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목회자의 휴식’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8.09. 00:33:31 글쓴이IP: 211.191.151.156

결론부터 말하면 목회자도 쉬어야 한다. 목회는 무한책임의 현장이다. 일의 시작도 끝도 없다. 목회도 쉼의 제동장치가 있어야 한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노는 것은 대책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환경들을 말 그대로 놀리는 것이지만 쉼은 그렇지 않다. 둘은 외견상 똑같이 보일지라도 내용이 전혀 다르다. 쉼에는 재창조, 재도전, 재충전의 적극적이고 긍정적 의미가 가득하다. 그것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다.
신앙의 세계는 신앙의 세계만큼 특이한 영역이 있다. 따라서 신앙의 세계를 깊이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목회는 한정 없이 여유로운 일처럼 보인다. 매일의 새벽기도회와 주중의 예배 그리고 시도 때도 없는 심방을 감안하더라도 종일 붙들려 시달리는 세상 직장에 비하면 그것은 매우 한가한 일정이다. 반면 교회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목회가 얼마나 격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서 그들은 목회자를 대할 때마다 안타깝게 생각하며 위로와 격려의 인사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목회가 일반의 생각과 달리 격무에 쫒기면서도 목회가 진짜 힘겨운 것은 마냥 바쁘고 힘들어서가 아니다. 그것의 진짜 어려움은 무한 책임에 있다. 차라리 육체노동이라면 형편에 맞게 강도를 줄이고 시간을 조정하여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목회는 그렇지 않다. 시간도 그렇고 일의 범위도 그렇다. 교회안에서 목회자가 인지하지 않아도 좋은 일이 없고 목회자가 마음을 풀어놓고 있어도 상관없는 시간이 없다. 심지어 목회자는 해외로 나가도 국내교회의 형편에 마음을 다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목회자도 더 나은 사역을 위해 쉼의 철학을 찾아야 한다. 목회자가 쉬는 것은 허물도 죄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되려 목회자역시 반드시 쉬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서 맡기신 주님을 위해서도 더 바람직한 일이다. 혹 ‘자기는 쉬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이 역시 무리요 억지이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도 자기 일을 하시고 쉬셨다. 심지어 인생들로 하여금 쉬도록 강제규정을 세우기까지 하셨다. 목회자의 몸이 괴롭고 마음이 초조하고 쫒기면 교회도 덩달아 초조하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피로증후군을 피할 수 없다.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열심히 하는 것과 효과적으로 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목회자가 영, 육간에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그 좋은 조건에서부터 나오는 은혜롭고 평안한 말씀이라야 한다. 특별히 육체도 육체이지만 마음이 쉬어야 한다. 성경도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켜라’했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잘 증명이 된 바다. 마음이 쉼을 누릴 때 몸안에 좋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모두는 더 여유있게 세상을 바라보고 영광과 평안으로 충만한 목회로 이어지기 위해서이다.
교회역사가 짧은 한국교회는 큰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목회자의 안식에 대하여 인색하다. 그나마 대형교단의 경우는 이전에 비하여 많이 개선되어 교회가 구조적으로 목회자의 안식을 배려하나 아직도 각개전투식으로 알아서 해야 하는 중소교단의 경우는 사회의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목회자들이 열악한 환경과 격무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하여 이같이 잘 드러나지 않은 비참한 조건으로 인해 불의의 사고로 목사자신의 생이 끝날 뿐 아니라 가족들이 큰 어려움에 놓이게 되고 해당교회역시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영혼의 인도자인 목사가 잘 쉬어 재충전되는 것이 교회를 활기차고 건강하게 이끄는데 유익하다. 목사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교회중역들이 앞장서서라도 목회자로 하여금 재충전과 쉼을 갖도록 해야 하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주님과 주님의 교회를 위하여 마지막 피한방울까지 흘리고 싶은 충정이 있는 만큼이나 마음에는 깊은 안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