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5.

통합의 기술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9.14. 00:04:41 글쓴이IP: 210.111.10.140

보통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참여정권 출범 이후 임기를 1년 6개월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이때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밤낮 투쟁이다. 이로 시민 개개인은 물론 사회는 사회대로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당장 오늘자 조간만 해도 그렇다. 전직 경찰총수들이 -역대 경찰총수 중 생존자가 총 30명인데 그중 26명이 참여했다. 참여하지 못한 4명중 2명은 와병중이고 나머지 2명중 한명은 현 대통령 경호실장이다.- 현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수행 반대 시국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체로 보수적 입장인 이들이 시국의 현안에 대하여 행동을 같이 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신문의 다른 한켠에는 노사정이 ‘노조전임자 임금금지와 복수노조허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노사정 로드맵을 3년 동안 유예키로 했다는 것과 관련하여 같은 노동자 단체인 민주노총이 한국노총 위원장의 턱을 가격하는 장면이 실렸다. 이를 두고 ‘한노총’ 관계자는 ‘민노총’을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응징’이라! 때린 놈도 무섭지만 한 번 해보자 하는 이도 무섭다. 역시 또 다른 한켠에는 기독교사회책임 등 개신교 11개 단체로 구성된 ‘국가안보를 위한 기독교 긴급행동’이 작통권 단독행사에 반대하여 불과 한 보름 사이 목사 장로 3만명의 서명을 받아 발표했다. 최근 사회의 극심한 분열상을 반영하는 유사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를 연구하는 사학자들은 한 국가나 민족의 멸망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흔히 심한 부정과 부패의 만연을 지적한다. 이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나라를 경영하는 정의로운 룰이 없이 부정과 부패로 매관매직이 이뤄지고 정의와 무관한 부정한 결과가 나온다면 어떻게 나라가 바로 설수 있겠는가. 부정과 부패는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 이 부정과 부패보다도 더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원인은 ‘내부의 분열’이라는 것이 사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동서고금을 구분할 것 없고, 당장에 한국사를 힐끗 돌아보아도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보다 더 나은 결과에 이르기 위한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찬반의 나눔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는 의견이 다양한 사회에서 보다 건설적이고 통합된 사회를 위하여 도리어 필수 요건이다. 오늘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나라가 이렇게 좌,우, 진보와 보수 등으로 우리사회가 극심한 분열 현상을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지도자의 인격적 특성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것은 어떤 분야이든 허심탄회하게 찬반을 터놓고 얘기 해보면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는 자리에서 알 수 있다. 그럼 왜 이렇게 싸우는가? 싸움질 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미덕같이 무조건 싸우고 본다. 외국에 나가 있는 대통령이 해외 교민들과의 자리에서 나온 말도 그렇다. 앞으로도 조금 시끄러울 테니 걱정하지 말고 대통령이 일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 주십시오 했다 한다. 시끄럽지 않아도 될 일을 어쩜 시끄럽게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도 꼭 시끄럽게 일을 끌고 가는 대통령의 전형적인 모습을 스스로 확인해 주었다. 국민을 통합하는 일을 하겠다는 약속은 취임식에서만 했을 뿐 매번 편을 나누고 싸움을 붙였다. 그래서 불과 3년 몇 개월 사이 가뜩이나 다혈질이고 독자적이고 돌발적인 평소의 국민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 매사에 싸움이다. 여와 야가 이렇게 정치적 대화와 타협이 안 되는 것은 본적이 없다. 아예 정치의 실종이다. 정치권이 이렇게 앞장을 서니 아파트 부녀회, 심지어 학부형회까지도 결사적으로 싸움을 건다. 도로에서 경미한 접촉사고가 나도 마찬가지 이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합의할 수 있는 일을 일단 먼저 큰소리를 쳐 본다. 그로 국력이 국민 각자 각자가 갖고 있는 역량과 잠재력이 많이 소진되었다. 정말 싸워야 하고 시끄럽고 요란하게 할 일이 따로 있다. 지도자들이 앞장 서야 한다. 시끄럽지 않게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모을 수 있는 통합의 기술이 절실하다. 이점 교회도 크게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한국교회의 분열을 치유하고 힘의 통합을 추구하기보다 나와 다른 너에 대하여 너무도 가혹했다. 여유가 없었다. 상식 밖이었다. 그러니 사회에 대하여도 이점 큰 소리를 칠 형편이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