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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다원주의란 무엇인가?(多元主義:Pluralism)
'다원주의'란 일원주의(一元主義) 혹 단원주의(單元主義)에 반하는 입장으로 이는 사회 제 영역에서 발견된다. 정치, 사회학의 경우 국가를 정점으로 하는 국가지상주의가 단원주의적 입장이라면 다원주의는 국가도 여러 독립적 이익집단의 복합체이므로 일인이나 국가의 주장과 권력에 의하여 지배되기 보다는 다양한 집단의 경쟁, 갈등, 협력에 의하여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다원주의는 어떤 단일한 제도나 결사체의 주장이나 지배를 용인하지 않는다. 사회나 집단은 여러 상충되는 생각과 이해와 목표를 가진 작은 집단들의 구성이거나 어떤 특별한 문제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연합하고 다시 분산되는 변화무쌍한 이익이나 목적이나 결사체로 이뤄져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채택하는 시장경제도 전형적으로 경제 다원주의에 기초하는 경제철학이라 할 수 있다.
2.종교다원주의
다원주의를 종교적으로 적용한 경우이다. 1,2차 세계대전 후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안정을 되찾은 현대사회에 건축과 미술 분야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 소위 ‘현대주의 이후’ 사상은 현대 이전까지를 지배했던 합리와 논리 이성 대신에 감성과 모순에 눈을 뜨고 정형보다는 비정형의 삶과 구조에 눈을 돌렸다. 전제군주적 정치권력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던 종교와 사상으로부터 이탈된 사회 제 현상을 정의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획일주의, 단원주의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사회를 지탱, 유지해온 거의 모든 사상과 주의를 해체하는 것을 의미했다. 즉 ‘현대 이후’ 사회를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하여 다원주의는 거의 필수적이도록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근대의 전체주의와 획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종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은 샤머니즘과 함께 전통적인 유교 불교문화가 있었지만 문호개방과 함께 기독교가 유입되었음에도 종교간 큰 갈등이나 다툼이 없는 아주 특이하고도 개방적인 사회를 이루었다. 그러나 때로는 로마교회, 불교, 원불교, 그리고 개신교 일부 교단이 연합하여 벌리는 문화행사 등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차원의 다원종교의 문제가 구설수에 오르고 그보다는 불상(佛像)훼손 사건 등의 불미한 경우에서 한국사회도 종교다원주의적 갈등에서 해방구는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3.종교다원주의적 상황과 한국교회
한국의 현실에서 종교다원주의는 먼저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종교다원주의를 배경으로 제기되는 논의들이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종교다원주의가 일부 신학자들에 의해 시대의 해결책인 것처럼 주장되는 상황에서 한국기독교회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취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실상 종교다원주의는 서구교회의 삶의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한국교회에 소개되어지고 또 불상훼손사건 같은 종교간 마찰의 사례가 발생하면서 종교다원주의는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즉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지침들을 제공할 수 있는 신학적 정리가 아쉬운 현실이 도래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는 비슷하게 다원종교적 상황에 놓여있는 다른 나라를 위해서도 모범적 대안을 제시할 수 도 있기 때문에 당장 부딪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세계신학에 기여할 수 있는 진지한 논의와 처방이 요구되어지는 면도 있다.
①다원종교적 상황과 서구기독교
오늘날 기독교는 ‘세계종교’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고 기독교는 서구의 종교에서 비서구세계의 종교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비서구세계의 기독교인구가 서구기독교 인구를 능가한 것이 그 증거이다. 이제는 기독교의 중심이 아시아,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은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그 중심이 예루살렘에서 안디옥 및 알렉산드리아 콘스탄티노플로 로마와 제네바로 북아프리카로 이동해온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서구세계 특히 한국의 기독교에는 전혀 다른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외형상 기독교가 세계종교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으나 그 실제 의미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즉 서구에서 나와 세계종교가 된 기독교는 콘스탄틴 황제 이전시대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서구세계의 입장에서는 기독교가 ‘후기 기독교’로 진입하였으나 비서구세계는 여전히 ‘기독교 이전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즉 한국의 기독교는 서구기독교회 역사의 연장에 있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아는 대로 기독교는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서기 313년 국교로 승인한 이래 서구의 종교로 발전, 확산되어 세계로 전파되었다. 예수의 지상 사역과 기독교의 공인 사이에 놓여있는 300여년의 시간은 기독교신앙이 혹독한 박해와 천대를 받던 시기였다. 그때는 로마제국에 의해 10차에 걸친 대박해가 있었고 무수한 기독교도들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공인이후, 서구세계는 기독교왕국을 형성했고 기독교는 박해받던 종교에서 박해할 수 있는 종교로 위상이 바뀌었다. 이후 서구의 기독교는 하나님이 계획하시는 구속의 섭리가 펼쳐지는 무대가 되었지만 동시에 여러 차례의 종교전쟁을 통해 서구인의 삶을 황폐케 하기도 했다. 기독교 복음의 전파는 서구역사 전반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이뤄져왔고 복음의 열정을 가진 선교사들의 활약도 끊이질 않았다. 서구 상업자본주의의 발전과 산업혁명은 서구문명의 우위를 가져왔고 그 결과 서구 열강은 아시아 아프리카로 그들의 영역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 는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와 같은 궤도로 전파되었던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었다. 지난 200여 년간 서구의 선교는 피선교지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 결과 기독교는 정복자의 얼굴과 오버랲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반성이 서구신학계 안에서 대략 두 갈래로 나타났다. 서구의 복음주의는 효과적인 ‘타문화권 복음전파’를 위해 피선교지 문화와 종교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도모한 반면 진보적 입장에서는 서구선교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기독교의 배타성을 포기하고 제종교의 동등권을 인정하는 ‘타종교신학’을 모색할 것을 제의하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곧 진보진영이 제의하는 ‘종교신학’은 종교다원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서구의 ‘기독교왕국’의 쇠퇴 내지는 무너짐과 더불어 타종교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배경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러한 입장전환을 뒷받침하는 것이 ‘종교다원주의’ ‘다원종교적 상황’에 대한 새삼스러운 강조로 나타났다. 한국적 상황과는 많이 다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②한국기독교의 새로운 위치
위 살펴본 바와 같이 서구 기독교의 입장전환과 한국기독교의 입장을 같은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오랜 세월 실제로 다원적 종교상황을 살아온 한국의 기독교는 서구의 역사적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구 신학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로 인하여 타종교에 대하여 부담을 가질 수 있고 반성의 여지도 있지만 한국의 기독교는 오히려 아직까지도 소수 종교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기독교는 현시대의 빠른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후기 기독교시대’가 아닌 ‘기독교 이전시대’로 보아야 하고 어떤 의미 ‘후기 유교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곧 한국에서 기독교가 주도적 종교가 되어 본적이 없는데 지금의 서구 상황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후기 기독교시대’의 산물인 종교다원주의를 논의하는 것은 논의의 출발점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다 할 수 있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한국의 기독교는 마치 근대기독교 상황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바른 위치선정과 인식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교회 일각에서도 종교다원적 현실이 있고 이를 검토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여전히 한국기독교는 소수종교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초기 기독교회 같은 수준의 박해는 아니라 하지만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경제적, 정신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여전한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작금 현실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사회적 위상을 고려할 때 종교다원적 상황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배자나 다수의 기득권적 입장이 아니라 ‘기독교 이전시대’ 내지는 ‘기독교 초기’시대 소수자의 입장이라는 위치설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도 그대로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들로 시야를 돌려보면, 이들 국가들에 있어 기독교는 ‘기독교를 박해하지 말고 종교적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을 각국의 전통, 지배종교에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곧 분명히 현실적인 다원종교적 상황에서 기독교는 서구의 역사적 유산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아닌 한국인의 삶의 자리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대단히 우선적이다 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실질적이고 진정한 다종교시대의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21세기적 상황에서 기독교의 새로운 출발이 서구세계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것은 어려운 전망이다. 그것은 비서구세계의 기독교, 기독교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기독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 성장하는 교회로서의 한국적 상황에서의 모범답안은 이들 국가들에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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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다원주의의 극복 ①한국적 상황의 바른 이해 [베뢰아신문_신학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