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월드컵 축구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6.14. 11:53:31 글쓴이IP: 61.248.67.41

월드컵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며칠째 톱뉴스를 차지하고 있고 주요 전국일간지의 1면을 반 이상 차지하기가 예사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상황은 더 심해 아예 월드컵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축구가 인기 스포츠이지만 어디까지나 스포츠 일뿐이다. 따라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나 그러한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모두가 함께 축구의 열풍 속에 편입되어야 하도록 그 기세가 대단하다.
한국이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것은 1954년 이다. 그때 우리나라는 처절한 민족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으로 국민소득이 70달러였다. 예산이 없어 합숙훈련을 1주일 밖에 하지 못했다. 대표팀이 주최국 스위스로 떠나면서 갖고 간 선수단비는 200달러가 전부였다. 일단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선수단 22명이 함께 취리히행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두 그룹으로 나누어 2진은 첫 경기 전날 밤 늦게야 도착했다. 그때도 공항에 기자들이 몰려왔단다. 기자들이 “경기 날짜나 제대로 알고 오는 거냐”고 비웃으며 물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첫 경기의 상대국 헝가리는 1952년 올림픽 우승 후, 32전 무패를 달리고 있던 강력한 우승후부였다. 우리 선수들은 꼬박 56시간이 넘도록 날아와 시차적응은커녕 당장의 여독도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경기가 어떠했던가를 상상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대로 하프라인을 넘기기도 어려웠다. 결과는 0대9.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훌륭한 성적을 낳았는지 도리어 신기하다. 애당초 축구에 소질이 있었던 국민이었지 않고서야 6,25 전쟁직후 그 어려운 시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사람들의 다리가 얼마나 후둘거렸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가슴이 미어지는 그러나 이제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당시 골키퍼 홍덕영의 가슴이 숱한 멍이 들었다는 후일담에 이르러서는 축구가 단순히 축구가 아니라 애국심마저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 각국 선수단 전원을 실어 나르는 멋진 버스 전량에 새겨진 Hyundai(현대)가 50년 세월을 잘 보여준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니 월드컵 5회 연속 본선진출 이니 하는 수치들이 다시 한 번 월드컵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월드컵 축구는 이제 단순히 축구경기가 아니라 국가의 명예가 걸리고 세계를 대상으로 돈을 버는 상업주의가 걸리고 경제효과가 얼마니 얼마니 하여 경제가 결리고 이 모두는 예술과 철학과 시대정신의 담론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인간문화의 종합물이 되었다. 그리곤 다시 이것이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그리스도인의 심령을 짓누르고 신앙을 억압한다. 이는 월드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포츠 그 자체는 인간의 인간성을 충동질하고 자극하는 유혹성과 사악성이 있다. 세상의 문명과 문화를 전면 부인하면 당장에라도 지구를 떠나야겠지만 그럴 수 없이 지구 손님으로 머물러 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것이 세상의 문화를 여과 없이 긍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먹고 마시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이다. 월드컵 중이라고 신앙이 유보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물론 남들이 축구중계를 보고 응원에 열 올릴 때 등 돌리고 귀를 막고 있자는 얘기가 아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말이다. 영혼마저 황폐케 하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 모든 것 위에 계시는 하나님을 향해 깨어있어야 한다. 오히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지켜보며 영적 성공과 실패의 중요함을 깨닫고 땀 흘리고 질주하는 모습에서는 어떻게 주를 섬기며 교회를 섬겨야 할 것도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혼의 유혹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그냥 쉬는 기분으로 즐기고 장차 하나님의 나라에서의 진정한 축제를 꿈꾸자.