. 세계의 축구 전문잡지와 스포츠기자들 도박사들은 한국이 속한 G조에서 한결같이 프랑스와 스위스를 지목했다. 국내 언론만이 대전표상 다행히 누구나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토고와의 일승에 일승이상의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국민의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마비시켰다. 시간이 지나면 곧 밝혀질 것을 며칠간만이라도 최면상태에 붙들어 놓으려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그 간단한 공식에 대하여 언급하는 논평이나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보도가 권력에 편향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군사독재시절 같이 집권여당이 5,31 지방선거의 유례없는 참패를 속히 국민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려는 정치적 술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에도 족한 분위기였다. 현장취재라는 이름으로 붉은악마 응원단을 붙들고 물을 때마다 “프랑스 깨고, 스위스 너머(알프스), 8강, 4강, 결승전!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천편일률적이었다. 물론 그 격렬한 응원의 자리에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물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회전체가 그렇게 몰 이성적인 분위기로 몰아갔다. 교회만이라도 미리감치 ‘이건 아니다’ 라고 해야 했었다. 그러나 교회마저 나라와 국민이 무엇을 걱정하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침묵하며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측면이 있다.다.
|
|
월드컵 축구의 반성 [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