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7.

5월을 보내며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6.03. 01:00:13 글쓴이IP: 61.248.67.41

5월은 사회적으로 가정의 달이다. 5월에는 ‘어린이 날’이 있는가 하며는 ‘어버이 날’이 있고 연이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스승의 날’이 있다. 또 이 달에는 ‘성년의 날’도 있다. 이렇게 오월은 여느 때와 달리 훈훈한 감정으로 한 달을 바쁘게 보낸다. 곁들여 가정과 관련된 많은 진단들과 대책들도 함께 쏟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교회도 이 같은 사회분위기에 보조를 맞추어 5월 첫 주는 ‘어린이 주일’ 둘째 주는 ‘어버이 주일’ 셋째 주는 ‘목회자 주일’이라 하여 매 주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울리는 행사를 갖기도 한다. 다 따뜻하고 좋은 일이다. 그 5월도 마지막 주간을 맞았다. 다시 내년 이맘때나 되어야 돌아온 기념일을 두고 또 사회가 떠들썩할게다.
그래서 가는 5월을 뒤로 한 채 가정과 교회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먼저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해 어느 것 하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없도록 정말 많이 바뀌었다. 가정과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가족의 숫자와 범위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 원인은 형편없이 줄어버린 출산율이다. 국가적 재앙이라고 걱정할 정도로 짧은 기간에 가족의 범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불과 한 세대가 지나면서 한 가정 아버지 어머니에 적어도 서넛, 보통 대 여섯은 되었던 2세들이 하나 아니면 둘로 줄어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제 주위에서 자녀 셋을 둔 가정을 보기가 쉽지 않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대가족적 전통은 이미 앞선 세대부터 깨어지기 시작 했다. 이렇게 가족의 단위가 줄어들어버리니 그 복잡하던 촌수와 외기도 어려웠던 친족관계에 대하여여는 더 고민할 필요가 원칙적으로 사라졌다. 외에도 사는 것이 앞선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나아지기도 나아졌지만 경제환경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경제환경의 변화가 의식의 변화를 초래하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웬만한 가정은 별로 부담없이 맞벌이를 한다. 아니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따라가기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바꿔진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가정에 대하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본다.
흔히 가정은 최소 단위의 교회라 한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고 둘 사이에 가인과 아벨이 태어나면서 가정이 성립되었다.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만큼 교회는 가정에 대하여 각별한 애정이 있다. 기독교가 전래되기 전 불교 문화권에 속한 사회로서 출가(出家)라는 불교의 관습에 익숙해 있던 일반으로서는 기독교회의 대표적인 계명인 10계명 중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이 있고 또 ‘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 는 등의 말씀까지 있었던 기독교회에 대하여 훨씬 우호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교회가 전래 초창기부터 주일학교 교육을 통하여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도 가정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크게 일조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외에도 기독교회가 가정에 대하여 무척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가정에 대하여 순기능만을 한 것인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과 교회의 본래적 전통은 가정을 중시하고 조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권장하고 이상적인 가족관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 단적인 예로 교회가 너무 분주하다. 교회의 많은 행사와 요구는 본의 아니게 교회 일에 열심인 가족을 해체하는 데 일조하기까지 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떤 교회 일에 열심인 어머니를 둔 아이는 종일 혼자 있다. 엄마 얼굴 보기가 어렵다. 21세기 이후 변화해 가는 현대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기존의 신앙과 교회의 모습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가정과 교회를 별개가 아닌 하나의 묶음에서 가정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