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기독교윤리 [베뢰아신문_신학산책]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5.03. 00:38:03 글쓴이IP: 203.240.217.126

1.기독교윤리학의 성립
기독교윤리란 무엇인가? 아마도 기독교적 입장을 취한 윤리 혹은 기독교적 시각으로 세운 윤리체계 정도일 수 있겠다. 따라서 먼저는 ‘기독교’라는 단어와 ‘윤리’라는 단어가 문제의 관건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둘이 합성이 되어 ‘기독교윤리’라는 하나의 단어가 되었을 때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먼저 기독교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의 성도들은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기독교신학에서 ‘기독교’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달라 마치 신자와 불신자만큼이나 다르고 진보내부, 보수내부에서 조차 일치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더더욱 ‘기독교윤리’라고 하는 민감한 실천의 현장까지를 포함하면 양심적이거나 전체를 아우르고 싶은 의욕이 있는 사람은 아예 포기를 하는 쪽이 수월하고 아니면 지극히 제한된 한쪽의 이야기로 만족해야 한다. 졸고에서는 일단 기독교일반을 전제로 하면서도 ‘기독교’라는 말과 ‘성경적’이라는 표현을 거의 동의어로 이해하면 어떨까 하는 전제를 가진다. ‘윤리’도 그렇다. 윤리학은 영어 Ethics에 상응하는 말로 이는 ethoics에서 유래된 것으로 ethos란 ‘관습’을 말한다. 그렇다면 ‘윤리학’이란 단지 관습 또는 습관이라는 말인가? 그것도 얼른 받아들이기 그렇다. 윤리학의 용어상의 기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습관이나 관습만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도덕적 행위와 관련된 영역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윤리와 도덕의 관계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간다. 윤리학이란 인간의 도덕적 삶에 대한 비판적이고 체계적, 논리적 연구라고 설명하거나 도덕을 개념화 체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학문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 기독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따라서 기독교윤리학이란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도 다시 ‘과연 기독교윤리가 있는가?’ 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고 ‘기독교에 윤리가 필요한가?’ ‘기독교윤리의 기능, 혹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이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하고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던져볼 수 있는 장르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논쟁을 위한 논쟁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 문제를 쉽게 정리해야 한다. 먼저 기독교라고 하는 입장이 있음을 전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독교인도 어떤 형태로든 인간의 행위를 가질 것이 아니냐는 것을 전제한다면 자연스럽게 기독교윤리가 성립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역시 차제로 하드라도 말이다. 이와 같이 인간이 윤리적이다 는 것은 곧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말이다. 흔히 이 관계는 셋으로 구분된다.
2. 관계속의 인간
첫째, 인간은 다른 사람 곧 이웃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이것을 일컬어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 한다. 애초 윤리라 하면 주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가족관계라고 하는 가장 기초적인 인간관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웃 직장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관계가 이에 해당된다. 둘째, 인간은 자연세계와의 관계를 가진다. 인간과 자연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그 연조가 길지 않다. 근대 이전에는 둘 사이의 관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후 대량생산을 위한 노동인력의 수급 또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대단위 단지로서의 대도시의 형성 그로인한 농촌의 붕괴 이런 변화에 수반되는 공장용지 공급을 위한 자연환경의 파괴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와 대도시 형성에 따른 오염물질의 발생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더 나은 삶을 약속하던 일련의 발전들이 삶의 주변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자각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과 자연환경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이후 생태환경 생태위기 등의 용어가 새로이 등장하였다. 21세기 인간과 생태계와의 관계는 개별국가의 문제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윤리학의 이슈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물질을 많이 발생시킨다는 미국의 교토의정서 비참여가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가 중국 내륙에서 발생한 모래바람에 의한 황사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있는 것도 넓은 의미의 생태윤리에서 취급해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반윤리학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그러나 기독교윤리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윤리적 과정이 있는데 곧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기독교윤리학에서는 이 세 관계 중에서 마지막의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를 일차적 관계로 보고 인간상호간의 수평적 관계를 이차적 관계로 본다. 그런 의미 자연과의 관계를 3차적 관계라 할 수 있다. 기독교윤리는 이 일차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인간상호간의 도덕적인 삶을 검토하고 생태계와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그 과제로 한다. 같은 관점에서 오늘 현대세계가 격고 있는 윤리학의 제반 어려움들 역시 하나님과의 일차적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결과로 분석한다. 문제의 해결 역시 하나님과의 일차적 관계를 바르게 회복하므로 답을 찾으려 하는 것이 다르다.
3.비인간화의 위기
윤리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문제이다. 그런 의미 윤리학의 궁극적 관심은 인간의 참 인간화이다. 현대윤리학은 현대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인간의 비인간화를 걱정한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영적 정신적 특징을 지닌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물질, 물건처럼 취급되어가는 것을 학문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칼 막스의 유물론적 역사관은 그 시발점에 불과하였다. 유대인 철학자 마틴 부버(M.Buber)는 그의 명저 ‘나와 너’에서 인간의 관계를 ‘나와 너’라는 관계와 ‘나와 그것’이라는 두 관계로 구분하고 현대 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나와 너’의 관계가 ‘나와 그것’의 관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인간이 인격자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물질로 취급되는 인간의 비인간화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는 곧 인간과 물질의 구분이 점차 애매해져 간다는 뜻인데 묘하게도 한쪽으로는 인간을 물질의 위치로 끌어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질을 인간의 위치로 끌어 올리면서 그 구분이 더욱 좁혀져 간다는 것이다. 1982년 Time이 ‘컴퓨터’를 ‘그 해의 인물’로 선정한 이후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컴퓨터와 기계공학이 결합되어 낳은 휴먼로봇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비인간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전형적인 징후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비인간화의 거대한 물결은 현대문명의 발전이 낳은 필연적 결과로 보여진다. 이 같은 대세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으로서의 윤리학에 대하여 또 다른 윤리학의 측면을 부각시켜 준다. 즉 비인간화로 인한 윤리적 제 문제의 발생이 그것이다. 기계문명으로 인한 인간의 소외라는 단순한 주제에서 부터 나중에는 영화 A.I(사고로 아이를 잃은 가정에 입양된 아이 로봇이 진화하여 인간의 감정을 지니게 되고 그로 엄마와 사랑에 빠져 들어가는 내용)에서 보여준 것 같이 인간과 물질과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도 오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비인간화의 문제를 어디에서 풀 수 있을까? 세상의 지혜로 해결 가능할까? 역시 윤리학의 1차적 과제인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예단해 본다.

4.기독교윤리와 일반 윤리와의 관계
먼저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일반윤리란 전혀 쓸모없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 있다. 일반윤리는 세상에 속한 죄인들의 윤리이기에 부정되어야 한다는 단순 논리에 근거한다. 이러한 오해는 이성과 계시에 대한 충분치 못한 이해에 기인한다. 본 난의 전회에서 간략하게나마 ‘율법’에 대하여 고찰해 본 까닭이 그것이다. 율법은 이스라엘을 통하여 보여주신 자연법이자 양심의 법이다. 그 양심의 법은 무효하지도 폐하여 지지도 않았다. 다면 그것은 영혼을 의롭게 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둘째로는 양자간의 차이를 거의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기독교윤리를 일반윤리에 타협 내지 적응시키려는 자유주의적 입장이 있다. 둘은 각각의 존재 근거를 인정하면서 둘의 관계를 해명하려 한다. 즉, 둘 사이의 차이는 인정하나 전자는 후자를 배척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도 이 세상에 머물러 있음을 인정하듯 시민으로서 세금을 내어야 하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윤리적 과제들이 있음을 받아들인다. 즉 기독교윤리와 일반윤리는 이중구조를 이루며 둘은 긴장하면서도 대립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는 병존과 보완의 관계를 유지한다. 어거스틴은 억지로 일반윤리를 기독교윤리로 대치하지 않으나 윤리의 중심에 하나님을 설정하므로 중심에서 이탈한 일반윤리를 신앙을 통해 중심을 되찾게 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러면 이성이 자기 기능을 바로 발휘하게 되어 마침내는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윤리로 변화되어간다는 논리이다. 기독교윤리학의 고유한 특징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초 내지 출발점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영이시고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고 하나님의 계획과 성품을 세상에 보이셨다. 그런 의미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화되고 형상화 되었다. 즉 기독교윤리학의 구체적인 장면은 예수 그리스도의 행태와 말씀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기독교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